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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희세희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50회 작성일 25-01-1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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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는 마치 모델 남성의 지었나 또불곰이라고도 불리는 회색곰의 모습. “근육과 지방의 무게가 360㎏이 넘으며 날카로운 송곳니에 발끝에는 10㎝나 되는 발톱이 달린” 육식동물로 북미에선 1년에 300여명이 회색곰에게 잡아먹힌다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멸종 위기에 놓인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쉽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과 이웃해 살아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집 앞 천변을 산책하다가 너구리 가족을 만난다면 당신은 너그럽고 인자하게 미소를 띄울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마주치는 게 너구리가 아니라 당신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수도 있는 곰이라면 과연 어떨까.
2024년 8월13일,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 구례군 인근 야산에서 버섯 채취를 하던 kb자산운용 50대 주민이 반달가슴곰으로 추정되는 야생동물을 만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직접 공격을 받은 건 아니지만 도망치다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이 녀석이 정말로 반달가슴곰이었다면,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이후 지리산에서 인간과 반달가슴곰이 직접 조우한 것은 2014년에 이어 두 번째라 한다. 이날 한겨레 뉴스룸에서는 이 소식을 전하는 기사의 제목 은행 대출 이자율 을 두고 ‘난감하다’는 의견이 오갔다. 인간의 안전을 위해 ‘곰이 위험하다’고 강조하면 곰을 없애라는 주장이 나오진 않을까, 곰도 살아갈 권리가 있으니 인간더러 ‘곰에게 익숙해지라’ 할 것인가. 곰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던 때에는 고민거리가 아니었을 문제다. 한때 멸종위기에 처했던 반달가슴곰은 보호 정책과 복원사업의 결과로 현재 지리산에서 살아가는 개체가 국민은행 가산금리 89마리로 늘었다. ‘곰과 인간의 공존’은, 이제 그럴 듯한 말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앞으론 버섯을 채취하러 산속 깊이 들어간 사람이 아닌 탐방로만 따라 걷는 산행객들일지라도 곰과 마주치는 상황을 겪을 수 있는 것이다.



전남 구례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 무료파산신청 원야생생물보전원 생태학습장에서 생활하는 반달가슴곰. 과거 한반도 전역에 서식하던 반달가슴곰은 보호 정책과 복원사업으로 멸종위기에 처했던 개체수를 조금씩 늘려 가고 있는 상황이나, 여전히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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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8종밖에 없는 곰
전세계에서 곰과 인간이 마주치며 일으키는 긴장감이 가장 팽팽한 현장은 미국이다. 미국 서부에서는 호젓한 산길이 아니라 아예 인간들이 사는 마을에서도 곰과 마주칠 수 있다. “마트로 걸어 들어와 토르티야 칩 봉지를 집어 든”다거나, “주유소 편의점에 쳐들어와 초코바를 허겁지겁 삼킨”다거나, 제과점 주방에서 버터를 한꺼번에 11킬로그램이나 생으로 먹어 치우”곤 하는 녀석들의 정체가, 너구리 따위가 아니라 북아메리카 대륙에 널리 서식하는 대표적인 곰종인 미국흑곰인 것이다.(관련 영상)
언론인 글로리아 디키는 2013년 캐나다에서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로 이주해오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곰을 자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야생동물과 아주 가까이 산다는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신나는 일이 전혀 아니었다.” 오랫동안 이어온 보호 조처로 개체수가 늘어난 미국흑곰들은 먹을 걸 구하기 위해 곧잘 인간들의 도시에 어슬렁거리며 나타났고, 그때마다 인간들은 혹시 모를 사고를 경계하며 초긴장 상태가 되어야 했다. 콜로라도주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2진 아웃’, 곧 한번 이상 도시에 나타난 곰은 곧바로 사살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렇다고 무고한 곰을 쏴죽이는 것 또한 인간들이 바라는 바는 아니었다. 최소한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가 곰들을 잡아끄는 일은 막아보자는 취지로, 볼더 시의회는 곰이 열지 못하도록 복잡한 장치를 장착한 ‘곰 방지용 쓰레기통’ 사용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만들기도 했다.
