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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리고 것이라고 굳이 걸 마시고 여기가 뛰기고생물 예술가 존 거치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라이징 스타 동굴에서 발견한 화석 정보를 이용해 만든 호모 날레디의 흉상. 알레 제공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스. 도시의 북서쪽 방향 50㎞ 거리에 인류의 요람이라 불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비트바테르스란트(witwatersrand)'가 있다. 해발 1,525m의 야트막한 산등성이 여기저기로 쏟아지는 폭포를 보며 현지인들이 붙여준 '하얀 물줄기가 떨어지는 산등성이'란 명칭이다.
2013년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라이징 스타 동굴계(rising star system)'에서 뼈와 치아로 구성된 고인류 화석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드문드문 펼쳐진 나무 군락 아래로 움푹 꺼진 싱크 새마을금고 자소서 항목 홀들, 그중 하나를 입구로 한 동굴은 총길이가 4㎞에 달했다. 탐사팀은 좁게는 19㎝, 대개는 1m가 채 안 되는 바위틈을 비집고 들어가 1,200개 이상의 화석을 발굴해냈다. 그리고 이를 '호모 날레디(Homo naledi)'라 칭하고, 연구 결과를 세계에 알렸다.



남아 우체국 희망적금 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호모 날레디의 첫 공식 발표 모습. 2025년 현재 남아공 대통령이자 발표 당시 부통령이었던 시릴 라마포사(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날레디 머리뼈 복제품을 들고 있다. 알레 제공





남아프리카공화국 디날레디 굴에서 발 기아자동차 견한 호모 날레디 매장 유구. 알레 제공


책은 저자이자 고인류학자인 리 버거와 존 호크스가 속한 탐사팀이 날레디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9년의 시간을 응축해 놓은 일종의 '탐사 기록물'이다. 또한 "호미닌(Hominini·사람족)을 연구하는 사람이 발굴된 뼈보다 많은 상황"에서 "그동안 찾아낸 화석들과 파산선고통지서 완전히 다른 새로운 종, 새로운 고생인류 친척의 원형을 드러내는 발견"을 해냈다는 자긍심의 서사이기도 하다. 날레디는 현지 공용어인 소토어로 '별'을 뜻하고 이들은 화석이 발견된 동굴을 '별이 많은 굴', 디날레디로 불렀다.
저자가 책을 통해 설명한 날레디는 전체 골격이 사람과 유사하다. 발바닥 구조와 무릎 관절의 각도를 볼 때는 두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발로 걷고 달릴 수도 있었다. 130~160㎝에 36~54㎏ 정도의 몸무게, 물건을 강하게 쥐고 다룰 수 있을 만큼 긴 엄지손가락과 넓은 손가락 끝, 무언가에 올라갔고 또 도구 사용처럼 섬세한 손동작이 가능했던 구부러진 손가락. 저자는 날레디의 특성을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간다.
그러나 저자는 450~550㏄로 인간 평균 용량 3분의 1밖에 안 되는, 현생 침팬지와 비교해야 무방할 오렌지 크기의 뇌 용량을 근거로 "날레디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인간처럼 걷고 손과 팔로 무언가를 만들고, 인간과 비슷한 식습관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뇌의 크기로 볼 때 '현생 인류'의 뿌리인 호모 사피엔스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종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어깨와 몸통, 척추도 원시 인류의 패턴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본격적인 얘기는 거기서 시작된다. 왜 날레디의 발굴이 "획기적인 발견"인지, 날레디의 어떤 특성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짚어나간다. 먼저 매장의 흔적이다. 화석들은 매우 좁고 구불구불한 미로의 깊은 동굴 안에서 발견됐다. 우연히 기어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해 죽었다고는 보기 어려웠고, 개체들도 너무나 많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발굴된 지반의 경사도 또한 입구 쪽이 낮아 누군가 죽은 이들을 '의도적으로' 가져다놓았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동굴 입구 돌에 새겨 놓은 여러 표지들, 벽과 천장에 보인 그을음과 재, 숯 조각과 난로까지. 다양한 삶의 흔적들이 동굴에 남아 있었다.



연구팀이 합성한 호모 날레디의 전체 신체 구조. 알레 제공


분명 우리가 아는 매장은 죽은 이에 대한 추모의 의식이다. 그래서 고고학자들은 "매장은 오로지 인간만 할 수 있는 행위"라며 "예술과 기호, 언어와 마찬가지로 큰 뇌가 낳은 부산물"로 본다. 그런데 '인간으로 보기 힘든' 뇌의 크기를 가진 날레디가 '큰 두뇌를 가진 인간처럼' 불을 사용하고, 도구를 쓰고, 매장 의식까지 치렀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생 인류 최초의 매장 흔적은 10만~12만년 전 이스라엘, 반면 탐사팀이 추정하는 날레디의 매장 시기는 반면 20만~30만 년 전이다. 날레디가 던진 가설이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책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계속 던진다. 유인원에서 시작해 현생 인류로 일직선으로 이뤄지는 진보의 행진 끝에 호모 사피엔스가 있고, 결국 진화의 정점에는 '사람'이 있다는 우리 '상식'에 균열을 가하겠다는 도발적 물음이다. 저자는 "우리(인간)는 여러 가지로 갈라지는 계통수를 그리며 진화해왔고 우리는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인간 수준의 지능이 다른 계통에서도 복잡한 진화에 따라 일어난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이라며 "(다른 계통의) 날레디를 정의함으로써 (비로소) 우리 인간을 정의할 수 있다"고 책을 마무리한다.



케이브 오브 본즈·리 버거 존 호크스 지음·김정아 옮김·알레 발행·280쪽·2만2,000원


책은 분명 날레디의 의미와 가치를 풀어 쓴 인류학 관련 도서다. 그럼에도 책이 그리 지루하지 않은 건 전적으로 저자의 덕이다. 한 편의 고고학 모험기 같은 흥미진진한 글 전개, 동굴 탐사를 직접 하겠다며 4개월 만에 20㎏을 감량해야 했던 혹독한 다이어트, 바위 틈에 끼인 상황에서 살기 위해 아등바등 용을 쓰는 장면의 묘사 등을 따라가다 보면, 금새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남상욱 엑설런스랩장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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