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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집권 민진당이 추진한 야권에 대한 국민소환(파면)운동이 실패로 끝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대만 입법원(국회)에서 실시된 ‘친중’ 국민당 입법위원(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2차 파면 투표는 모두 부결됐습니다. 2차 투표는 지난달 26일 1차 투표때에 비해 투표 요건을 채우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투표일이 늦춰졌습니다. 2차 투표는 부결될 것이란 불길한 징후가 애시당초 컸던 셈입니다.
이로써 1차와 2차에 파산신청비용 걸친 국민당 의원들에 대한 파면 투표결과 대상이 된 31명 전원이 살아남게 됐습니다.
민진당은 연이은 정치적 완패로 파면 운동의 사기가 크게 꺾인 것은 물론, 내부에서도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는 등 분열이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파면 운동을 주도한 민진당 커젠밍 원내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도 나오고 있습니다.
스파크s 시승기 지금까지 대만에서 민선 지자체장을 대상으로 한 파면 투표는 수차례 있었지만, 이번처럼 현직 국회의원 수십 명에 대해 조직적으로 파면투표가 추진된 것은 처음 입니다. 민진당의 이 같은 정치적 승부수가 어떤 경위로 발생했고 왜 실패로 돌아갔는지, 또 향후 대만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겠습니다.


야간수당 결국 발단은 ‘여소야대’ 국회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지난 23일 타이베이 총통관저에서 야당 의원 파면 투표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전환대출조건 이번 대규모 파면 운동의 발단은 지난해 1월 치러진 총통 선거와 입법원 선거결과에서 찾을수 있습니다. 민진당은 총통 선거에서는 승리했지만, 입법원에서는 제1 야당 국민당(52석획득)에게 국회 다수당을 빼앗기게됐습니다.

어느 당도 과반 의석(57석)에 이르지는 못한 상황에서 민진당(51석획득)은 제2 야당 농협영세민전세자금대출 인 민중당을 포섭해 과반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오히려 국가통신방송위원회(NCC) 인사 문제 등에서 대립각을 세우던 국민당과 민중당이 손을 잡으며 세를 키웠습니다. 이들 야당은 입법원의 권한 확대와 2025년도 예산의 대폭 삭감 등을 잇따라 강행 처리했습니다.
이런 조치들중 일부는 대만 최고법원인 사법원으로부터 위헌·무효 판결을 받았습니다. 사법부의 견제에 대해 국민당과 민중당은 총통이 제시한 대법관 인사안을 줄줄이 부결시키며 헌법 해석 자체를 막으려 했습니다. 이들은 공영방송 예산 전액 삭감, 디지털발전부 예산 1대만달러(약 45원)로 삭감 등 극단적인 안까지 제출했습니다.
민진당에 대한 ‘보복’ 성격이 짙어지자 대만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다수 의석을 앞세운 야당의 전횡을 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이와 함께 2월경부터 파면 운동에 대한 의견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
민진당은 초기에는 이 같은 움직임에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파면 제도는 원래 선거 이후 드러난 불법이나 중대한 비리 등 개인적 사유를 전제로 하는데, 많은 의원들을 한꺼번에 파면하려는 시도가 자칫 선거 결과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커젠밍 대만 집권 민진당 원내총소집인.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10선인 민진당 중진 커젠밍 원내대표가 파면 운동을 적극 추진하고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이를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의 압박과 함께 국민당에서도 민진당 의원들에 대한 집단 파면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결국 민진당은 승부수를 두게 됩니다.

초반에는 국민당과 민중당의 전횡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이 강했고, 국민당이 추진한 파면 절차 과정에서 서명 위조가 발생하면서 관계자가 구속되는 사례까지 나왔습니다. 민진당 의원들에 대한 파면운동은 투표까지 가지도 못하고 모두 불성립됐습니다.
반면 국민당 의원 31명에 대한 파면 투표는 실제로 진행되는 등 상황은 민진당 측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듯 했습니다.


대만인 90% 안보불안 느끼는데...라이총통 발언 역효과





지난 2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유권자들이 친중 성향 야당 의원들에 대한 파면투표와 원전 재가동 국민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상황은 라이칭더 총통의 행보과 함께 다시 반전됐습니다. 지난 3월 라이 총통은 담화를 통해 중국이 대만에 대해 추진 중인 여러 통일 전략이 대만의 ‘반침투법’이 규정하는 ‘적대 세력’에 해당한다며 중국을 ‘적’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군사재판 재개를 포함한 17개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현실적으로 현재 대만에게 중국이 ‘적대 세력’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보입니다. 다만 양안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이를 대만 총통이 공식 선언하는것은 매우 민감한 문제입니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방어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대만인들의 불안은 매우 고조된 상황입니다.
실제로 뉴스위크가 지난 6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만인의 89%가 “중국과의 전쟁위기가 예전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답했고, 88%는 “전쟁이 났을때를 대비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렇다보니 대만 안팎에서 중국과의 대립을 부추키는 것이 과연 현재 대만의 전략상 타당한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습니다. 대만의 친 민진당 성향 매체뿐 아니라 ‘반중·친대만’ 성향 외신들도 이 총통의 행보에 우려섞인 시각을 드러냈습니다.
게다가 라이총통은 6월 시정연설때 선거를 통해 “불순물을 파면해 제거하겠다”고 발언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야당측 반발 뿐 아니라 상당수 대만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정권의 오만함이라는 반감을 산 겁니다.
이는 여론 악화로 이어져 지난해 12월 51% 였던 라이 총통에 대한 지지율이 이달 33%까지 급락했습니다. 불지지율은 처음으로 50%를 넘어섰습니다.
반면, 다수 의원이 파면 대상이 되면서 코너에 몰린 듯했던 국민당은 민중당을 완전히 끌어들이면서 판세 뒤집기에 성공했습니다.