인간과 곰이 서로 맞부닥치며 곤경에 빠진 이 모습이 디키로 하여금 ‘에이트 베어스’(Eight Bears, 2023)란 책을 쓰게 만들었다. 책은 페루의 안경곰, 인도의 느림보곰, 중국의 대왕판다, 베트남의 반달가슴곰과 태양곰, 미국의 미국흑곰과 회색곰(불곰), 캐나다의 북극곰 등 전 세계 여덟 종의 곰들을 찾아다니며 이들이 저마다 어떻게 인간과 관계 맺고 있는지 탐구한다. 현생 곰의 종류가 여덟 종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좀 놀라울 수도 있는데, 사실 인간의 번성이 다른 동료 생물들을 멸종으로 몰아갔다는 건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그보다는 멸종을 걱정한다는 인간이 ‘정말로’ 야생동물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물음이 날카롭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지’에서 뒷다리로 설 수 있고, 위가 하나이며, 세 개의 관절로 이루어진 발톱이 다섯 개라는 점에서 곰과 인간이 서로 닮았다고 지적했다. 그런 유사성 때문인지 유전적으론 가깝지 않지만 “곰과 동물은 한때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족에 속한다고 여겨졌”으며, 전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곰을 친밀한 존재로 여겨온 신화와 상징이 발견된다. 단군신화 속 웅녀 이야기는 동북시베리아 지역에도 곰을 숭배하는 풍습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우리는 한때 가장 가까운 친족으로 여겼던 동물에게 큰 연민을 보이지 않았다.” 이제 “남아 있는 곰은 겨우 여덟 종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그중 여섯 종은 멸종까지 우려”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미국흑곰이 도시로 와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을 막기 위해 만들어 팔고 있는 ‘곰 방지 쓰레기통’ 광고.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시의회는 이 쓰레기통 사용을 의무화하는 규제까지 만들었다. 누리집 갈무리


저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어쨌든 인간 때문에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로 서식지를 잃고 있는 건 북극곰만이 아니다. 남아메리카 고지대의 운무림 속에서만 사는 안경곰은 전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 곰 캐릭터 중 하나인 ‘패딩턴’으로도 유명한데, 이 안경곰도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지구온난화의 결과로 운무림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이미 높은 지대에 사는 안경곰으로서는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줄어든 서식지를 두고 퓨마, 재규어 등 다른 포식자들과 더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은 안경곰을 더욱 멸종으로 몰아붙인다.
인간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안경곰과는 달리, 인도에 서식하는 느림보곰은 호전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해마다 100명이 넘는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해, 인도에서 가장 위험한 야생동물로 꼽힌다. 그렇지만 느림보곰이 그처럼 포악한 존재로 각인된 것이 단지 그 성질머리 때문만은 아니다. 인도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고, “좁은 땅덩이를 두고 정부와 기업, 기업과 농촌 주민, 농촌 주민과 동물 간의 충돌이 곳곳에서 빈발한다.” 그 결과 서식지를 잃은 느림보곰이 인간과 자주 충돌하고, 느림보곰에게 가족을 잃은 인간들이 복수심을 불태우며 느림보곰을 증오하고 잡아죽이는 악순환까지 벌어진다.
그래도 이들의 운명은, 베트남의 좁디좁은 철창 안에 갇혀 산 채로 쓸개에 도관을 꽂은 채 ‘건강에 좋다’며 인간에게 담즙을 채취당하는 곰들의 운명보단 낫지 않을까. 오늘날 아시아의 웅담 채취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곰은 대략 2만마리로 추정되는데, 그 곰종은 태양곰과 반달가슴곰이다. 그들의 담즙에 들어있는 ‘우르소데 옥시콜산’은 세포의 사멸을 지연시키는 구실을 한다고 알려졌다. 이것을 뽑아먹기 위해 인간은 태양곰과 반달가슴곰을 잔인한 방법으로 착취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잔인한 곰 사육 산업을 아직까지 종식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희망적인 이야기를 원한다면, 대왕판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다. 중국인들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인들까지 귀여워하는 대왕판다는 대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꼽혔지만, 중국 정부의 극진한 보살핌 덕에 개체 수가 2천마리에 가깝게 늘어 2016년 그 단계가 ‘위기’에서 ‘취약’으로 하향 조정됐다. 