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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조사 결과와 참여연대의 고발... 그러나 2% 부족한 증거
2023년 8월 참여연대는 김상열 회장과 김 회장의 두 아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호반건설과 호반건설의 자회사들이 이른바 벌떼 입찰을 통해 확보한 공공택지를 김상열 회장의 두 아들이 소유한 회사에 전매하고, 2조 6,393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무상으로 지급보증 하는 등 일감과 수익을 직장구하기 몰아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상열 회장이 장남 대헌 씨의 후계 승계를 위해 설립한 비오토건설의 순자산은 2003년 4,900만 원에서 2017년 말에는 2조 3,190억 원으로 무려 4만 7,326배 증가했다.
비오토건설은 대헌 씨가 15살 때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로 김 씨가 지분 100%를 소유했다. 비오토건 전세자금대출 집주인 피해 설은 이후 호반비오토와 호반건설주택으로 이름을 바꿨고, 호반건설의 일감 몰아주기와 계열사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김상열 회장의 일감 몰아주기로 김 회장의 장남 대헌 씨가 소유한 페이퍼컴퍼니 비오토건설은 설립 14년만에 순자산 규모가 4만7천여배 증가했다. 
직장인의하루일과

김상열 회장은 또 2018년 비오토건설에서 이름을 바꾼 호반건설주택과 호반건설을 합병시켰다. 장남 대헌 씨는 합병 후 호반건설 지분 54.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수조 원대의 재산을 증여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공정위 조사관들은 김상열 회장과 은행마이너스대출 대헌 씨를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정위 전원회의에 제출했다. 
하지만 김상열 회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당시 공정위 조사관이 작성한 심사보고서에는 "고용된 대표이사 개인의 판단으로는 불가능하다"거나 "김상열이 모른 채 결정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식의 추정만 담겼다. 호반건설의 일 연립 감과 수익을 2세 회사에 넘겨주는 과정에서 김상열 회장이 직접 개입한 물증을 찾지 못한 것이다. 김상열 회장 역시 자신의 경영 개입 의혹을 극구 부인했다. 

택지 명의 변경, 택지 수주 업무 등 개발 사업 관련 최종 의사결정은 전문경영인인 대표이사가 하고 김상열은 사후 보고 정도만 받았습니다. 이미 사업이 완료된 후에 보고를 받는 것이기에 업무 지시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 공정위에 제출한 서면 답변 중 일부.

결국 공정위 전원회의는 조사관들의 의견과는 달리 김상열 회장 일가에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았다. 오히려 '호반건설 경영진이 명의 변경 당사자를 결정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며 김상열 회장의 배임 의혹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공정위 전원회의가 면죄부의 근거로 삼은 것은 호반건설 개발사업팀이 작성한 품의서들이다. 이 품의서에는 김상열 회장이 고용한 대표이사 또는 부회장 등이 최종 결재권자로 나온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공정위가 면죄부의 근거로 제시한 품의서에서 김상열 회장의 배임 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새롭게 찾아냈다. 영어 알파벳 S 또는 한글 자음 시옷을 형상화한 전자 서명이다.



뉴스타파는 호반건설 개발사업팀 품의서들에서 김상열 회장의 업무상 배임을 입증할 수 있는 의문의 전자 서명을 찾아냈다. 이 품의서들은 공정위 전원회의가 김상열 회장의 배임 행위가 없었다며 사실상 면죄부를 주면서 근거로 삼은 문서들이다.     


