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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신민주 캠페이너]
[29,900원! 직장인 필수 기본템, 초특가 마지막 득템의 기회]
핸드폰을 켜자마자 니트 광고를 발견했다. 한 번도 사본 적 없는 디자인의 니트인데, '기본템'이라는 말을 보니 나 빼고 모두 이런 디자인의 니트를 한 벌씩은 가지고 있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거기다 마지막 초특가 세일이라니 7일 , 지금 당장 이 니트를 사지 않으면 손해를 볼 것 같아 초조해졌다.
블랙 프라이데이(미국에서 1년 중 가장 큰 폭의 세일 시즌이 시작되는 날)를 코 앞에 둔 지금, 어디를 가나 광고가 보인다. 초특가, 마지막, 엄청난 퍼센트의 세일, 절호의 기회 등. 여간 신경 쓰이는 문구가 아닐 수 없다. 그중에 가장 신경 쓰이는 문구는 '기본템' 혹 정부지원서민대출 은 '필수템'이라는 문구이다. 내 옷장에는 대개 그런 말이 붙을 자격이 없는 옷들만 들어있는 탓이다.
언젠가 그 옷들도 기본템, 혹은 필수템으로 불렸던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수년 전에나 맞는 이야기이고, 지금은 그냥 낡고 유행에 뒤처진 옷들이 되어버렸다. 혹은 나이가 들어 영 입기 곤란해져 버렸거나. 제멋대로의 옷을 보고 있 특이사항 특기사항 으면 과거의 내가 무슨 생각으로 옷을 골랐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블랙 프라이데이만 되면 이번 기회에 최신 유행 기본템들을 사서 번듯한 직장인으로 거듭나야 하나 고민이 든다.
옷의 생애는 짧다. 패스트 패션 산업이 커지며 질이 나쁜 옷이 많아진 탓도 있지만, 눈 깜짝할 새 바뀌는 유행 탓도 크다. 지금 시대의 옷은 아주 카드모집인협회 짧은 시간 동안에만 만족감을 준다. 짧은 순간 이후 옷은 못생기고 시대에 뒤처진 것이 되어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 옷들은 어디로 갈까? 그 옷들은 정말 필요한 곳으로 가는 것이 맞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옷을 먹는 소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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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7월 1일 방송한 KBS <환경스페셜> -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 KBS
몇 해 전 방영된 KBS 환경스페셜 다큐멘터리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에서는 소가 나왔다. 소는 가나의 마을을 덮은 헌 옷 위에서 옷 섬유를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배경 내레이션에서는 소들이 옷 위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잠시 후 헌 옷들에 불이 붙었다. 매캐한 연기와 함께 내가 기부한 옷이 좋은 쪽으로 쓰일 것이란 기대가 불에 타 흩어지는 것 같았다.
일주일에 컨테이너 100개 분량의 옷이 가나의 테마항 항구에 도착한다. 한 달만 지나면 테마항에 들어오는 옷만으로도 대한민국 전 국민에게 옷을 한 벌씩 나눠줄 수 있게 된다. 옷이 산더미처럼 쌓인 무덤이 생기고, 옷 쓰레기를 모두 처리할 수 없는 사람들은 그것을 태워 폐기한다. 이 모든 일은 순전히 옷이 너무 많기 때문에 발생한다.
여기엔 우리나라의 책임도 있다. 우리나라가 한 해 30만 톤에 달하는 중고 의류를 수출하기 때문이다. 헌 옷 수거함에 들어간 옷들은 아주 적은 수만 재활용되고, 대부분은 수출된다. 그 옷들은 흘러 흘러가서 다른 나라의 쓰레기 문제를 만든다.
▲ 베를린 패션 위크가 시작되는 시점에 열린 패스트 패션 반대 시위 모습. 시위에 사용된 의류 폐기물 산은 가나에서 가장 큰 중고 의류 시장인 칸타만토 시장에서 가져온 것으로 구성었다.
ⓒ Paul Lovis Wagner/GP
한 번도 입지 않은 새 옷의 사정도 비슷하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쏟아지는 마케팅에도 끝까지 팔리지 않은 옷들은 재고가 된다. 산더미처럼 쌓인 재고는 비밀스러운 과정을 통해 버려진다. 제품의 희소성을 지키거나, 세금 감면을 받기 위해서는 재고를 폐기하는 것이 기부나 재활용보다 더 좋은 방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BBC에서는 2017년, 버버리가 422억 원가량의 자사 명품을 불태워 없앴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의류업의 재고율은 29.7%에 달한다. 10벌 옷을 만들면 3벌은 재고가 된다. 우리나라는 그렇게 폐기되는 옷의 양이 얼마인지 통계조차 없는 나라이지만, 30%에 가까운 재고율은 필요한 것보다 많은 옷이 생산되고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우리가 블랙프라이데이에 마주하는 현실이라는 것은 이런 식이다. 우리는 수많은 옷을 만드는 세상에서 광고에 이끌려 옷을 사고, 광고는 다시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산 옷은 보기 좋게 유행에 뒤처진 구린 것이 된다. 누군가는 선의로 그 옷을 헌 옷 수거함에 넣지만, 정작 환경 오염과 지역 주민의 고난을 선물하는 일로 이어진다. 이 시스템에서 선한 마음은 무력하기 짝이 없다. 이건 참 멋지지 않은 일이다.