우리나라의 ‘푸바오앓이’를 보듯, 판다는 정치적일뿐 문화적으로도 각인된 인간의 사랑에 기대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아직 야생에서 자력으로 살아가기 어렵다곤 하지만, 인간과의 끈끈한 유대 관계 속에서 종의 생존을 이어가고 있는 판다의 운명은 희망적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은 페루에서 온 안경곰 패딩턴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영국 런던 시내에 놓인 패딩턴을 형상화한 조각물. 고대의 신화부터 현대의 아동문학에 이르기까지, 곰은 인간이 자신이 가깝다고 여기는 동물로서 인간의 인식 속에 단단한 상징적 지위를 차지해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1/10/hani/20250110050523742ydsr.jpg" data-org-width="970" dmcf-mid="xpokIm41P9"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1/10/hani/20250110050523742ydsr.jpg" width="658">

영국의 작가 마이클 본드의 유명 동화 <패딩턴>은 페루에서 온 안경곰 패딩턴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영국 런던 시내에 놓인 패딩턴을 형상화한 조각물. 고대의 신화부터 현대의 아동문학에 이르기까지, 곰은 인간이 자신이 가깝다고 여기는 동물로서 인간의 인식 속에 단단한 상징적 지위를 차지해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미국흑곰, 회색곰(불곰), 그리고 북극곰이 함께 얽혀있는 이야기는 다른 차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때 북아메리카를 개척하며 눈에 띄는 대로 곰을 잡아죽이며 야생을 박멸했던 미국인들은 20세기 들어 “주변 곳곳에서 황폐해진 자연과 생기 잃은 숲을 목격하고 파괴의 길에서 방향을 틀었다.” 에드워드 애비, 알도 레오폴드 등이 길을 냈던 ‘환경철학’은 야생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바꿨고, 오랫동안 인간을 위협해온 곰들에게까지 보존과 복원 정책이 적용되면서 어떤 곰들은 빠른 속도로 멸종위기에서 벗어났다.
“2021년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USFWS)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 본토 48개 주에서 회색곰은 역사적 서식지의 6%를 차지하고 있으며(몇 십년 전 수치인 2%에서 증가했다), 몬태나주, 아이다호주, 와이오밍주, 워싱턴주를 합해 개체수가 2000마리에 달한다. 주 정부와 연방 정부가 수십 년 동안 보호 정책을 펼친 덕분에 미국흑곰은 이제 미국 남동부를 탈환하고 있다. 텍사스주에서 미시시피주까지 분포하는 미국흑곰의 아종인 루이지애나흑곰은 보호종 목록에 24년 동안 올라와 있다가 개체수를 회복한 것으로 판단되어 2016년 목록에서 제외되었다.”
미국흑곰과 회색곰은 너무 많아져서 문제?
현재 미국흑곰과 회색곰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더 이상 전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 단 두 종의 곰이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곰들이 인간과 멀리 떨어진 숲속에서 살아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늘날 가장 번성하고 있는 곰종인 미국흑곰의 새로운 터전은 깊은 숲속이 아닌,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도시다. 곰은 원래 먹이를 구하기 힘든 겨울에 겨울잠을 자는데, 이 곰들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마을로 내려와 뒷마당과 쓰레기통, 자동차, 심지어 마트에서 필요한 먹이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린 곰들조차 먹이를 찾을 수 없으면 마을로 가면 된다는 걸 안다.
태양곰을 제외한 모든 곰종은 원래 생식 주기에 여름에 수정이 되어도 늦가을이 되어서야 착상하는 ‘지연 착상’을 경험한다. 먹이 사정이 좋지 않아 겨울잠을 자러 가기 전 충분히 살을 찌우지 못하면, 출산하는 대신 배반포를 재흡수해버려 개체 수를 자체적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인간들로부터 먹이를 공급할 수 있게 된 덕에 미국흑곰들은 이 ‘지연 착상’이 무색하게도 개체 수를 왕성하게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볼더처럼 ‘곰이 열기 어려운 쓰레기통을 만들어 쓰라’는 조례까지 만든 곳이 있겠는가.



음식을 얻기 위해 차량이 지나다니는 도로 위에 나타난 회색곰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캘리포니아 타호호수 주변에서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 곰과 인간의 접촉 건수는 무려 1000퍼센트나 증가했다.” 곰과 인간이 조우하는 경우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그 결말이 대개 좋지 않다. 곰은 자신의 먹이 획득에 방해되는 인간을 공격하고, 인간은 인간을 위협하는 곰을 죽여야 한다. “네바다주야생동물국의 관리인들이 1997~2013년 타호호수분지와 그레이트베이슨사막 서부에서 안락사시킨 곰은 132마리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곰이 가뭄철에 물과 먹이를 찾아 고속도로를 건너려다 차에 치여 죽었다.”
