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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1시 45분 미국 뉴욕 그랜드 센트럴역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시위대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이날 미 전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열렸다. 뉴욕에서는 맨해튼, 퀸즈, 브루클린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가 진행됐는데, 이곳 맨해튼에 약 5만명이 몰려 가장 규모가 컸다. 최근 뉴욕에서는 이민 당국의 거센 압박에 맞선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다 200여 명이 체포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 천마자연산 날 시위를 앞두고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당국에 비상경계령을 내리는 등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14일 열린 시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죄수복을 입은 형상을 한 시위 참가자가 눈에 띄었다./윤주헌 특파원
맨해튼 캐나다취업알선 거리는 바람이 거칠게 불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시위는 평소 관광객으로 붐비는 뉴욕 공공도서관 앞에서 시작된다고 예고됐다. 그랜드 센트럴역에서 도서관까지는 평소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날은 도서관 앞까지 갈 수 없을 정도로 거리에 시위대가 가득 찼다. 각자 집에서 만든 팻말을 손에 들고 있었다. 시위대를 비집고 도서관 계단 위로 올라서 보 연차 회계년도 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센트럴파크를 이어주는 5번 애비뉴가 시위대로 가득 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계단 앞에서 트럼프를 히틀러로 그려낸 그림을 들고 있던 시위대(본명을 밝히길 거부했다)는 “깊은 생각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걸 보니 트럼프는 아직도 자신이 TV쇼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미국은 관용과 나눔이 있는 나라이지 다른 사 아이패드 거치 람을 배척하고 증오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
14일 시위대 속에서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이 여럿 보였다. /윤주헌 특파원
오후 2시 정각이 되자 시위대가 다운타운 방향으로 출발했다. 행렬이 움직이자 사람들은 현대캐피탈 대출금리 ‘모두를 위한 자유와 정의(LIBERTY&JUSTICE FOR ALL)’ ‘멍청한 트럼프(DUMB TRUMP)’ 와 같은 팻말을 들썩거리며 행진했다. 유모차에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 휠체어에 탄 고령자 등 성별과 나이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시위대에 있었다. 한국말로 ‘외국인’이라고 쓰인 모자를 쓴 사람에게 다가가 물었더니 그는 2021~2024년까지 직장 때문에 서울 잠실에 살았다고 했다. 마이크 스탁튼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이 사람은 “최근 한국이 정치적으로 어려웠던 상황을 민주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을 보았다”면서 “미국이 처하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 거리로 나왔다”고 했다. 이날 시위에서는 멕시코 국기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최근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시위대가 멕시코 깃발을 흔들며 이민 당국을 비판했는데, 이날 시위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반적인 정책과 국가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였다.
14일 뉴욕에서 열린 시위에 한 시민이 타코 그림을 들고 나왔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타코(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도망친다·Trump Always Chickens Out)’라고 비꼰 것을 나타냈다.
시위대를 따라 함께 행진을 하는 과정에서 처음엔 경찰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다 약 한 시간 뒤 뉴욕의 또 다른 명소 ‘플랫아이언 빌딩’ 앞에 이르자 ‘행진은 여기까지입니다. 계속 저항하세요!’라는 현수막이 보였다. 주최 측이 시위가 끝나는 지점을 알린 것이다. 그러자 사람들이 마치 마라톤 완주라도 한 듯 손뼉을 치고 환호를 했고 저마다 어깨를 두드리거나 손바닥을 마주쳤다. 시위는 오후 4시까지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워낙 많은 사람이 몰려들다 보니 제시간에 끝나지 않았다. 시위대 가장 끝으로 걸어가 보니 뉴욕 경찰 50여 명이 간격을 맞춰 시위대 뒤에 서서 따라오고 있었다. 그 앞에는 주최 측 요원들이 형광색 조끼를 입고 서서 시위대와 경찰 사이 완충지대를 마련했다. 경찰 뒤로는 불빛을 번쩍이며 경찰차 10여 대가 따라왔다. 마지막 시위대가 일종의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경찰은 뒤를 지켰고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오후 5시, 경찰은 시위가 끝나는 지점을 모두 정리했고 시위대도 해산했다. 3시간가량 5만명이 도로를 행진했다. 그런데 경찰과 마찰도 없었고 시위대는 자신의 의사를 밝히며 즐거워했다.
시위대의 가장 끝에 가보니 뉴욕 경찰이 따라오고 있었다. 그 앞에는 행사 주최 측이 형광색 조끼를 입고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섰다. 아무런 충돌이 없었다./윤주헌 특파원
시위대의 행진이 끝나기로 약속된 플랫 아이언 빌딩 앞. 주최 측은 플래카드를 들어 행진 종료 지점이라는 점을 알렸다./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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