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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리얼리티는 이제 익숙한 예능 형식이 됐다.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지면서 차별점이 없다 보니, 자극적인 요소에 치중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이 와중에 넷플릭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는 이례적인 선택으로 다가온다. 마치 첫사랑으로 돌아간 듯한 이 선택에 대중이 반응한 이유는 뭘까.
넷플릭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포스터 ⓒ넷플릭스
'플러팅'은 없지만 진심은 있다
"하드웨어는 괜찮은데 소프트웨어가 조금… 윈도 98 같은 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주식정보의마법사
이하 《모솔연애》)에서 가장 먼저 얼굴을 공개한 출연자 재윤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아마도 그 첫인상을 접한 시청자들은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 친구 모태 솔로 맞나 하고. 누가 봐도 한번쯤 돌아볼 만한 준수한 외모를 지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말과 행동을 잠깐만 들여다보면, 금세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 저래서 아직 모태 솔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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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아이콘택이 조금 힘들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눈을 내리까는 게 습관이 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굳이 연애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눈을 마주치는 건 중요하다. 상대에게 호감을 주지 않더라도, 최소한 편안함을 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재윤은 그게 힘든 사람이었다. 그러니 호감이 생긴 누군가와 함께 앉아있으면 더욱 '뚝딱대이지라이브
는' 모습일 수밖에 없었다.
《모솔연애》는 재윤처럼 저마다의 이유로 지금껏 연애 한 번 못 해본 남녀들이 출연하는 연애 리얼리티다. 어린 시절 브라질 이민 생활 중 겪은 트라우마로 연애를 해보지 못한 승리나, 어딘가 둔감해서 누군가의 마음을 잘 읽어내지 못해 관계도 발전시키지 못하는 상호, 모범생으로 의대까지 가면서 공부만 하다 보니 연애적몽대사
경험을 할 수 없었던 현규 같은 남성 출연자들이 그렇다.
외모로만 보면 연애 박사일 것 같은 여성 출연자들도 마찬가지다. 시크한 외모에 솔직함으로 남성 출연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지수는 아픈 스토킹 경험이 있었고, 여중·여고·여대를 졸업해 남성을 만날 기회 자체가 없었다던 지연은 알고 보니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남자를 만나는 것에다산네트웍스 주식
불편함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물론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섬세하게 마음을 챙기는 정목이나 구김살 없이 살아와 밝게만 보이는 이도 같은 친구들은 상대적으로 모태 솔로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 역시 찐 모태 솔로라는 게 드러난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감정 속에서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모솔연애》는 그래서 우리가 그간 《솔로지옥》 같은 연애 리얼리티에서 봐왔던 연애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장면들로 채워진다. 서툴기 짝이 없어 말 한마디를 꺼내는 데도 큰 용기가 필요하고, 그마저 어긋났을 때는 상처가 더 깊고 아프게 다가온다. 물론 그 마음이 전해졌을 때의 희열과 기쁨도 더 크게 오지만 말이다. 뭔가 최근 봇물 터지듯 터져나온 연애 리얼리티의 색깔과는 다른 느낌인데, 그건 잊고 있었던 진짜 연애 감정의 환기랄까.
《모솔연애》는 멜로로 치면 '첫사랑' 같은 서사들을 담는 연애 리얼리티다. 《솔로지옥》이나 《하트시그널》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연애 장인(?)들이 출연해 능숙하게 플러팅을 하고, 또 그들을 압도하는 '메기남' '메기녀'가 등장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연애 프로그램들 역시 갈수록 자극 수위를 높이고 있다.
넷플릭스 《솔로지옥》 시즌4 스틸컷 ⓒ넷플릭스
넷플릭스 《솔로지옥》 시즌4 스틸컷 ⓒ넷플릭스
관전 포인트도 달라져
과연 이 풋사랑 같은 연애 리얼리티가 될까 싶지만, 의외로 이 선택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일종의 기대 같은 것을 내려놔서 오히려 재밌는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연애를 해본 적 없는 이들이 겪는 새로운 경험에 몰입하다 보면, 시청자들도 자신의 첫 연애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서 저들의 서툰 모습에 빠져들어 때론 귀엽고 때론 답답하며, 때론 안타깝게 상황들을 바라보게 된다. 능수능란하게 리드하거나 상대의 마음을 저격하는 멘트를 날리는 장면들은 없지만, 말 한마디에도 조심하며 어렵게 내놓는 진심이 주는 파괴력은 그 어떤 자극적인 플러팅보다 강하다는 걸 알게 된다.