미국흑곰과 잘 지내는 일이 왜 중요하냐면, 이것이 회색곰과도 잘 지낼 수 있을지 따져보는 가늠자가 되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야생동물인 회색곰과 마주치는 것은 미국흑곰과 마주치는 것과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회색곰은 미국의 멸종위기보호법이 도입된 지 2년 뒤인 1975년 보호종으로 지정됐는데, 당시 남아있던 개체는 불과 136마리였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흑곰과 마찬가지로 오랜 ‘보호’ 정책과 복원사업의 결과로 이제 다시 세를 불려가고 있으며, 심지어 맹렬하게 새로운 지역으로까지 진출하고 있는 중이다.
회색곰은 “근육과 지방의 무게가 360킬로그램이 넘으며 날카로운 송곳니에 발끝에는 10센티미터나 되는 발톱이 달렸다.” 사람도 잡아먹는 그 독보적인 무시무시함 때문에 회색곰은 인간에게 생존을 위한 사냥뿐 아니라 ‘트로피 사냥’의 주된 대상이었고, 개체 수가 얼마간 회복된 뒤에도 ‘보호할 것이냐, 사냥할 것이냐’ 논쟁을 끊임없이 달고 다녔다. 2000년대 이후 옐로스톤국립공원에선 회색곰 수가 너무 많아졌다는 이유로 당국이 보호 조처를 해제했다가 환경단체 등의 반발과 소송으로 이를 번복하는 일들이 반복적으로 벌어졌다. 가장 최근인 2023년 초에도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은 옐로스톤 광역 생태계와 북부 대륙 분수계 생태계의 회색곰을 연방법이 보호하는 대상에서 제외할지 말지를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회색곰의 커다란 발과 기다랗고 날카로운 발톱. ‘불곰’이라 불리는 회색곰은 완벽한 육식동물로 북미에선 1년에 300여명이 회색곰에게 잡아먹힌다고 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기후변화, 곰과 인간 모두를 시험에 들게 하다
북극곰은 몇십만년 전 회색곰 계통에서 갈라져 나온 곰종이다. 극지방의 혹독한 기후에 적응한 결과로 갈색에서 흰색으로, 육지에서 바다로, 잡식동물에서 육식동물로, 여름에 활동하고 겨울에 쉬는 대신 여름에 쉬고 겨울에 활동하는 등 변화했다. 전세계 개체 수는 2만6000마리로 추정하는데, 서식지는 노르웨이 스발바르제도, 그린란드, 시베리아 연안, 미국·캐나다 등 다섯 국가에 걸쳐 있다. 혹독한 자연환경에 적응해 살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과의 접점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아니 바로 그 이유로 모든 곰종 가운데 북극곰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곰종으로 꼽힌다. “우리가 북극곰과 맺고 있는 관계는 북극곰을 이해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멸종으로 몰아가는 방식 면에서도 추상적”이다. 애초 북극곰이 위기에 처한 것은 “인간 특유의 지리적 편향 때문”이다. 우리가 얼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물들은 신경쓰지 않고 지구 대기에 온실가스를 끊임없이 내보내는 동안, 녹아가는 북극은 저 멀리 뒷전에 밀려나 버린 탓이다.” 애초 극지방에 관심이 없었기에 쉽게 해빙이 녹아내릴 정도로 온실가스를 대기 중에 내뿜어왔고, 또 별로 만날 일이 없기에 쉽게 북극곰을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입는 멸종위기종의 상징으로 삼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북극곰은 회색곰보다 더 치명적이다. 1960~2009년 50여년 동안 환북극 지역에서 일어난 북극곰의 인간 공격은 47건이었는데, 2010~2014년 사이에만 15건 벌어졌다. 다들 알다시피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빙의 소실이 그 주요 원인이다. 사냥터인 해빙이 녹아 없어지면서, 대신 해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북극곰이 인간과 자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북극곰의 공격은 해빙이 거의 없거나 얇은 7~12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북극곰의 멸종을 걱정하며 손쉽게 부르짖었던 ‘공존’이란 말을, 인간은 이젠 ‘상징적이지만 안전한’ 차원이 아니라 ‘실질적이지만 안전하지 않은’ 차원에서 실천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기후변화가 인간과 북극곰 두 종을 동시에 ‘시험에 들게’ 하고 있는 셈이다.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린 해빙 때문에 사냥터를 잃고 사라져 가는 북극곰은 기후위기와 멸종을 상징하는 동물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어쩌면 그 친숙함은 우리와 직접 마주칠 수 없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에프페 연합뉴스


