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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에 관한 이야기가 들리면 대학 재학 중 TV에서 보았던 영화 《아일랜드의 연풍》(*) 기억이 난다. 아일랜드 초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흥미롭고 유쾌한 사랑 이야기이다. 서부극 전문 배우 존 웨인과 아일랜드 출신 배우 머린 오하라가 주인공으로 열연하였다.
19세기 감자 기근과 그에 따른 대탈출 이민 열풍을 겪으며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든 아일랜드로 미국 은퇴 복서인 션 트루퍼가 귀향한다. 때는 1920년대, 장소는 이니스프리. 이니스프리는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가 아일랜드의 자연과 내면의 평화를 그리워하며 쓴 '이니스프리의 호 제1금융권종류 수 섬'이 소재한 지역명과 일치한다. 하지만 예이츠의 상상력과 시적 영감에 깊은 영향을 미쳤던 이니스프리와 이름만 같을 뿐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장소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션은 메리 케이트와 사랑에 빠진다. 메리 케이트는 폭력적인 시골 대지주인 윌의 여동생이다. 션은 농장을 구매하였으나 같은 농장 구매에 경쟁하였던 윌의 미움을 산다. 윌 bifc 은 이 일로 션과 여동생의 결혼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 허락을 받아냈지만
주변 사람들이 입을 맞춰 속인데 분노한 윌은 메리 케이트에게 지참금 주기를 거부한다. 지참금은 아일랜드 관습이었다. 션은 지참금에 대해 무지하였고 이를 원하지 않았으나 메리 케이트는 공동체 내의 개인적인 가치와 자유를 의미 햇살론 이자율 한다는 지참금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션과 메리 케이트 사이에 불화가 싹튼다.
메리 케이트는 션이 윌과 결투하기를 희망한다. 이 역시 아일랜드식 문제해결 관습이었다. 미국에서 복싱선수였던 션은 링에서 실수로 상대 선수를 죽이고 두려움과 죄책감으로 복싱을 그만둔 이력 때문에 윌과 결투할 수 없다고 버틴다.
농협대출이자 메리 케이트는 션에게 행동을 취하는 계기를 주기 위하여 더블린행 기차에 올라탄다. 션은 말을 타고 기차역으로 달려가 그녀를 기차에서 끌어 내린다. 그는 메리 게이트를 강제로 끌고 8km 떨어진 농장까지 걸어간다.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따라붙었고, 점점 더 많은 마을 사람들이 합류한다. 초원에 긴 행렬이 형성되었다.
션은 윌과 맞서 한국주택공사법 지참금 지급을 요구한다
윌이 거부하자, 션은 메리 케이트를 다시 그녀의 오빠에게 던져주며 "지참금이 없으면 결혼도 없다"는 아일랜드 관습을 고수한다고 선언한다. 이 최후 통첩에 충격을 받은 윌은 마침내 지참금을 지불하고, 션은 그 즉시 지참금으로 받은 돈을 불태우며 메리 케이트와 함께 기뻐한다.
드디어 션과 윌은 '퀸즈베리 규칙'(**)에 따라 싸우겠다고 진지하게 합의한다. 험악한 싸움이 벌어졌다. 이 경기는 여러 마을에 걸쳐 이어진다. 여기서도 초원이 등장한다. 목숨을 건 싸움이었지만 유쾌하고 코믹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두 사람은 끝내 술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낸다.
그러나 술값을 누가 낼지 새로운 논쟁이 벌어진다. 윌은 션의 얼굴에 술을 튀기고, 션은 윌을 주먹으로 때린다. 윌은 술집 문을 통해 쓰러져 기절한다. 싸움은 끝났다.
이후 둘은 화해하고 술에 취해 팔짱을 끼고 션과 메리 케이트의 집으로 돌아간다. 메리 케이트는 이들을 기쁘게 맞는다.
아일랜드 사람들이 우유를 넣어 마시는 '아삼차(茶)'
영화 장면 곳곳에서 일상적인 풍경의 하나로 차(茶)가 등장한다. 션이 처음 아일랜드로 돌아왔을 때부터 차를 대접받는 장면이 나온다.
아일랜드는 인구당 차 소비에서 튀르키예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1인당 1년에 2.3kg 정도의 차를 소비한다. 1일 수분 섭취량 대부분을 홍차로 해결하는 셈이다.
과거 영국보다 질이 낮은 차를 소비하였던 아일랜드는 차의 절반 혹은 1/3 정도의 우유를 더해 마시게 되었다. 지금도 그들은 우유를 많이 넣어 차를 마신다.
주로 마시는 차는 향과 맛이 강한 '아삼차'이다. 차가 진하여 "스푼을 세울 수 있다"거나 "차 위로 쥐가 지나갈 수 있다"는 표현도 한다. 아침에 마시는 홍차는 '아이리스 블랙퍼스트'라 불리며 그들의 차를 대표한다.
