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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에 위치한 조은선씨(66)의 미용실을 찾은 이기훈씨(38)는 조씨에게 "짧고 깔끔한 스포츠 머리를 해달라"고 말했다. /사진=박진호 기자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의 한 미용실에 휠체어를 탄 손님이 방문했다. 50여백경 게임
년 경력의 미용사 조은선씨(66)는 환하게 웃으며 경사로를 따라 올라온 그를 자리로 안내했다. 조씨는 30년 동안 사용한 가위를 꺼내 들더니 숙달된 가위질로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금세 깔끔하고 단정한 스타일의 머리가 완성됐다.

조씨가 장애인 친화 미용실로 탈바꿈한 가게 문을 처음 연 날이다. 지난 6월 동대문구청과 업무vipclub
협약을 맺은 뒤 꿈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그는 "죽기 전 사정이 어려운 어르신이나 중증장애인이 편히 찾아올 수 있는 미용실을 운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기존의 경사로를 튼튼한 것으로 바꾸고는 장애인 친화 미용실이라고 적힌 현판도 작게 달았다.
조씨가 참여한 장애인 친화 미용실은 장애인들이 가까운 미용실에서도 불편 없이 미용 서비저평가된주식
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된 사업이다. 동대문구는 △엘리베이터 유무 △경사로 설치 가능 여부 △봉사 의지 등을 고려해 조씨의 미용실을 포함해 미용실 5곳을 장애인 친화 미용실로 선정했다. 구청은 미용 서비스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
조씨가 처음 미용가위를 잡은 건 17살 때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친볼린저밴드
인척 집에 얹혀살다가 우연히 '서울에서 미용 기술을 익히면 먹여주고 재워준다'라는 말을 듣곤 상경했다. 홀로 서울로 향한 조씨는 명동의 한 미용실에서 일하며 어깨 너머로 미용 기술을 익혔다.



조씨는 30년 동안 사용한 가위를 꺼내들더니 숙달된 가위질로 머리카락을 잘라내며 "청약
머리가 튀쳐나오면 인물이 덜 산다. 내가 잘 깎아내겠다"고 말했다. /사진=박진호 기자


20대가 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봉사하러 다녔다. 혼자 어떻게든 삶을 이어 나가다 보니 혼자 지내는 사람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생겼다. 미용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던 그는 누구보다도 배고픔을 잘 알고 있었다. 장애인이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어르신 등 사회적 약자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조씨는 "20대 때도 간혹 복지관의 치매 어르신들 머리를 해드리고 친하게 지냈다"고 말했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일하다를 반복, 어느 날 얼굴 일부가 마비되는 일을 겪었다. 하지만 조씨는 봉사를 멈추지 않았다. 쉬는날이었지만 인근 복지센터로 찾아가 치매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눴다. 달동네를 돌아다니며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의 머리를 매만졌다.
10년 전 건강이 더 나빠져 청각장애를 얻었지만 이후에도 조씨의 봉사는 계속됐다. 조씨는 오히려 장애인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며 담담히 얘기했다. 그는 "'봉사할 힘만 있으면 뭐든지 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트로트 가수이자 장애인 전문방송 진행자인 오준호씨(54)는 '수석조수'를 자처한다. 오씨의 머리는 조씨가 직접 스타일링한 것이다. 오씨는 "봉사한다고 그래서 '난 봉사하는거야'라는 마음을 가지고 하면 안 된다. 그냥 똑같은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진=박진호 기자


조씨의 곁에는 남편 오준호씨(54)가 16년째 지키고 있다. 트로트 가수이자 장애인 전문방송 진행자인 오씨는 '수석 조수'를 자처하며 조씨를 돕는다. 30년 이상 사용한 조씨의 가위들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조씨의 건강상태도 살핀다. 그는 "봉사도 좋지만 남편으로서 아내 건강도 소중하다"고 말했다.
부부는 앞으로도 힘이 닿는 대로 봉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조씨는 "최근 나이를 먹다 보니 건강이 나빠지기도 하고 돌아다닐 체력이 안 따라주니 봉사를 생각보다 못하고 있었다"며 "얼마나 살지는 모르겠지만 제일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된 만큼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진호 기자 zzin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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