북극곰의 멸종 위기는 다시 회색곰과 연결된다. 앞으로 회색곰이 북극곰을 대체해 극지방에 터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점점 더워지는 지구 환경 때문에 “북방림은 북쪽으로 이동해 녹은 영구동토로 얽힌 뿌리를 뻗으며 새로운 땅을 정복해나갈 것”이며, 이는 수백 년 동안 축소됐던 서식지를 다시금 사방팔방 확장하고 있는 회색곰에게 주어진 새 기회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극지방에서는 얼음으로 뒤덮인 지역에서 하얀 북극곰이 아니라 회색 곰을 봤다는 목격담이 많다. 회색곰의 극지방 진출로, ‘피즐리’ 또는 ‘그롤라’라고 불리는 북극곰과 회색곰 사이의 이종교배종이 출현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애초 북극곰은 회색곰에서 진화했으므로, 북극곰을 대신해 회색곰이 북극권을 장악할 일이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 왜 인간이 기준이어야 하나?
인간을 모든 것의 중심에 놓으려 하는 인간중심주의는 멸종이라는 ‘전생물적’ 위기 앞에서도 좀처럼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현재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덟 곰종 모두를 찾아다닌 대장정을 돌이켜 보며, 지은이는 “이번 세기말을 넘겨서도 번성할 운명인 듯한 곰은 단 세 종, 대왕판다와 미국흑곰 그리고 불곰뿐”이라 말한다. 그러나 인간의 변덕은 그런 미래를 언제라도 뒤바꿔놓을 수 있다는 사실에 입맛이 쓰다. 인간이 대왕판다에 깊이 새겨 둔 문화적 상징을 거둬들인다면, 미국흑곰·회색곰과 더 많이 충돌하게 되어 무차별 사냥을 허용한다면, 이들 역시 언제든 다시금 멸종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우리와 친한 존재,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며 떠받들다가도 금세 우리에게 위협적인 존재, 죽여 마땅한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그동안 인간이 보여왔던 일관적인 태도 아니었던가.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에서 만든 반달가슴곰 주의 현수막.


과거 한반도 전역에 서식했던 반달가슴곰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개발국가 시기 등을 거치며 인간에 의해 삶터에서 쫓겨나 멸종 위기에 처했다. 웅담을 채취하겠다며 무자비한 포획으로 씨를 말린 것도 이들을 멸종위기로 몰았다. 1998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2004년 러시아 우수리아종 곰을 들여와 복원사업을 벌인 결과 지리산에 살고 있는 이들의 개체 수는 간신히 89마리로 불었다. 지난해 복원사업 20년을 맞아 환경당국은 앞으로 개체 수 확대보다는 생태계에 잘 자리 잡도록 하겠다는 새로운 정책 목표도 제시했다.
앞으로 더 성공적인 결실을 거둔다면, 언젠가 우리나라 지리산에서도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는 미국흑곰·회색곰과 인간과의 갈등이 비슷하게 벌어지지 않을까? 언젠가 ‘인간의 안전을 위해선 반달가슴곰을 사냥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될지 누가 또 알겠는가? 이게 그리 극단적인 가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바로 고라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취약’ 단계로 지정한 멸종위기종인 고라니는 전세계 개체의 90%가 우리나라에 서식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에선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면 포획(사살)이 가능”하다고 규정된 ‘유해야생동물’이다.
책은 우리 인간이 입맛에 따라 얼마나 쉽게 동료 생물을 친한 존재나 보호해야 할 존재로, 때로 위협적인 존재나 죽여 마땅한 존재로 만들어왔는지 보여준다. 대멸종이라는 전지구적·전생물적 위기 앞에서도 인간을 모든 것의 중심에 놓는 인간중심주의는 굳건하기만 하다. 이를 내려놓지 않는 한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하는 진지한 고민은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최원형 지구환경부장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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