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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시대, 세상은 곳곳에서 뒤바뀌고 있습니다. 대중문화에서 그 역전의 순간을 포착해 사회·문화적 변화를 짚어 봅니다.




K팝 그룹 중국인 멤버와 한국 매니저가 소속사 사무실에서 말다툼하는 모습을 챗GPT로 생성했다.


대중문화에서 역전의 순간을 포착해 사회·문화적 변화를 짚어 보는 '역전' 코너를 통해 지난 3일 '서울대 경영대생은 왜 대기업 안 가고 '연예인 매니저'가 됐을까'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로드매니저, 외주제작사 PD 등 3D로 기피했던 대중문화 업종을 두드리는 다재다능한 청년들의 취업 준비 풍경을 유료백신 개인용 가격 통해 산업과 시대적 인식 변화를 다루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역전 현상을 여러 K팝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취재하다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외국어 구사 능력을 갖춘 로드매니저와 K팝 아이돌의 '불편한 동거'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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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경영대생은 왜 대기업 안 가고 '연예인 매니저'가 됐을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010929000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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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스크' 관리 위해 숨긴 중국어 능력?

앞선 기사에 미처 담지 못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대부분의 K팝 아이돌그룹엔 외국인 멤버가 있습니다. K팝의 해외 시장 공략을 수월하게 하려고 팀에 다국적 멤버를 함께 키우는 전략입니다. 2010년 이후 데뷔한 그룹 A에도 중국인 멤버들이 있었습니다 원주신용불량자 . 이들은 사석에서 중국어로 대화했습니다. 어느 날 해외 출장 일정, 중국인 멤버들이 서로 중국어로 주고받던 대화 중엔 소속사 관련 불만 내용이 담겼나 봅니다. 옆에 있던 매니저는 자연스럽게 이 대화를 들었습니다. 출장이 끝나 귀국한 뒤 관련 내용을 회사에 전달했고요. 위기관리라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이 매니저는 한국인이었지만 중국어에 능통했습니다. 외국인 부동산 무료상담 멤버 관리와 중화권 활동 지원을 위해 소속사가 중국어로 업무 진행이 가능한 사람을 로드 매니저로 뽑은 겁니다.
매니저로부터 중국인 멤버들의 소속사 관련 불만 내용을 전달받은 회사는 따로 외국인 멤버들과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소속사 관련 얘기가 나와 중국인 멤버들은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주위에 아무도 못 알아들을 줄 알고 중국어로 소속사 관련 속마음을 서로 털어놓은 건데 그 내용을 회사가 고스란히 알고 있어서였습니다. 미팅 후 중국인 멤버들은 매니저를 찾았습니다. "왜 중국어 하는 거 숨겼냐"고 따졌다고 합니다. 매니저는 "못 한다고 말한 적 없다. 너희가 (중국어 할 줄 아냐고) 물어보지 않았고 그냥 얘기하지 않았을 뿐이다"라며 맞섰다고 합니다.
K팝 기획사들은 오랫동안 '차이나 리스크'로 속앓이를 해왔습니다. 크리스와 루한(엑소), 한경(슈퍼주니어) 등 중국인 멤버들이 활동을 돌연 중단하고 중국으로 떠나거나 라이관린(큐브엔터테인먼트)과 주결경(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처럼 소속사에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고향으로 돌아간 사례가 잇따라서였습니다.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뒤 일방적으로 중국으로 건너가 돈을 버는 '먹튀 논란'뿐 아니라 일부 중국인 멤버들이 6·25 전쟁을 '항미원조'라 언급해 국내 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잡음이 계속되다 보니 K팝 기획사들은 '차이나 리스크' 관리에 혈안이 됐습니다. 앞서 중국인 멤버들과 갈등을 빚은 매니저는 그의 말대로 굳이 중국어를 하는 걸 밝히지 않을 걸까요 아니면 일부러 숨긴 걸까요. K팝 외국인 멤버와 현지어를 하는 매니저의 동행으로 벌어진 웃을 수만은 없는 해프닝입니다. 하이브의 아티스트 의전 매니저 채용 공고 등을 보면 요즘엔 로드 매니저가 예전처럼 운전면허증만 갖고 있어선 되기 어렵습니다. 전문대 이상 학사 졸업증과 영어, 일본어, 중국어 중 하나의 외국어를 할 줄 알아야 한류 스타의 매니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가방 모찌'라 불렸지만 점점 고도화되는 매니저들의 스펙은 K팝 아이돌에게 좋은 걸까요 아니면 소속사에 좋은 걸까요. 취재하면서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게 한 업계 풍경이었습니다.



여성 아이돌 가수가 미국인 매니저와 함께 미국 공항으로 입국하는 모습을 챗GPT로 생성했다.


스타와 매니저의 공생 양상은 여러모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요즘 K팝 아이돌 옆엔 아예 외국인 매니저가 붙어 다니기도 한다고 합니다. K팝 아이돌그룹 B의 멤버는 솔로 활동 할 때 미국인 매니저가 동행합니다. 이 아이돌 가수 소속사 관계자는 "미국에서 활동할 때 비자 관리 문제 등이 훨씬 수월해 미국인을 매니저로 고용했다"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문직 비자'로 불리는 H-1B 비자 발급 수수료를 1,000달러에서 최근 1만 달러로 100배 올렸습니다. 미국이 여러 형태로 외국 인력에 대한 빗장을 걸어 잠그자 국내 K팝 기획사들도 주시하는 눈치였습니다. 이제 한국 연예인 매니저 자리를 두고 한국인과 외국인이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겁니다.

연예인처럼 접근 제한되는 매니저, 왜?

마지막으로 역전 취재 뒷얘기입니다. '서울대 경영대생은 왜 대기업 안 가고 '연예인 매니저'가 됐을까'기사에서 언급한 두 서울대 출신 매니저에게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 가족의 반대는 없었는지 그리고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등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려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두 매니저 모두 각기 다른 이유로 인터뷰를 고사했습니다. 연예인도 아닌데 전면에 나서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라디오 스타' 속 매니저 역을 맡은 안성기. 시네마서비스 제공


"O 그룹 매니저가 S·K·Y 출신이래요"란 제보를 받아 해당 매니저에 전화를 걸어보니 전화기 너머 해외 로밍 알림 소리가 흘렀습니다. 출장 중이었습니다. 요즘 현장에선 매니저를 따로 만나 얘기를 나누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이브 채용 공고에 명시된 아티스트 의전 담당자 필요 역량엔 '업무상 습득한 정보에 대한 철저한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직업윤리'가 적혀 있었습니다. 젊은 매니저들과의 활발한 교류가 어려워진 배경입니다. 연예기획사들은 이제 현장 매니저 전화번호도 쉬 알려주지 않습니다. 매니저에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언론 접촉은 홍보실에서 전담하는 추세라서입니다. "홍보실과 얘기하시라"는 '철벽 매니저'가 등장한 배경입니다. 영화 '라디오스타'(2006) 속 낭만 있는 민수(안성기) 같은 '라떼 매니저'가 유난히 그리워지는 건 제가 '라떼 기자'라서이겠죠?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