어느새 패션은 안 멋져
그런데도, 많은 이들은 패션을 열광한다. 패션은 보온이나 편의라는 옷의 기능적 면모를 넘어 나 자신을 보여주는 방법이 되었다. 멋진 옷을 입고 싶고, 옷에 자신의 가치관과 추구하는 삶을 반영하고 싶은 마음은 아주 특별한 욕구가 아니다. 패션을 사랑하는 마음 자체가 죄가 될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점이다. 우리가 과연 옷을 통해 '자유롭게' 나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지 다시 고민해 볼 때이다.
수많은 콘텐츠들에서 사회생활의 예의가 화장을 하고, 어느 정도 값이 나가는 옷을 입는 것이라 주장한다. 체형을 부위 단위로 쪼개 어떤 옷을 피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정보성 콘텐츠도 늘었다. 조금 특이하지만 그다지 문제가 없는 옷을 입은 사람도 과도하게 많은 시선을 받게 되었다.
옷은 사람 대신 글을 쓰지도, 회의를 진행해 주지도, 전화를 대신 받아주지도 않지만, 외모와 옷은 때로 실력보다 더 많이 한 사람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온 세상이 온 힘을 다해 옷이 나 대신 일해주고, 사랑 받아 마땅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적당히 깔끔한 옷을 입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졌다.
어느새 패션은 멋지지 않아졌다. 그건 패션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패션 광고와 콘텐츠들이 만들어놓은 틀 안에 나를 맞추어 나가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옷을 사서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옷을 사는 행위 자체가 개성인 것처럼 포장될 때,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개성은 카드를 긁는 행위에서 멈춘다. 옷은 물건일 뿐, 나 자신이 될 수는 없다.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와 다시입다연구소, 빅웨이브 등의 단체가 함께 준비한 행사에서 중고 의류 교환을 체험하고 있는 참가자
ⓒ Greenpeace
우리는 패션을 포기하기보다는 더 멋진 패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보아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는 패션 자체가 좀 더 가벼워지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관용과 인정은 필수이다. 옷을 개성과 가치관을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 정도로만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그건 좀 더 가볍게 심호흡하고 유행을 따라가는 일을 멈추는 것일 수 있다.
유행을 따라가지 않는다고 내 인생 자체가 구린 것으로 바뀌진 않을 것이다. 옷이 내가 아니고, 내가 나라면 유행에 뒤처지는 것은 또 다른 나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길이 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오히려 그게 지금도 옷이 쌓여 고통받고 있는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과 동물들, 환경을 위한 길이 될지도 모른다.
한숨 돌렸으면, 이제 좀 더 가벼워진 패션에 개성과 가치관을 담아볼 때이다. 지역의 주민들과 웃으며 중고 의류를 나누어 보고, 나만의 기발한 수리법으로 옷을 리폼해 보고, 대안적인 소비를 해볼 수도 있다. 당신은 원래 선량한 사람이다. 모두를 망치는 패션 대신 모두를 위한 패션을 만드는 일에도 앞장설 수 있다. 패션은 원래 룰이 없다. 그럼 이제 더 나은 패션을 위한 준비운동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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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우리나라의 책임도 있다. 우리나라가 한 해 30만 톤에 달하는 중고 의류를 수출하기 때문이다. 헌 옷 수거함에 들어간 옷들은 아주 적은 수만 재활용되고, 대부분은 수출된다. 그 옷들은 흘러 흘러가서 다른 나라의 쓰레기 문제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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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ul Lovis Wagner/GP
한 번도 입지 않은 새 옷의 사정도 비슷하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쏟아지는 마케팅에도 끝까지 팔리지 않은 옷들은 재고가 된다. 산더미처럼 쌓인 재고는 비밀스러운 과정을 통해 버려진다. 제품의 희소성을 지키거나, 세금 감면을 받기 위해서는 재고를 폐기하는 것이 기부나 재활용보다 더 좋은 방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BBC에서는 2017년, 버버리가 422억 원가량의 자사 명품을 불태워 없앴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의류업의 재고율은 29.7%에 달한다. 10벌 옷을 만들면 3벌은 재고가 된다. 우리나라는 그렇게 폐기되는 옷의 양이 얼마인지 통계조차 없는 나라이지만, 30%에 가까운 재고율은 필요한 것보다 많은 옷이 생산되고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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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패션은 안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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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콘텐츠들에서 사회생활의 예의가 화장을 하고, 어느 정도 값이 나가는 옷을 입는 것이라 주장한다. 체형을 부위 단위로 쪼개 어떤 옷을 피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정보성 콘텐츠도 늘었다. 조금 특이하지만 그다지 문제가 없는 옷을 입은 사람도 과도하게 많은 시선을 받게 되었다.
옷은 사람 대신 글을 쓰지도, 회의를 진행해 주지도, 전화를 대신 받아주지도 않지만, 외모와 옷은 때로 실력보다 더 많이 한 사람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온 세상이 온 힘을 다해 옷이 나 대신 일해주고, 사랑 받아 마땅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적당히 깔끔한 옷을 입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졌다.
어느새 패션은 멋지지 않아졌다. 그건 패션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패션 광고와 콘텐츠들이 만들어놓은 틀 안에 나를 맞추어 나가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옷을 사서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옷을 사는 행위 자체가 개성인 것처럼 포장될 때,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개성은 카드를 긁는 행위에서 멈춘다. 옷은 물건일 뿐, 나 자신이 될 수는 없다.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와 다시입다연구소, 빅웨이브 등의 단체가 함께 준비한 행사에서 중고 의류 교환을 체험하고 있는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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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패션을 포기하기보다는 더 멋진 패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보아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는 패션 자체가 좀 더 가벼워지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관용과 인정은 필수이다. 옷을 개성과 가치관을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 정도로만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그건 좀 더 가볍게 심호흡하고 유행을 따라가는 일을 멈추는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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