국민당의 법안 처리 자제와 ‘현금 살포’ 포퓰리즘 전략 주효





지난달 24일 타이페에서 열린 파면 운동 단체 찬성 대회. [사진=연합뉴스]



국민당과 민중당은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우선 입법원에서는 지난해와 달리 주요 법안에 대한 강행 처리를 자제했습니다. 대규모 파면운동 구실을 주지 않기 위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또 민진당이‘중국에 대한 대항’만 강조한 것과 달리, 국민당은 “1인당 1만 대만달러를 지켜내자”, “근로자 5일 휴가를 지켜내자”, “자녀를 전쟁터로 보내지 말자” 등 생활 밀착형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1인당 1만 대만달러’란 지난 7월 국민당과 민중당이 통과시킨 민생 특별조례를 통해 1인당 1만 대만달러(약 45만원)를 현금 지급하기로 한 소위 ‘현금 살포’를 뜻합니다.
4인 가족이면 총 4만 대만달러, 한화로 약 180만원에 달합니다. 민진당은 이 법안에 반대했는데, 국민당은 파면 투표에서 민진당이 승리할 경우 이 현금 지급이 무산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근로자 휴가 5일 확대’ 역시 국민당이 발의해 찬성 다수로 통과시킨 법안으로, 연간 휴일을 5일 늘리는 내용입니다. 국민당은 민진당이 이 법안에도 반대했다는 점을 들어 민진당 승리땐 휴일 확대가 무산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자녀를 전쟁터로 보내지 말자’는 구호는 중국과의 대립 노선을 선명히 하는 민진당이 전쟁 위험을 높인다는 주장입니다. 주로 청년층과 자녀가 있는 학부모들에게 먹힌 것으로 분석됩니다.
결과적으로 국민당은 현금 살포, 휴일 확대 같은 민생 및 포퓰리즘 공약으로 파면 반대 여론을 결집시켜 ‘전략적 승리’를 거둔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다 26일 한 민진당 지지자가 야당 의원에 대한 해임 투표 결과가 부결로 기울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이번 파면운동이 실패로 끝난 원인을 중국의 보이지 않는 ‘입김’ 으로 돌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국이 선거 등 대만 정치에 개입하려 해온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된 기정 사실로, 이번 투표라고해서 딱히 새로울 것은 없었습니다.
그간 총통 선거 결과만 보면 1996년 첫 직선제 선거가 시작된 이래 최근까지 친미 민진당이 5승을 거둬 친중 국민당(3승)을 압도해왔습니다. 특히 1996년 선거때는 중국이 가장 싫어했던 리덩후이 총통이 당선됐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중국의 개입이 이번 민진당의 파면투표 패배에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향후 대만 정국 가를 최대 변수는 국민당과 민중당의 관계





지난 7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친중 성향 야당 의원을 파면하는 투표에 찬성하는 친여 시민단체 회원들이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진당의 지지율은 거듭 하락했지만, 아직은 국민당 지지율 보다는 뚜렷하게 앞서있는 상태입니다.

차이잉원 전 총통의경우에도 집권 1기 초기 지지율이 20% 밑으로 떨어질 정도로 고전했지만 결국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이번 파면 투표 결과가 내년 지방선거나 2028년 총통·입법원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만 라이 총통이 이번 패배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재정비를 하지 않는다면 민진당의 향후 전망은 불안할수 밖에 없습니다.
한편 내년 11월 치러질 지방선거 에서는 대만 최대 인구 도시인 신베이시장 선거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민중당 황궈창 대표가 이미 출마 의사를 밝혔는데, 신베이시는 직할시 승격 이후 4차례 시장 선거에서 모두 국민당이 승리한 전통적 국민당 강세 지역입니다.
황 대표는 “국민당 의원들 구출에 협력했으니, 국민당도 신베이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2028년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이 이기려면 민중당의 협력이 필수”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당 내부에서는 “입법원에서 52대 8이나 차이가 나는데 인구 최대 도시 시장 선거를 양보할 순 없다”는 반발이 거셉니다. 리쓰촨 타이베이 부시장이 이미 “출마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민당 주리룬 대표는 난처한 입장에 놓였습니다.
여론조사에는 국민당이 후보를 내면 민진당 후보를 꺾을 수 있지만 국민당이 민중당에게 양보하면 민진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게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당 입장에서 차기총통선거에서 3연패를 끊고 승리하려면 민중당과의 협력이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총통선거까지 향후 3년, 대만 정국에 있어 최대변수는 야당인 국민당과 민중당 간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가느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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