이 전자서명은 문서를 기안한 직원과 부서장, 대표이사 등으로 이어지는 통상적인 결재선이 아니라 보안등급을 표시한 칸에 별도로 기입됐다. 김상열 회장이 해당 문건을 직접 보고 받고, 결재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 보안등급란에 전자 서명을 입력한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가 이 전자 서명의 주인을 김상열 회장이라고 추정한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호반티에스 회계팀이 취득세 절감 실적을 보고한 전자결재 문서다.
김상열 회장은 2014년 5월 20일 이 전자 문서를 결재하면서 의견란에 '잘 했어요. 계속 수고해주세요'라고 썼다. 취득세를 1억 7,000여만 원 절감했고, 향후 14억 원의 추가 절감이 기대된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치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작 결재선에는 김상열 회장의 서명이 없었다. 김 회장의 아내 우현희 부회장이 5월 20일 최종 결재한 사실만 남아있다.
하지만 이 문서에는 5월 20일 입력된 전자 서명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보안등급을 분류한 칸에 입력된 문제의 그 서명이다.



김상열 회장이 보고 받은 문서를 승인한 2014년 5월 20일 문제의 전자서명이 함께 입력돼 있다.  


호반티에스 회계팀 김모 이사가 5월 19일 의견란에 향후 추진 계획을 적은 뒤 문서를 결재했고, 결재선에도 같은 날 김 이사의 전자 서명이 입력됐다는 점에서 보안등급 칸에 들어있는 전자 서명의 주인은 김상열 회장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전자 서명과 유사한 모양의 자필서명이다.
뉴스타파는 호반건설의 자회사였던 아이씨앤개발의 결재 문건 두 개에서 전자 서명과 유사한 모양의 자필 서명을 발견했다. 하나는 아이씨앤개발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를 보고한 문건이고, 다른 하나는 증자 방안을 검토한 문건이다. 해당 문건에는 누군가 체크 표시를 하고, 형광색을 칠한 흔적이 남아있다. 
각각의 자필 서명 위치는 문서의 맨 하단으로 동일했다. 대표이사가 최종 결재한 원본 문서를 훼손하고 자필 서명을 남겼다는 점에서 김상열 회장의 서명이 분명해 보인다.  



호반건설 자회사인 아이씨앤개발의 종이 문서에 전자 서명(맨 오른쪽)과 비슷한 모양의 자필 서명이 날인돼 있다.  


셋째, 전자 서명은 모두 대표이사나 부회장이 최종 승인한 문서에 날인됐다. 심지어 보안등급을 구분한 칸이 없는데도 전자 서명이 들어간 경우도 있다. 반면 부서장 전결 문서에는 문제의 전자 서명이 없었다.
뉴스타파는 전자 서명의 주인이 김상열 회장이라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확인하기 위해 호반그룹측에 질의서를 보냈다. "김상열 회장이 결재선이 아닌 보안등급 칸에 전자 서명을 입력한 것은 김 회장이 주요 사안을 보고 받고 승인한 사실을 은닉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지" 등을 물었다.
호반그룹, "사후 확인일뿐 결재와는 무관"
호반그룹측은 전자 서명의 주인이 김상열 회장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김상열 회장은 최대 주주로서 주요 사안에 대해 확인한 것이라며 결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러 호반그룹 문서를 보면 김상열 회장의 것으로 보이는 전자 서명은 대부분 대표이사 등이 결재한 당일 입력됐다.  또 전자문서 결재시스템에는 문제의 전자 서명이 분명한 '승인'절차인 것으로 나온다. 호반그룹측의 해명과는 달리 사후 확인 차원의 서명이 아니라는 뜻이다.
호반그룹측은 또 뉴스타파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서울고법이 공정위 처분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며 김상열 회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부인했다. 
지난 3월 서울고법은 호반건설 등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호반건설 등에 대한 과징금 608억 원 가운데 365억 원을 취소하라는 결정이다. 하지만 이는 공정거래법상 처벌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일 뿐 형법에서 금지한 부당지원 자체가 전혀 없었다는 판결이 아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을 맡고 있는 서성민 변호사는 "서울고법 판결은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일뿐 업무상 배임에 대한 판단이 아니어서 해당 판결을 이유로 업무상 배임이 아니라고 변명한 것은 궁색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상열 회장 일가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고발 사건을 2년 넘게 결론내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 취재로 김상열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구체적 증거가 새롭게 나온 만큼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가 기대된다.  
뉴스타파 황일송 ils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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