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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가장 큰 난관은 너무도 잘 쓰인 희곡이라는 점이었어요. 작업을 위해 1월 1일 밤 ‘동승’의 대본을 다시 펼쳤는데 하루 종일 세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어요. 두려움이 엄습해 밤을 꼬박 새웠죠.” (이철희)
온갖 상을 휩쓸며 한국 연출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연출가 이철희의 ‘고전 다시 쓰기’는 어려움이 적잖았다. 자신의 선택이었지만, 그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한다는 무거운 짐을 내내 마주했다. 한국 낭만주의 희곡의 초석을 다진 문인 함세덕이 쓴 ‘동승’을 무대에 올리기로 결심하면서다. 국립극단은 “한국 고전을 오늘의 무대에 올리는 작업ETF추천
을 계획하며 연출가 이철희에게 제안했고, 그가 이 희곡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영미 희곡, 오페라 등 무수히 많은 작품이 현재의 시각으로 재창작돼 왔으나, 한국의 고전을 오늘의 시각으로 무대에 올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이 연출가는 “선배 극작가들의 작품엔 나 같은 젊은 작가들은 감히 다룰 수 없는, 인물의 깊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유라테크 주식
시선이 굉장히 넓고 깊다”며 “그런 과거의 작품을 오늘날의 관객과 만나게 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이철희 연출가는 ‘맹’, ‘조치원 해문이’ 등 고전을 재조명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원작 ‘동승’은 깊은 산 속에 자신을 두고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동자승 도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1939년 유치진 연출가의상tv
초연 이후 영화로 각색됐다.
‘동승’의 재창작을 결심한 뒤 고민의 밤을 보내던 그가 찾은 답은 배우 지춘성이었다. 1991년 스물다섯의 나이에 ‘동승’에서 어린 불자 역을 맡았던 그에게 34년이라는 ‘시간의 강’을 건너게 했다. 이 연출가는 “내게 두려움을 뚫는 활로는 배우 지춘성의 역사뿐이었다”고 했다.
지춘성은 ‘영양귀비 릴게임
원한 동승’이라는 수사를 30여 년째 달고 있다. 당시 연극 ‘동승’에서 도념을 연기한 그는 제15회 서울연극제 남우주연상과 제28회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인기상을 받았다. 그 자신도 “내 삶은 동승으로 영위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34년 전 ‘동승’을 처음 만났을 때는 젊은 혈기에 ‘이건 나밖에 못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 피앤텔 주식
와서 보면 ‘내가 이랬지, 이랬었어’ 하는 회한이 드네요.” (지춘성)



연극 ‘삼매경’의 이철희 연출가와 배우 지춘성(왼쪽부터) [국립극단 제공]


당시엔 시간을 뛰어넘어 어린 도념을 연기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나이에 맞는 옷을 입는다. 이 작품에서 그는 34년 전 맡은 도념 역할을 실패라고 생각해, 연극의 시공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혼란을 겪는 배우 지춘성 자신을 연기한다. 동시에 과거와 현재, 연극과 현실이 혼재된 삼매경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맡았던 ‘동승’ 속 도념도 함께 보여준다. 극 중 배역의 이름도 도념이다.
이 연출가는 “지춘성의 일대기를 따라가는데 사실의 나열이 아닌 무의식을 따라가는 여정”이라며 “이 배우가 무대에 섰을 때 과거와 본인의 파편화된 이미지를 잘 따라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붙였다”고 했다. 제목을 ‘삼매경’으로 잡은 것은 “지춘성이라는 배우가 이 연극에 빠져있던 시간, 그 순간이 정말 무아지경일 수 있겠다 싶어 붙이게 됐다”고 말했다.
34년 만에 다시 도념의 옷을 입은 지춘성은 “(과거의) 지춘성이 완벽하게 표현하려 했던 진짜 도념이 되고자 한다”며 “연출의 지시가 있을 때마다 스스로를 각성하며 조금은 고달프지만, 흔쾌히 즐겁게 작품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창작된 ‘삼매경’에서 배우의 자전적 기억과 목소리가 절절하게 쏟아지고, 그가 연기했던 ‘동승’ 속 도념이 다시 살아나는 처절한 분투의 현장에서 지춘성은 매일 새로운 감정을 마주한다.
그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연습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울음이 나오는 때가 있다”며 “1991년 당시에도 눈물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때가 있었는데, 이 작품을 하면 매 순간 격정을 참으려 애쓴다”고 했다.
‘삼매경’을 관통하는 두 개의 줄기는 원작 ‘동승’이 그린 도념의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내면의 갈등, 배우 지춘성이 연극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실패의 감각이다. 이 연출가는 “두 마음을 병치에 보여주는 과정에서 완성하는 것이 우리가 예상하는 결말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배우 지춘성의 삶을 따라가며 그의 심정과 무의식을 들여다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들이 ‘나는 이렇게 뜨거워 본 적이 있었나?’ 하는 질문을 가져가길 바랍니다.” (이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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