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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하겠다고 이제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8회 말 3점 홈런을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미국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맞붙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 샌프란시스코가 7-4로 앞선 8회 말, 마이크 야스트렘스키가 우전 2루타를 터트리며 2사 2루 상황을 만들었다. 애리조나는 3번 타자로 나선 앨리엇 라모스를 고의사구로 걸렀다. 다음 타자 이정후와 승부를 보겠다는 선언이었다. 라모스의 최근 10경기 타율이 4할을 넘을 정도로 좋았던 반면 이정후의 최근 신용카드 한달연체 성적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탓이다.
이정후는 그러나 '영화보다 영화 같은' 반전을 만들어 냈다. 애리조나 투수 조 맨티플리의 네 번째 공을 정확히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시즌 5호 홈런이었다.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안방인 오라클 파크에서 홈런을 친 건 지난해 4월 21일 애리조나전 이후 388일 만이다.
이날 이 대구은행 직무소개 정후는 팀 승리에 쐐기를 박는 이 쓰리런을 포함해 멀티히트를 뽑아냈다. 이번 경기가 구단이 지정한 '한국 문화유산의 밤'으로 치러져 이정후의 활약은 더 뜻깊었다. 본인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4만 관중 앞에서, 이정후는 보란 듯이 자신을 증명해냈다. "정후 리"를 연호하는 소리가 경기장을 채웠다.
정부지원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애리조나와 경기에서 이정후 팬클럽 '후리건스' 일원들이 외야석에 모여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이정후 덕에 불탄 '한국의 밤'
함께하시네 이날 오라클 파크에서는 한국과 관련한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됐다. 경기 시작 전에는 한인 안무팀이 K팝 댄스 공연을 펼쳤고, 불고기를 넣은 퀘사디아, 김치 감자튀김 등 한식을 응용한 메뉴가 경기장 매점에서 판매됐다. 임정택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가 시구자로 나섰다. 외야석까지 가득 메운 관람객들에게는 구단이 이날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바람의 손자' 유니폼이 직장인 햇살론 배부됐다. 팔 부분에는 바람 그림이 그려져 있고 등에는 이정후 이름이 한글로 새겨진 상의였다. 마치 자신을 위해 마련된 듯한 날을, 이정후 스스로 제대로 빛낸 셈이었다.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 앞에서 샌프란시스코와 애리조나 경기 전 한인 댄스팀이 케이팝 댄스 공연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제공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경기 시구자로 나선 임정택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가 '바람의 손자' 유니폼을 착용하고 구단 관계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제공
샌프란시스코는 10여 년 전부터 매년 평일 한 경기를 한국의 밤으로 정해 행사를 해 오고 있지만, 지난해 한국 선수 이정후가 이적해 오며 이날의 의미는 더욱 특별해졌다. 그가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처음 맞은 지난해 6월 한국의 밤에는 이정후의 부친인 '바람의 아들' 이종범 KT 위즈 코치가 시구했다. 아들은 포수석에 앉아 아버지가 던진 공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왼쪽 어깨를 크게 다치며 재활 중이었던 터라 경기를 직접 뛰지는 못했다.
이정후에게 이번 한국의 밤은 그래서 특히 각별했다. 경기 전 한국일보와 만난 이정후는 "지난해에는 좋은 날에 경기를 직접 뛰지 못해 너무 아쉬웠는데 올해는 뛸 수 있게 돼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우리나라를 위한 밤이어서 저 역시 (한국인으로서) 뜻깊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 이정후의 팬클럽 '후리건스'를 결성한 카일 스밀리가 후리건스를 상징하는 불꽃 모양 가발을 쓴 채 웃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팬클럽 후리건스 "성적 상관 없이 응원"
이날 객석에는 모처럼 많은 한국인이 눈에 띄었다. 곳곳에 태극기가 일렁였고, 한국어로 적힌 이정후 응원 피켓도 많았다.
이정후 팬클럽 '후리건스'도 이날을 즐겼다. 후리건스를 상징하는 주황색 불꽃 가발을 착용한 이들은 이정후 수비 위치와 가까운 외야 한 구역을 점한 채 존재감을 뽐냈다. 미국인 카일 스밀리 주도로 올해 처음 결성된 후리건스는 이정후 등번호인 51명으로 출발했으나 최근 빠르게 세를 불리고 있다. 이날 경기에만 100명이 넘는 회원이 참석했다. 스밀리는 "이정후는 똑똑하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많고, 매 경기를 즐긴다"며 "이정후를 통해서 샌프란시스코를 더 응원하게 됐다. 이정후가 어떤 성적을 내든 응원할 것"이라고 한국일보에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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