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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6월22일 한국과 일본은 국교정상화를 하면서 청구권 협정을 맺었다. 한국은 청구권 협정으로 들여온 자금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추진했고, 양국 경제는 상호의존적 관계를 맺어왔다. 한국과 일본 젊은이들의 상대국 취업과 광복 뒤 양국 경제관계를 통해 광복 80년, 국교정상화 60년 동안 변해온 한·일의 경제적 관계를 들여다본 일용근로자식대 다.




“한국이 일본보다 기업 문화가 다양해요. ‘꼰대’ 문화가 있는 회사도 있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는 자율 출근제에 복장도 자유롭거든요. 일본은 아직 출퇴근 시간이 유연한 플렉스타임제를 도입한 회사도 많지 않고, 여성은 꼭 화장을 해야 하는 문화도 있어요.” 주유소
한국 화장품 회사에서 국외 영업을 담당하는 3년차 직장인 요코야마 기키(26)씨는 “회사는 일하는 곳이니 옷이나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싫었다”며 일본에 견줘 자유로운 직장 분위기를 한국에서 일하는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11살 때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를 본 뒤,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요코야마씨는 한국과 기간협의 일본 기업 사이에 임금 차이도 크지 않다고 느낀다. “일본에서 은행에 다니는 친구도 월급 실수령액이 20만엔(약 187만원)이 안 된대요. 나중에 연차가 쌓일수록 월급도 오르겠지만, 당장 신입 입장에선 한국 기업 월급이 더 많을지도 몰라요.”
과거 극소수였던 한국 직장에 다니는 일본인은 점차 느는 추세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의사나 변호 중고차판매가격 사가 아닌 외국인이 한국 기업에 취업할 때 발급받는 특정활동비자(E-7)로 한국에 체류하는 일본인 수는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말 403명에서 올해 5월 642명으로 6년 사이 200명 이상 늘었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인 관광취업비자(H-1)를 취득한 일본인은 이 기간 1076명에서 1592명으로 500여명이나 증가했다. 한국인과 결혼한 경우 주택구입자금대출금리 , 연구나 예술·스포츠 분야 등 다른 비자로 취업한 사람까지 합치면 실제 취업자 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음악 콘텐츠 관련 한국 스타트업 회사에 다니는 가네코 사야(31)씨도 2019년 워킹 홀리데이로 여행이 아닌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가네코씨는 “일본 사회에선 대학을 졸업해 취업하는 사이 공백이 생기는 데 두려움이 있다”며 “워킹 홀리데이로 1년간 한국에 오기 전에 ‘나중에 일본으로 돌아왔을 때 공백이 되면 어떡하지’ 걱정을 많이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세계적 대유행으로 1년도 채 안 돼 일본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워킹 홀리데이로 다녔던 회사가 적성에 맞았다고 느껴 2023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워킹 홀리데이 때 다녔던 곳이다. 워킹 홀리데이가 공백이 아니란 걸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한다. 가네코씨는 “일본에 돌아갔을 때 내가 한국에서 어떤 경력을 쌓았는지 증명하려면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직장을 구하는 일본인들은 모두 취업비자란 장벽에 부딪힌다. 올해 초 한국과 일본 합작회사에 통역사로 취업이 예정됐던 나카무라 가오리(42)씨는 비자를 받지 못해 입사가 한차례 미뤄졌다. 5년 이상 경력이 없는 외국인이 특정활동비자를 받으려면 석사 학위가 있거나, 학사 학위와 1년 이상 경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23년 한국에 건너온 나카무라씨는 8월 국내 통역번역대학원 졸업 시험을 남겨둬 대학원 수료 상태였다. 그는 “비자 발급이 거부된 뒤 회사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안했지만, 이번엔 재학생이 아닌 터라 일을 하면 불법이란 이유로 아무런 경제활동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 한국인 친구는 일본 기업에 채용되자마자 비자를 받아 일본에서 일하고 있다”며 “한국 취업비자는 생산활동을 못 하게 해 개인도 정부도 손해를 보는 이상한 제도”라고 짚었다.
일본에 견줘 비싼 생활물가도 고민거리다. 요코야마씨는 “한국에선 2천원 하는 500㎖ 콜라 한병이 일본에선 100엔(약 938원) 전후”라며 “일본에선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쪽이 확실히 저렴한데, 한국은 생선이나 채소 등이 더 비싸 집밥과 외식이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대신 “교통비나 전기요금 등은 국가가 운영하는 한국이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일본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일본인에게 한국 사회의 ‘빨리빨리’ 문화는 도전이자 불안 요소다. 가네코씨는 “한국에서 처음 일을 시작할 땐 ‘이렇게 빨리 처리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나도 그 속도로 일을 해낼 수 있다”며 “실수 없이 해내는 게 더 좋다고 여겨 오래 걸리고 보수적인 일본 사회도 한국처럼 무언가 빨리 시도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나카무라씨는 “한국 뉴스를 보면, 건설 현장 같은 일터에서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이 접한다”며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최소한 지켜야 할 안전에 대해 소홀한 한국 사회 분위기를 느낄 때마다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 시부야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일본인의 한국 회사 취업이 늘고 있다고 해도 아직은 소수의 이야기지만, 한국인의 일본 취업은 한해 7만명 수준으로까지 확대됐을 만큼 상당한 규모다.
