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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패션하우스들은 클래식한 디자인의 케이프 코트를 여럿 선보였다. 둥근 코쿤 실루엣의 코트로 따스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 ‘토템’(왼쪽 사진), 날렵한 라인의 코트로 세련된 시티 룩을 선보인 ‘캘빈클라인’(가운데 사진), 망토 형태를 기반으로 한 페이크 퍼코트로 시선을 모은 ‘스포트막스’. 각 브랜드 제공



2025년 가을·겨울(FW) 컬렉션에서 단연 눈에 띈 건 케이프 코트였다. 해마다 패션하우스에서 꾸준히 케이프 코트를 선보여 왔지만, 이번 시즌만큼 다채롭고 대담한 변주가 쏟아진 적은 없었다. 어깨를 감싸고, 겹겹이 두르고, 장식을 덧붙이는 등 케이프 코트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 실험하는 무대 백경릴게임 같았다.

케이프 코트는 본래 라틴어 ‘카파(Cappa)’, 즉 망토나 두건을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흥미롭게도 ‘도피’나 ‘피신’의 의미를 함께 지닌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케이프는 추위나 적의 위협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방패이자 권위의 상징이었다. 왕이나 군인은 거칠고 두꺼운 모직이나 질긴 가죽으로 만든 망토를 골드몽 어깨에 걸쳐 힘과 위엄을 드러냈다.
시간이 흐르면서 케이프 코트는 여성복에서 또 다른 의미로 전이됐다. 전쟁과 억압의 시대를 지나 개인의 자유와 주체성이 강조되던 20세기 중반, 여성들은 케이프 코트를 개성을 드러내는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받아들였다. 몸을 옥죄지 않고 부드럽게 퍼지는 곡선 실루엣은 여성들에게 심리적 안정과 미적 즐거움을 동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시에 선사했다. 1950년대 영화 속에서 매릴린 먼로와 오드리 헵번은 케이프 코트를 두른 채 우아한 매력을 발산했다. 1980년대 다이애나 세자빈은 공식석상에서 케이프 코트를 즐겨 입으며 포용적이고 당당한 여성상을 구현했다. 그들의 스타일에 매혹된 많은 여성들의 열광과 지지 속에서 케이프 코트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을 대표하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고, 바다이야기오리지널 현재는 우아한 기품을 지닌 클래식 아이템으로 진화했다.
이번 시즌에도 케이프 코트는 그 상징성을 잃지 않았다. 사카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베 지토세는 온몸을 포근히 감싸는 케이프 형태의 아우터를 다수 선보이며 “두려움과 불안이 잠식한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포용일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어쩌면 오션파라다이스사이트 누군가의 품처럼 다정한 위안을 옷에서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이번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유독 기본에 충실한 클래식한 디자인의 케이프 코트가 눈에 띄었다. 미니멀리즘의 선두주자 토템은 케이프 코트의 본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담백한 색조와 둥근 코쿤 실루엣이 어우러진 코트가 몸을 부드럽게 감싸며 따스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스포트막스는 전통적인 망토 형태를 기반으로 한 페이크 퍼코트로 은근한 개성을 드러냈다. 캘빈클라인은 겹겹이 쌓은 날렵한 라인의 케이프 코트를 전면에 내세우며 세련된 시티 룩을 선보였다.
구조적인 실루엣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브랜드들도 있다. 루이뷔통은 하우스 특유의 모노그램 벨트 백으로 허리를 동여맨 울 케이프 코트를 무대에 올렸다. 걷는 동작에 따라 펼쳐졌다 접히는 코트 자락은 마치 살아 있는 예술 작품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네덜란드 디자이너 뒤란 란팅크는 어깨를 과감하게 부풀린 전위적인 실루엣으로 시선을 압도했다. 전통적인 틀을 벗어나 개성을 강조한 독창적인 니트 케이프 코트는 마치 한 편의 히어로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운을 발산했다.
소재와 장식의 실험 또한 이어졌다. 와타나베 준야는 조종사들을 위해 개발된 전설적인 MA-1 항공 점퍼를 모티프 삼았다. 두툼한 패딩 소재로 완성된 삼각 망토 형태의 입체적인 피스들은 케이프 코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스키아파렐리는 프린지와 징 장식을 더한 가죽 케이프 코트로 강인한 카우걸 무드를 연출했고, 지방시는 반원형 케이프 패널을 덧붙인 구조적인 코트에 섬세한 꽃 자수를 놓아 동서양의 미학을 아우르는 현대적인 우아함을 드러냈다.
이번 시즌 컬렉션에서 드러나듯 케이프 코트에는 입는 이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 힘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 망토를 휘날리며 세상을 구하는 슈퍼 히어로를 꿈꾼다. 그 상징은 현실에서도 유효하다. 만일 올겨울 단 한 벌의 코트를 사야 한다면, 주저 없이 케이프 코트를 권하고 싶다. 몸을 감싸안는 케이프 코트야말로 스타일과 위안을 동시에 전해주는 옷이니까.
안미은 패션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