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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 링컨기념관과 그 앞에 세로로 길게 들어서 있는 '반사의 연못(Reflecting Pool)'은 연일 관광객과 시민들로 붐빈다. 바로 그 옆에 자리한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도 많은 사람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닿는 곳이다. 이곳에는 완전군장에 우의를 입은 19명의 미군 병사가 V자 대형을 이루고 행군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상들이 있다. 조각상들 옆으로 50여m의 화강암 벽이 세워져 있는데 멀리서 보면 한국의 산세를 본뜬 것 같이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 벽면에는 전몰 미군 장병 수백 명의 얼굴이 새겨져 있어 가까이 가서 보면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든다. 
5월25일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26일) 주간을 맞 원룸 전세보증금 아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이곳을 찾아 '숙연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날 자녀들과 함께 조각상 및 기념비 청소 작업에 참여한 그는 "나에게 한국전쟁이 무엇이었고, 왜 중요한지, 전략적 환경은 어떠했고, 누구와 싸웠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고, 왜 우리가 여전히 그곳(한국)에 있는지를 아이들에게 상기시켰다"는 소감을 남겼다. 
주식매각방법주한미군 인원 변동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나온 직후라 헤그세스 장관의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 방문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 헤그세스 장관이 기념공원을 방문하기 3일 전인 현지시간 5월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약 4500명을 괌이나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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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0일 경기 연천군 임진강 일대 석은소 훈련장에서 열린 한미 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적의 반격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가정해 치누크가 도하자산을 공중 수송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주한미군 4500명 괌으로? 한미 모두 수원 스위스 부인
보도대로라면 주한미군 정원 2만8500여 명 가운데 약 16%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인원의 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미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5월23일 입장문을 내고 관련 보도를 부인했다. 미국은 대한민국 방어에 굳건하게 헌신 중이며, 새 (한국) 정부와도 철통같은 동맹을 유지·강화하는 협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국방부 토지중개 도 주한미군 인원 변동에 대해 한미 간에 논의된 사항은 전혀 없다고 관련 보도를 일축했다. 
그러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현지시간 5월27일 한미연구소(ICAS)가 '한반도 문제와 미국 국가안보'를 주제로 워싱턴DC에서 개최한 화상회의에서 주한미군 인원 변동을 포함한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리고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지금은 전쟁을 준비하는 시기"라는 입장을 밝혀 주목됐다. 한국을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있는 항공모함'으로 비유한 바 있는 브런슨 사령관이 대중국 견제라는 '전쟁'을 준비하면서 주한미군의 역할이 조정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 감축 검토 자체에 대해서는 "미 합참의장으로부터 이와 관련해 지시를 듣지 못했다"며 "어느 누구도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한미 양국의 국방부가 진화하고 당사자인 주한미군사령관도 부인하고 있지만 주한미군 변동 가능성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내용이다. 미 국방부가 본토 방어와 중국 억제를 최우선 순위에 둔 새 국가방위전략(NDS)을 수립하고 있다는 점도 공공연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5월24일 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모든 나라를 방어하는 게 주요 고려 사항이었던 날은 끝났다"며 "우리는 미국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이나 동맹들이 위협이나 공격을 받으면 군은 압도적인 힘과 파괴적인 무력으로 우리 적들을 없앨 것"이라고는 했다. 유사시에는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일전을 불사하겠지만, 평시에는 미국의 비용 지출을 최대한 최소화하겠다는 트럼프 시대의 안보관을 다시 한번 밝혔다.



3월6일 김명수 합참의장(오른쪽)과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군사령관이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5년 전반기 한미 연합 수도기계화보병사단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을 찾아 현장 지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美, 한국을 '中·日 사이 항공모항'으로 인식 
주한미군의 역할과 운용 변화는 이런 기조하에서 앞으로도 계속 반복 제기될 수 있는 문제다. 미 국방부는 현역 4성 장군을 최소 20% 감축하고, 장성급 장교 숫자도 10%가량 줄이는 내용의 계획을 5월5일 밝힌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와 관련해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감축 대상으로) 주목할 수 있는 4성 장군 직책으로는 미 태평양 육군사령관과 주한미군사령관이 있다"고 보도했다. 연방정부 지출 절감 차원에서 장성 수를 줄여보자는 구상인데, 지난 2월에도 헤그세스 장관은 이른바 '장성 인플레이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인 적이 있다. 그는 "2차대전에서 승리했을 당시 (미군에) 7명의 4성 장군이 있었는데 현재는 44명"이라면서 "군 장성·계급 인플레이션을 축소할 것"이라고 언론 인터뷰나 국방부 타운홀 미팅에서 누차 밝혔다. 