아일랜드의 초원은 목가적이고 평화롭다. 그러나 아일랜드는 불행한 역사를 가졌다. 바이킹과 영국의 통치를 받았고, 영국의 식민통치는 1801년 영국-아일랜드 합병으로 이어진다. 19세기 후반 아일랜드 민족주의 운동이 본격화되고 마침내 1921년 아일랜드는 영국 내에서 자치 국가로 인정받게 된다. 북아일랜드는 영국 일부로 남아 20세기 내내 폭력 저항과 진압을 반복하다가 최근 겨우 화해의 해법을 찾았다.
아일랜드인의 불행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건이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1845~1852)이다. 감자 역병이 퍼지고 감자 작물이 파괴되었다. 이 재앙은 영국 본국의 차별정책에 기인하였다고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병합국 아일랜드인들이 소작농으로 전락하면서 단위 면적에서 많은 칼로리를 얻을 수 있는 감자를 재배하였다. 이를 주식으로 삼던 아일랜드인들은 감자 역병이 퍼지자 식량을 얻지 못하게 되었다.
영국 정부는 아일랜드인들의 기근을 악화시켰다. 자율방임 시장경제 이론도 한 이유였지만, 영국 본토인들보다 아일랜드인들을 식민지 백성처럼 여긴 이유도 작용하였다. 대기근 가운데에서도 영국으로의 식량 수출이 지속하였으니, 아일랜드 내에서 식량을 자급할 길마저도 막았다고 볼 수 있다.
감자 대기근으로 아일랜드인 약 100만 명이 사망하였다. 감자 기근이 시작된 1845년부터 이민의 물결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아일랜드의 인구는 급격히 감소한다.
수백만 명 이상이 미국, 캐나다, 영국 등으로 이민했다. 이주한 곳에서 아일랜드인들은 강력한 이민 사회를 구축하였다. 감자 대기근 때, 미국에 이민하였던 페트릭 케네디 후예들은 한 세기 지나 명문 가문을 이루고 미국 대통령을 탄생시키기도 하였다.
감자 기근이 아일랜드인들의 목숨을 뺏어간 이유의 하나는 기아였지만, 대량 사망의 주요 원인은 영양부족과 면역력 저하로 발생한 다양한 전염병이었다. 특히 발진티푸스는 많은 목숨을 앗아 갔다. 발진티푸스는 이나 벼룩을 통해 전염되는 리케차균에 의하여 발생하는 질병이다. 고열, 발진, 두통, 근육통을 동반하며, 치료받지 못하면 치명적이다.
발진티푸스는 군대에서도 흔하게 유행하였다
전장에서 자주 옷을 갈아입지 못한 병사들의 축축한 내복에 기생하던 이에서 나온 리케차균이 발진티푸스를 일으켰다.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 전쟁과 크림 전쟁에서도 발진티푸스가 크게 유행하였다. 한동안 발진티푸스는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은 수의 병사들 목숨을 앗아갔다.
감자 대기근으로 경제적 파탄에 이른 농민들은 세금을 내지 못해 집을 잃었고, 그들은 토굴을 파서 연명하게 되었다. 습하고 추운 곳에서 위생설비도 부족하고 밀집하여 사니 이가 사람들 몸으로 침입하였다. 아일랜드인에게서 발진티푸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아일랜드인들이 속절없이 세상을 떠났다.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노래가 《오! 데니보이》이다. 이 음악은 《런던데리 에어》의 선율 위에 만들어졌다. 《런던데리 에어》는 가사 없이 멜로디만 연주되던 음악이었다. 1851년, 한 무명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를 제인 로스라는 음악애호가가 듣고 악보를 그렸다. 이 선율에 프레데릭 에드워드 웨더리가 가사를 붙여 탄생한 노래가 《오! 데니보이》다. 이 노래가 아일랜드 이민자들에게 전해지고, 그들은 이국에서 이 노래를 불러 세계로 확산시켰다.
《오! 데니보이》는 이별, 상실, 그리움, 죽음 등을 주제로 하면서, 다시 만날 희망을 부르는 노래이다. 《오! 데니보이》에는 눈부시게 푸르게 펼쳐진 초원과 아이리스 블랙퍼스트 외에 감자 대기근, 발진티푸스, 그리고 대규모 이민의 역사가 녹아있다. 이제 세계인의 명곡이 되어 아일랜드의 슬픔과 희망을 알리고 있다.
유영현 엘앤더슨병원 진료원장
참고
* 영화 《아일랜드의 연풍》의 원제는 《조용한 남자, The quiet man》. 하지만 일본에서 상영하면서 붙여진 《아일랜드의 연풍》이 원제보다 영화의 내용을 더 잘 반영한다.
** 퀸즈베리 규칙: 1867년 영국 런던에서 발표된 권투 규칙으로 '퀸스베리 후작 규칙'으로도 불린다. 권투 경기를 할 때 글러브를 반드시 착용하고, 10초 안에 일어나지 못하면 패한 것으로 간주하는 등의 권투 표준 규칙이다.
유영현 원장 (yhyoo@d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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