흥미로운 건 '모태 솔로'라는 그 입장에는 저마다의 사연들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연애 과정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연애 감정 그 이상의 인간적인 감정들이 더해진다. 예를 들어 이도에게 첫눈에 반해 직진하던 정목이 어느 날부터 갑자기 지연이 눈에 들어오고 걷잡을 수 없이 감정이 기울어진 데는, 연애 감정보다 더 큰 인간적인 연민과 공감이 작용한 면이 있어 보인다. 지연이 술에 취해 불행한 가정사를 꺼내놨을 때, 정목이 조용히 술자리를 벗어나 눈물을 닦는 장면이 그걸 말해준다. 그건 사랑이 아닌 연민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비슷한 결의 삶을 살아온 이들이 서로에게 공감하며 가까워지는 건 어찌 보면 더 큰 인간적 사랑일 수 있다.
잘하고 싶지만 맘대로 되지 않아 홀로 자책하며 눈물을 흘리는 재윤이나, 살아온 삶의 배경이 달라 마음이 돌아서 버렸지만 상대가 왜 그렇게 변심했는지 이유를 몰라 눈물을 쏟는 이도의 모습을 보다 보면 이들 모두에게 인간적인 애정을 갖게 된다. 플러팅 장인은 없지만, 그렇다고 빌런도 없는 선한 마음들이 엇갈려 만들어내는 파열음이라니. 서툴러서 폭풍 같던 첫사랑의 감정들이 새록새록 깨어나는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모솔연애》는 모태 솔로 출연자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도 달라졌다. 시작부터 출연자들의 스타일이나 심리상담 등을 통해 일종의 연애 준비를 시키는 '메이크 오버' 과정이 포함된 점부터가 다르다. 이들을 관전하는 스튜디오의 풍경도 다르다. 출연자들을 각각 나눠 멘토링한 서인국, 강한나, 카더가든, 이은지의 리액션에는 당연히 응원의 진심이 담긴다. 잘하는 선수들의 연애 리얼리티가 아닌지라, 멘토들은 익숙지 않은 연애를 하는 이들의 마음을 찰떡같이 이해해 '왜 그런 말을 했고, 그런 행동을 했을까?'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꺼내놓는다. 익숙지 않아 실수한 지점에 대해서도 이들은 먼저 따끔하게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멘토들이 먼저 애정 어린 비판을 함으로써 출연자들의 행동이 실수라는 걸 분명히 해주는 것이다.
사실 연애 리얼리티가 최근 몇 년간 예능의 한 트렌드처럼 자리하게 된 건, 연애할 여유가 없는 현재 청춘 세대들의 대리 충족의 장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연애 리얼리티가 갈수록 치열하게 경쟁하며 자극을 높이면서 출연자도 연애 장인들로 채워지기 시작하자, 초반에 경탄하던 시청자들의 관심은 갈수록 시들해졌다. '저들만의 이야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모솔연애》는 연애 리얼리티가 처음 주목받았던 그 초창기의 감정을 다시 불러냈다. 저마다의 이유로 연애할 여유가 없어서 경험도 없고, 그래서 서툴 수밖에 없는 그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들을 고스란히 가져왔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이 연애를 보며 저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느끼는 지점에서 공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연애 리얼리티의 차별점은 이제 어떤 색다른 출연자를 한자리에 모아 놓는가로 집중된다. 《신들린 연애》 같은 무속인들이 출연한 연애 리얼리티가 새삼 화제가 된 건 그래서다. 마찬가지로 《모솔연애》 역시 모태 솔로라는 차별화된 출연자들을 통해 새로운 스토리들을 꺼내놓고 있다. 여전히 화력이 충분한 연애 리얼리티가, 앞으로도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색다른 출연자들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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