미군 4성 장군들은 침대가 있는 보잉737급 C-40 전용기를 이용하는가 하면 대궐 같은 관사에서 운전기사, 요리사, 비서를 부리는 등 겉보기에는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자리다. 과거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함께 일했던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에 대해 농담 삼아 "(국방장관인 내가 상사인데) 멀린은 밥 해주는 사람이 있고 나는 전자레인지를 돌리는 신세"라고 한 적도 있다. 2025년 기준 미 4성 장군의 기본 연봉은 약 22만5000달러로 미 연방 공무원 연봉 상한액인 약 19만5000달러보다 많다. 기본급 외에 각종 수당과 식비, 의복비 등 혜택을 더하면 미 장성이 누리는 금전적 이익은 더욱 커진다. 
헤그세스 장관이 가지고 있는 구상은 4성 장군 자리 몇 개를 없애 연방 예산 지출액 수백만 달러를 줄여보자는 정도의 수준은 물론 아닐 것이다. 4성 장군 보직과 그에 해당하는 부대의 규모를 축소하고 전략적 유연성 명분하에 미군의 전체적 효율성 제고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 현지 언론들도 주한미군사령관 자리를 효율성 제고의 주요 타깃으로 본다는 점에서 주한미군은 계속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은 4성 장군이면서 한미연합사령관·유엔군사령관·주한미군 선임장교를 겸하며 '4개의 모자'를 쓰고 있는 자리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 해외기지에서 주한 미 육군뿐만 아니라 주한 미 공군, 해군, 해병대, 우주군까지 통솔한다. 육군이 절대 다수를 이루고 있는 주한미군의 특성상 주한미군사령관에는 미 육군 4성 장군이 보임된다. 
반면 공군, 해군, 해병대 위주로 편성되어 있는 주일미군사령관에는 미 공군 3성 장군이 임명된다. 만약 주한미군이 육군 등 재래식 전력 중심의 방어는 한국군에 일임하고 해·공군을 중심으로 괌과 대만 등 역내에서 자유롭게 기동할 수 있는 편제로 재편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현재 오산에 있는 미7공군사령관(3성 장군)이 주한미군사령관을 겸하도록 워싱턴에서 결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美에 협조하며 '핵 억제력' 등 주고받기 해야
전략적 유연성 기조에서 최근 확인된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일련의 발언들은 이런 질문들을 떠올리게 한다. 앞서 언급한 5월27일 한미연구소(ICAS) 화상회의에서 브런슨 사령관은 "힘에 의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때때로 다른 지역으로도 이동해야만 한다"면서 "우리에게는 그걸 실현할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무기가 있는데, 바로 강한 한국군"이라고 말했다. 또 "세계 10대 육군 중 하나가 바로 이 지역에 있고 우리는 그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했다. 이는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어를 한국군에 상당 부분 일임하고, 유사시에는 대만 등 인근 지역 임무에 배치될 수 있다는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한 발언이다. 
지금 당장 주한미군 인원 조정설을 모두가 부인하고 있지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기조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필연적으로 인원과 무기의 재배치를 수반한다. 이때 생기는 힘의 공백을 메울 대책도 한미연합체계 내에서 함께 준비하고 마련하겠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북한과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 동맹의 약화로 잘못 읽힐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 조정설을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등 안보 문제를 패키지로 묶어 논의하며 곧 출범할 한국 새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기도 한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주한미군 숫자만 유지한다고 해서 우리 안보가 계속 지켜질 수 있는지는 신중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또 전략적 유연성 기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대에게 주한미군 숫자에 연연해 매달리면 문제는 시시때때로 반복될 수밖에 없고, 늘 밑지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 
미군도 인정하는 우리의 군사력과 안보 역량에 터를 잡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기조에 협조할 테니 전시작전권 환수를 위한 미군의 지원 강화, 핵 확장억제력 유지 강화 같은 급부를 주고받으며 '호혜적 한미 동맹'으로 더욱 발전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주한미군 숫자 이야기만 나오면 '감축'될까봐 벌벌 떨 것이 아니라 당당히 협의할 수 있는 '조정'으로 받아들이며 우리 실력을 키워나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실행해야 할 우리 군 장성들과 당국에게도 자리 보전보다 실력 배양을 최우선 목표로 도전적인 자기 혁신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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