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한국의 연간 노동생산성이 근로시간 단축을 논의 중인 주요 선진국의 3분의 2 수준에 그쳐, 생산성 향상 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할 경우 선진국과의 1인당 소득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 4.5일제 시행 때는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 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사진=게티이미지)



노동생산성 선진국 대비 크게 떨어져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박정수 서강대 교수와 공동 연구해 22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연간 노동생산 무료개인회생 성(취업자 1인당 GDP)은 6만5000달러로 지난 2023년 기준 개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2위를 기록했다.
이는 이미 주 4일제를 도입한 벨기에(12만5000달러), 아이슬란드(14만4000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시범 운영 중인 프랑스(9만9000달러), 독일(9만9000달러), 영국(10만1000달러)에 애니론 도 크게 못 미친다. 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 호주 등은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주 4일제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들 국가와 비교해 한국 노동생산성은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SGI는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의 직무 만족도 향상과 여가 확대를 통한 소 급여 비 진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당 노동생산성 향상 없이 근로시간을 줄일 경우 연간 생산 실적이 떨어지고 인건비가 늘어나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SGI는 한국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낮을 뿐 아니라 2018년부터 임금 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을 급격하게 앞서고 지적 남자직장 했다. SGI 분석에 따르면 2000년~2017년 연간 임금(명목)과 노동생산성(명목) 증가율은 각각 연 평균 3.2%씩 늘었다. 그런데 2018년~2023년에는 연간 임금이 4.0% 오르는 동안 노동생산성은 1.7% 상승하는데 그쳤다.
박 교수는 “최근 국내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주력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둔 환매조건부매입 화하고 있는데, 임금은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법정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초과수당 증가, 통상임금 판결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상승해 온 결과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인건비 상승이 노동생산성을 상회할 경우 노동집약적 산업일수록 더 타격을 받는다는 점이다. 또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일수록 수익성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
실제 SGI 분석에 따르면 노동집약적 기업의 총자산이익률(ROA)은 2018년 전후 1.8%포인트 떨어져 자본집약적 기업보다 더 크게 하락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중견기업이 1.5%포인트 내렸다. 대기업(0.4%포인트 하락)에 비해 훨씬 큰 폭의 하락을 보인 것이다.
김천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대기업은 자본과 기술 투자를 통해 일정 부분 생산성 보완이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은 임금 부담을 가격에 전가하기 어렵고 연구개발 투자 여력도 부족하다”며 “경기 둔화, 인건비 상승, 생산성 개선의 한계가 겹치면서 중소기업의 경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첨단산업 엔 주52시간 예외적용해야

SGI는 근로시간 단축이 일과 삶의 균형을 높인다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선진국 대비 낮고 향상 속도마저 정체된 현실을 고려하면, 기업 경영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근로시간의 탄력 적용 △노동시장 유연화와 인력 재조정 △중소·중견기업 성장 지원 등이다.
SGI는 “경직된 노동시장과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 속에서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경기 둔화기에는 생산성과 임금 간 격차가 확대돼 기업 부담이 커지고 회복기에는 인건비 증가로 경영 애로가 가중될 수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할 경우 첨단산업에 대해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등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인력 재조정 필요성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연한 인력 운용이 필수적”이라며 “직무·성과 중심으로의 임금체계 개편, 취업규칙 변경 절차의 합리적 개선, 교육·재배치 지원 등 인력 활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구개발 인센티브 확대 △맞춤형 금융·세제 지원 등 중소·중견기업 맞춤형 정책을 통해 성장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고 SGI는 제언했다.
김소연 (sykim@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