“예전에는 일본 회사 연봉이 높다고 했는데 이젠 비슷한 것 같아요. 대신 한국처럼 복잡한 스펙을 갖추지 않아도 취업이 가능하고, 사내 복지도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일본 금융회사에서 국외 자회사 관리 등을 담당하는 천지웅(36)씨는 일본에서 일하는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스펙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용기가 나지 않는다”며 “일본 생활에 그럭저럭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 뒤 유학을 거쳐 취업한 그는 1990년대 초반 일본으로 건너온 재일 한국인 뉴커머 1세대들이 겪어야 했던 외국인 차별도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취업 과정이나 회사 업무에서 외국인이라고 다르게 대하는 걸 체감한 적이 없어요. 외국인 사원들도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구요. 다만 일부 정당이 ‘고물가 대책에 따른 2만엔(19만원) 현금 지급’과 관련해 내국·외국민을 갈라치기해 지지율을 올리고, 헤이트(혐오)를 확산시키는 정치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들은 있었어요.”
공장 자동화 설비 업체에서 일하는 강나루(29)씨는 국비유학 장학생으로 일본에 왔다가 정착한 경우다. 지난해 일본에서 취업에 성공한 그는 일본 직장의 체계적인 숙련 시스템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일본에서 대학을 나왔지만 전공과 다른 분야에 취업한데다, 비즈니스 일본어를 따라가기가 다소 어려웠는데 ‘3년 정도 일을 배우라’는 분위기가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또 상대적으로 초봉이 낮지만 안정적인 고용 환경 속에서 연차가 쌓일수록 급여 상승폭이 큰 일본식 급여 체계와 회사 복지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대졸자 기준 초봉이 22만엔(205만원), 석사는 2만엔이 추가되는데 연차가 올라갈 때마다 임금 뛰는 폭이 크고, 비싸기로 유명한 도쿄에서 월세나 교통비를 보조해주는 경우가 있다”며 “문화적으로도 한국에 있을 때와 견줘 큰 불편함이 없고 고용이 안정됐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서아무개(47)씨는 한국인 정보통신(IT) 기술 인력들이 일본에 진입하던 2006년 한국무역협회 교육센터를 거쳐 도쿄에 정착했다. 그는 “미국도 선택지의 하나였는데 한국과 물리적인 거리도 있고, 대학 때 일본어를 배운 경험도 있어서 이곳을 택했다”며 “업무 과정에 나이, 위계, 국적 등을 크게 따지지 않고 실력을 발휘하면 직장 생활에 어려움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취업 초기에는 한국의 1.5배 수준의 급여가 마음에 들었지만, 일본에 정착한 뒤에는 일과 삶의 균형이 잘 갖춰진 게 장점으로 다가왔다. 그는 “퇴직까지 비교적 고용이 안정됐고 연금 제도를 비롯한 사회보장이 잘 갖춰진 곳”이라며 “아이 키우기에도 안전하고 좋은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외국인 고용 현황’(워킹 홀리데이 포함) 자료를 보면, 2015년 일본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4만1천여명이었는데 10년 만인 지난해 7만5천명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기준 기술·전문직이 3만2천명(43.4%)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점이 눈에 띈다.
한·일 국민 소득 수준이 비슷해지면서 양국 임금 격차는 거의 사라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낸 ‘한·일 임금현황 추이’를 보면, 2002년 한국 기업 평균 임금은 179만8천원이었던 반면 당시 일본은 38만5400엔(385만6천원, 2002년 평균 환율 적용)이었다. 하지만 2022년에는 한국이 399만8천원, 일본은 364만5천원으로 이 수치가 역전됐다. 또 경총은 올해 1월 보고서에서 2023년 기준 두 나라 10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평균 대졸 초임은 한국이 2만7823달러(3830만원), 일본은 2만3466달러(3227만원)였다고 집계했다.



급여 매력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한국인의 일본 취업이 계속 늘고 있는 데는 일본에서 비교적 일자리를 찾을 기회가 많다는 점과 일본 경제 규모가 한국보다 여전히 2배 이상 크다는 점 등이 작용한다. 일본에서 구직자 1명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를 나타내는 지표인 유효구인배율이 지난 5월 기준 1.24를 기록했다. 비슷한 지표인 한국의 구인배수는 2023년 연간 기준으로 0.61에 그쳤다. 한국보다 앞서 저출산·초고령 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은 인력난이 심하다. 일본 외국인 노동자 중 전문 인력 비율은 26.3%로, 한국(6.0%)과 단순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히 정보기술 분야의 인력이 부족해 한국에서 이 분야로 일본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일본도 급여가 높고 복지가 좋은 주요 대기업의 경우 입사가 쉽지 않아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취업이 반드시 용이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김명중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겨레에 “안정된 생활 계획이 가능하다는 장점 등으로 일본 취업을 선호하는 한국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한·일 간 정치적 문제가 악영향을 끼치지 않으면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임재희 기자, 도쿄/홍석재 특파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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