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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는 미술계에서 '벽화주의'(Muralismo)로 명명하는 미술 운동의 태동지다.
1910년 포르피리오 디아스 정권에 항거하며 일어난 멕시코 혁명 이후 전역에 번진 벽화주의는 약 300년간 국가에 영향을 미친 스페인의 '묵은 때'를 벗고 고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대형 벽화를 공공장소에 그리는 형태를 통칭한다.
프리다 칼로(1907∼1954)의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1886∼1957)를 비롯해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1883∼1949)와 다비드 알파로 거래량이동평균선
시케이로스(1896∼1974)가 벽화주의 3대 거장으로 꼽힌다.
그 영향 때문인지 지금도 멕시코 거리를 걷다 보면 온전한 건물 외벽을 보기는 힘들 정도로 눈 돌리는 곳마다 그라피티가 가득하다.
멕시코시티에서는 특히 검정색 래커로 'Peso Pluma'(페소 플루마)라는 글씨를 벽에 그려 놓은 걸 쉽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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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 플루마(본명 '아산 에밀리오 카반데 라이하')는 멕시코 출신 유명 가수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1천540만명, 유튜브 구독자 835만명, 틱톡 팔로워 700만명에 달하는 라틴아메리카 대표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그의 뮤직비디오 중 유튜브 조회수 1억회를 웃도는 노래도 24개나 되는데, 이 중 2023년에 발표한 '베야케오'(BELLAKEHIT골드 주식
O) 조회수는 6억 5천만회에 이른다.
1999년생으로 올해 26세인 페소 플루마는 '코리도스 툼바도스'라고 불리는 장르를 말할 때 항상 거론되는 음악가다. 코리도스 툼바도스는 멕시코 일부 지역 민요인 코리도스에서 나온 용어다.
애초 코리도스는 벽화주의와 마찬가지로 멕시코 혁명 당시 무장 영웅의 공적을 묘사한 가사를 주정유주
로 품고 있었다. 당시 문맹자가 높았던 탓에 음유시인들이 글보다는 구전 같은 스토리를 흥얼거리듯 노래처럼 대중에 전파했다는 것이다.



멕시코시티 건물 외벽 그라피티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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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년 새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에 여러 차례 오를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코리도스 툼바도스에는 마약, 돈, 사치품, 여성 등에 관한 노랫말이 먼저 귀에 꽂힌다.
예컨대 페소 플루마의 '엘 출레타스'라는 곡을 보면 '지금은 '할레 블랑코'(jale blanco)가 대세야, 페루에는 좋은 파트너들이 있고 우리는 아시아인들도 상대하지' 같은 표현이 있는데, '할레 블랑코'는 코카인 또는 특정 마약을 일컫는 은어라고 한다. 페루는 콜롬비아와 함께 마약 코카인 최대 생산지로 꼽힌다.
다른 노래들에서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총', '마주치는 사람을 묘지로 보낸다' 같은 폭력을 미화하는 듯한 가사가 숱하다.
최근까지는 현지에서 이를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라거나 '현실을 반영한 냉소 또는 반어법'이라며 용인하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그러나 과거 아들에게 "술, 담배, 마약, 문신은 절대 안 된다"고 훈육했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곱게 보지 않는 듯하다.
미국 재무부는 최근 멕시코 래퍼 '엘 마카벨리코'에 대해 "마약 카르텔 자금 세탁을 위해 콘서트와 각종 행사를 진행했다"면서 제재 방침을 밝혔다. 엘 마카벨리코 역시 코리도스 툼바도스 또는 '나르코코리도스'(narcocorridos)라고 불리는 비슷한 음악 세계를 추구한다.
멕시코 음악계에서는 트럼프 집권을 계기로 관련 신에 속한 이들에 대한 조사가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한다.
멕시코 정부 역시 코리도스 툼바도스에 대한 여론 환기를 위해 '폭력과 마약 옹호를 거부하는 새로운 음악적 서사 창작'을 목표로 한 '멕시코 칸타'(멕시코는 노래한다) 경연 프로젝트를 국가적 차원에서 펼치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오는 17일부터 10월까지 TV 방송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생중계되는 이 경연에 대해 "젊은이들이 범죄 조직에 가입하는 것을 잘못된 선택이라는 점을 알게 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대통령의 바람대로 콘테스트가 실제 멕시코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현대판 벽화주의'로 자리 잡을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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