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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희세희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117회 작성일 25-08-2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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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네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
오래 전, 나의 등반 스승 크리스토프(10여 년 전 스위스에서 나에게 여러 등반 기술을 가르쳐 준 파트너)가 물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산이 내게 주는 마음을 전부, 하나도 남김없이 갖고 싶습니다."
그가 또 물었다.
"그러면 산이 너에게 주는 것은 무엇이냐?"
나는 대답했다.
"가쁜 숨을 달래주는 바람, 고단한 새벽길을 비추는 달빛, 빙하의 침묵을 덮는 햇빛입니다.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저가매수



고소적응을 위해 에귀디미디 설능을 앞서 내려가는 노재윤씨.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다.
"등반은 세상과 직접 만나는 살아 있는 경험이다. 손과 발, 숨과 근육, 고통과 두려움이라는감각을 접주식투자기법
촉하며 너의 존재를 항상 생각 하라. 느레스트 파 알라 메종Ne reste pas a la maison, (집에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라)!"
그 말은 삶의 방향을 정해 주는 듯했다. 어쩌다 보니 몽블랑을 맴돌며 살게 되었고, 매년 한두 차례 몽블랑과 마터호른을 오르며 지냈다. 어느새 그 위대한 산들은 나에게 '익숙한' 봉우리가 되어버렸갤럭시탭이벤트
다. 익숙함은 감동을 무디게 했고, 여기서 초심은 조금씩 사라졌다.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기로 했다. 내 생에 첫 몽블랑을 맞이하는 이들과 함께라면, 나 역시 그 처음의 가슴 뛰는 감정을 다시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몽블랑 익스프레스를 타고 이동중인바다이야기게임다운로드
몽블랑 원정대의 배낭. 피켈 길이가 제각각이다. 몽블랑을 등반할 때 필요한 피켈 길이는 최소 60cm 이상이 좋다.


몽블랑 은하수 원정대의 결성
함께할 이들은 사이클과 스키 마니아인 노재윤씨와 330km에 달하는 트레일러닝 대회 '토르 데 지앙'을 완주한 트레일 러너 김정훈씨였다재야고수주식클럽
. 각자 본인들 주종목에서는 전문가였지만, 크램폰을 신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와 두 사람을 합친 팀에 '몽블랑 은하수 원정대'라고 이름 붙였다. 정상을 밟지 못해도, 은하수 아래에서 몽블랑의 실루엣만 볼 수 있어도 충분하다는 마음에서였다. 등반의 성패는 체력이나 장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산장 예약'이 가장 큰 변수다. 특히 노멀 루트인 구테 라인을 이용하려면 구테산장 예약이 필수인데, 이 예약을 잡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게다가 날씨라도 나빠지면 예약이 무용지물이 되는 일도 흔하다.



몽블랑 은하수 원정대원 노재윤, 김정훈씨.


첫날, 고소 적응을 위해 에귀디미디에서 푸앙트 라슈날봉으로 향했다. 타큐 삼각 북벽 왼쪽에 자리한 라슈날봉은, 몽블랑 등정에 앞서 훈련에 적합한 곳이다. 그 옆의 타큐 북사면은 세락이 무너지는 위험한 지역이지만, 라슈날 쪽은 비교적 안전하다.
우리는 안자일렌과 설원 보행법을 익혔다. 특히 프렌치 테크닉이라 불리는 보행 방식은 이곳에서 유용하다. 크램폰의 앞이 아닌 측면을 사용해, 몸을 경사면과 수직으로 돌리고 발을 엇갈려 올라가는 방식이다. 두 동료 모두 운동신경이 뛰어나 빠르게 적응했다.



발레블랑쉬 설원에서 바라본 푸앙트라슈날과 타큐 북벽.


이튿날 새벽, 벨뷰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산악열차를 통해 니데글을 거쳐 테테루지산장까지 진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첫 기차 탑승 전, 검표원이 산장 예약 여부를 확인했고, 우리는 예약이 취소된 상태라 기차에 탑승하지 못했다. 다행히 중간역까지만 운행하는 열차를 타고 어찌저찌 오를 수 있었고, 우리는 궤도를 따라 도보로 계속 올라갔다. 테테루지산장 초소에서도 예약이 없다는 이유로 다시 한 번 제지당했다.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다시 올라갔다. 하지만 날씨가 좋지 않았다. 우리는 구테산장까지만 올라갔고, 그마저도 산장지기가 빈 자리를 확인해 들여보내 준 건 늦은 오후였다. 그렇게 예기치 않은 이틀이 지나갔다.
은하수 아래, 진짜 '산'과 마주하다
그날 밤, 창밖엔 비오나세이빙하 능선 위로 은하수가 펼쳐졌다. 고도감 때문인지 별빛은 유난히 선명했고, 밤이 깊을수록 더욱 찬란하게 빛났다. 그 순간, 스승님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등반은 세상과 직접 만나는 살아 있는 경험이다. 손과 발, 숨과 고통, 두려움이 모두 뒤섞인 감각 속에서야 비로소 나라는 존재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뿌앙트라슈날 정상에서 바라본 에귀디미디.


