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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GM)은 올해 1분기(1∼3월) 내수 시장에서 산하 브랜드 쉐보레와 캐딜락, 지엠시(GMC) 통틀어 4108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6919대)에 견줘 41% 줄었다. 10년 전만 해도 10% 안팎을 오가던 신차 시장 점유율은 어느덧 1%대로 곤두박질쳤다. 1분기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판매량은 2만대를 밑돌 공산이 크다. 시장 점유율도 1%대가 무너질 위기다.
위태로운 1% 점유율…느긋한 한국지엠, 왜?
빠르게 내수 시장에서 밀려나는 상황이지만 한국지엠의 대응은 미적지근하다. 공격적인 신차 출시 계획이나 가격 총부채상환비율 인하 등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지엠 사장이 지난 2월 쉐보레 서울 신촌대리점을 직접 방문해 “지엠 한국사업장은 올해 판매 성장을 목표로” 한다고 하고, 구스타보 콜로시 부사장이 “앞으로 계속 신차를 출시할 것”이라고 말한 게 전부다.
이런 ‘느긋함’에는 이유가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1조3567억 퓨마 원(연결 기준)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도 약 5% 늘었다. 내수 판매는 줄고 있지만, 부평과 창원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 대부분이 향하는 미국에서 판매가 늘어난 덕이다. 영업이익률은 전년도에 이어 9%대를 유지했다. 영업외손익을 반영한 순이익은 2조2077억원으로 47% 증가했다. 2022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후 수익성이 궤도에 오른 모습이다.
우리파이낸셜자소서 수출 증가에만 기댄 결과는 아니다. 한국지엠은 수년에 걸쳐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을 단행했다. 지난 2018년 군산 공장을 폐쇄하고, 2022년엔 부평2공장 문을 닫았다. 가동률이 저조했던 두 공장을 정리함으로써 고정비를 줄이려는 조처였다. 대리점에 지급하던 각종 지원금 비용을 아끼려 판매망도 축소하고 있다. 지난해 쉐보레 대리점을 폐점한 한 점주는 캠코 소액대출 “한국지엠으로부터 폐업 지원금 명목으로 1억6천만원을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대리점 수는 2018년 전국 280곳에서 현재 72곳으로 급감했다. 2023년부터는 자발적 퇴사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지엠 본사 인력도 감축하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경차나 경쟁에서 밀렸던 세단형 승용차 시장에서는 아예 발을 뺐다. 세단인 크루즈를 201 카드할부계산기 8년 생산 중단하고, 출시 뒤 2년 간 11만대 가까이 팔릴 만큼 ‘잘 나갔던’ 경차 스파크와 세단 말리부도 2022년 잇달아 단종했다. 2018년 19개 모델을 판매하던 한국지엠은 이제 한국에서 7개 모델만 판다. 신차를 계속 내놓으며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일반적인 자동차 회사의 영업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잘 팔리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집중하겠다는 미국 본사 전략에 따른 것이었지만,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한국 시장을 내어준 꼴이 됐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쉐보레의 보급형 모델이 사라진 자리를 고급차 브랜드 캐딜락의 에스유브이 신차로 채운 데서 내수 시장 점유율 확대보다는 수익성을 중요시하는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제너럴모터스의 세계 경영 전략 변화
몸집을 가볍게 하고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런 기조는 지엠 본사의 경영 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 지엠 본사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 후 공적 구제를 통해 회생한 뒤 1년여 간 미국에서만 공장 8개를 폐쇄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생사기로에서 벗어난 지엠은 2013년 메리 바라 현 최고경영자(CEO) 취임 후 칼날을 글로벌 시장으로 돌렸다.
유럽, 러시아, 인도, 남아공, 태국,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시장에서 철수했고, 전세계에 흩어져 있던 공장도 대거 정리했다. 2013년 말 지엠은 25개국에 공장을 두고, 59개국 시장에 진출한 상태였다. 지난해 말 공장을 둔 나라는 7개국으로, 진출 시장은 33개국으로 줄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회사’라는 타이틀을 과감히 벗어던진 것이다. 바라 최고경영자는 과거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지엠이 모든 곳에서 모두를 위해 모든 차를 제공하던 때도 있었다”며 “하지만 그런 전략은 이기는 데 적합한 전략이 아니다. 우리는 이기기 위해 여기 있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승리로 가는 길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에 있다. 미래 먹거리가 될 두 분야에 장기간 투자하려면 다른 사업에선 손실을 감당할 여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한국지엠이 국내 신차 출시에 극도로 신중한 점이나 계속해서 비용 절감을 추구하는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 불안한 한국지엠의 앞날
그러던 한국지엠은 최근 암초에 부딪쳤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차에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 수출로 최적화시킨’ 수익성에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바라 대표는 지난 1일(현지시각) 진행된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주요 무역국과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고 있다”며 “미국에 잉여 생산 설비가 있어 이를 빠르게 활용할 수 있다. (중략)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현명하게 자본을 배치할 것이라고 투자자와 주주들에게 약속한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에 생계를 의존하는 노동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내수 판매가 쪼그라들며 대리점 점주들과 판매직 노동자들은 생계가 어려워지거나 일자리를 잃었다. 정비소도 일거리가 끊기다시피 해 다른 브랜드 차 정비를 병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오민규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자문위원은 “한국지엠이 경쟁력 있는 신차 국내 출시 등 내수 판매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철수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꺼지지 않는 것”이라며 “한국에서 사업을 유지하기로 산업은행과 약속한 기한인 2027년 말 이후로도 생산할 물량을 배정해 사업 의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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