그 밤, 나는 산이 주는 마음을 조금 더 온전히 마주할 수 있었다. 새벽, 산장은 북적였다. 랜턴 불빛을 따라 정상으로 향했다. 도중에 고소 증세로 하산하는 팀들을 마주쳤고, 우리도 불안했지만 일행은 끝까지 잘 따라왔다.
오전 10시, 정상에 섰다. 일행 중 하나가 "내 생에 첫 몽블랑!"이라고 외쳤다. 그 말이 나에게 오래전 감동을 다시 불러왔다. 잊고 있던 나의 첫 몽블랑, 그 설렘과 환희를 다시 꺼내준 동료들에게 고마웠다.
하산 도중 마지막 기차를 놓쳐 니데글산장에서 하룻밤을 더 묵어야 했다. 산장 식당 한쪽 테이블이 우리를 위한 자리가 되었고, 그날 저녁은 파스타 한 그릇이었다. 누군가는 몇 시간 만에 다녀오는 몽블랑이지만, 우리는 무려4박 5일을 산장에서 보냈다. 하지만 셋이 함께 안전하게 등정을 마쳤고, 구테산장에서 마주한 은하수 하나면 충분했다. 정상은 덤이었다.



몽블랑 정상에서 내려오는 하산길. 비오나세이 능선이 구름에 덮여있다.


시대는 달라져도, 산은 여전히 산이다
샤모니로 돌아오는 길, 시장에 들러 파슬리 한 단을 샀다. 숙소에 돌아와 잘 익은 토마토를 이용해 파스타를 만들었다. 그 위에 모차렐라 치즈를 얹고, 소금과 올리브유를 뿌렸다. 마지막으로 다진 파슬리를 올렸다. 음식이 완성되고 창 밖을 바라보니 여름 끝자락 햇살이 반짝였다. 허벅지는 퉁퉁 부었지만 마음은 평온했다.
그때 서울에 있는 K에게서 전화가 왔다.
"레우쉬에서 새벽에 출발해 몽블랑을 오를 생각인데, 초소를 통과할 수 있을까요?"
나는 대답했다.
"새벽 5시 전에 통과하면 될 거예요."



니데글산장에 도착해 젖은 장비를 말리고 있다.


K가 또 말했다.
"그럼 1시가 아닌 자정에 출발해야겠군요."
K는 몇 년 전, 이탈리아 쪽에서 출발하는 퓨트레이 인테그랄Peuterey Integrale 루트를 올랐다. 이 루트는 몽블랑 남쪽 퓨트레이능선을 하단부터 정상까지 완전히 오르는, 매우 길고 험난한 경로다. 현지인들조차 어려워하는 이 루트를 그는 4박5일간의 도전 끝에 완등했다. 난이도 등반을 추구하던 K는 이제 '스피드 클라이밍'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또 다른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여전히 알프스에서 산의 물리적 한계를 넘고, 자신을 시험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등반의 양상도 달라졌다. 기술보다 속도가 중시되고, 등반의 의미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변하지 않는다. 산에서 얻고자 하는 마음은 결국 같다. 다시 한 번 스승님의 말씀을 떠올려 본다.
"집에 있지 말고, 나가라."



몽블랑 정상 전. 노재윤, 김정훈씨의 즐거운 모습.


몽블랑 스피드 기록
◎ 등산
1990년: 피에르 앙드래 고베Pierre-Andre Gobet 5시간 11분
2013년: 킬리안 조넷Kilian Jornet 4시간 57분
2025년: 윌리엄 보펠리William Boffelli 4시간 43분 23초
◎ 스키
2003년: 스테판과 피에르Stephane Brosse and Pierre Gignoux 5시간 15분
2013년: 마테오 자크모Matheo Jacquemoud 5시간 06분
2025년: 벤자민 베드린Benjamin Vedrines 4시간 54분 41초
타큐 북사면 눈사태 기록(트르와몽 루트)
2008년 8월 24일: 몽블랑 뒤 타큐에서 세락 붕괴로 눈사태 발생해 등반로 덮침, 총 8명 사망.
2012년 7월 12일: 콜 모디에서 눈사태 발생, 독일인, 스위스인, 스페인인 총 6명 사망.
2013년 8월 13일: 몽블랑 뒤 타큐에서 눈사태 발생, 이탈리아인 등반가 2명 사망.
2016년 6월 20일:몽블랑 뒤 타큐에서 눈사태 발생, 등반가 3명 휩쓸림. 2명 생존.
2016년 8월 17일:몽 모디에서 눈사태 발생, 독일인 가이드와 고객 두 명 세락 붕괴로 압사.
2024년 8월 5일:몽블랑 뒤 타큐에서 눈사태 발생, 세락 붕괴로 프랑스인 1명 사망
info
구테루트의 출발점인 레우쉬에서 벨뷰Bellevue까지 오른 후 니데글Nid d'Aigle로 가는 산악기차Tramway du Mont-Blanc, TMB의 시간표를 잘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니데글역은 공사, 기상, 붕괴 위험 등으로 폐쇄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모든 열차가 종점인 니데글까지 가지 않는다. 이때는 몽라샤Mont Lachat역까지 운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때는 니데글까지 몽라샤에서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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