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最古가사 '公無渡河'를 현대적 버전으로 차용한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사회적으로나 지적으로나 최하위 계층인 노부부의 지극한 사랑’을 사실 그대로 영상에 담아 기록 했다는 점에서 감동적입니다. 반면 소생이 아래 글로서 소개하는 미국인 부부의 경우 그 사회적 위상부터가 ‘님아 그 강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판이합니다.노벨상 수상자 부부의 사랑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눈물겨운^^ 사랑의 개가'라는 점에서는 일치 합니다.
아래 글은 젊은 세대를 독자로 하는 포켓 북 체제의 작은 월간지 ‘영 카페’에 1년 동안 연재 예정인 시리즈의 첫 글입니다. 기억해 주시는 회원들도 계시리라 믿습니다만, HIM이라는, 젊은 병사들을 위한 잡지에 연재했고 이곳에도 전재했던 <사랑을 찾아서>의 후속 시리즈입니다. 매월 1편씩 상재하겠아오니 곧 성년이 될 손자 손녀 세대를 염두에 두고 심심풀이삼아 참고로 읽어 주시면 합니다. 뻔한 내용의 글이라고 나무라지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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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성 그리고 삶> (1)
프로로그-“당신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 You are the reason I am!>
1994년 12월 10일,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의 노벨상 시상식장.- 경제학상 수상자인 66세의 '존 내시' 프린스턴 대학 교수가 연단에 올라 수상 연설을 시작한다. 연설은 아주 짧았다. 어조로 미루어 연설이 끝나가는듯 싶던 순간, 그의 눈길은 청중 속에 앉아 있는 회색 머릿결의 한 여인을 향한다. 그의 아내였다. 그는 시선을 고정시킨채 나즉한 음성으로 말한다.“You are the reason I am!"(당신은 내가 존재하는이유다)
참으로 이례적인 노벨상 수상연설이었다.미국 영화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2002년 개봉)는 이렇게 노벨상 수상자가 수상연설에서 아내를 향해 개인적 '고백'을 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뉴질랜드 출신 배우 러셀 크로가 주연한 '뷰티풀 마인드' 는,199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존 내시 2세 (John Forbes Nash Jr)교수의 삶을 실명으로 다룬 실화 영화이다. 따라서 존 내시가 노벨상 시상식에서 아내 알리샤 라드(Alica Larde)를 향해 토로한 고백은 영화적 허구(fiction)의 대사가 아니라 엄연한 사실(fact)로서의 언어다.
젊은 날의 존 내시는 미국 대학 역사상 가장 짧은 대학원 추천서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대학 지도교수가 내시를 위해 써 준 대학원 추천서는 단지 짧은 한 문장이었다고 한다 . '이 사람은 천재다(This man is a genius)'.(실비아 네이샤가 쓴 존 내시의 전기 ‘뷰티풀 마인드’). 영화도 이 전기- 바로 광기(狂氣)의 천재와 그를 뒷바라지 해온 아내의 고통스러웠던 삶의 기록을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존 내시의 노벨상 수상 논문인 <비협력 게임〉(Non-Cooperative Games)은 그가 22세 때인 1950년에 프린스턴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했던 것이다.논문의 제출 시기와 노벨상 수상 시기 사이에 시간격차가 있는 이유는 그의 오랜 정신병 병력 때문이다. 31세때인 1959년, MIT 정교수로 임명되기 직전에 정신분열증 판정을 받은 후 30여년 동안 그는 정신병원에 입원·퇴원을 반복했다.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그의 기나긴 투병생활을 압축적으로 묘사한다.
그는 환각·환영(幻影)에 시달렸다. 소련 정보기관 KGB 요원이 끊임없이 자신의 일상을 추적· 감시한다는, 그런 강박관념이 그를 괴롭힌 것이다. 1960년대 초기의 첨예한 냉전시대에 미국 핵 전략론의 자료로 군사·안보 분야에서 주로 사용된 그의 게임이론이 소련의 대(對)서방 전략으로도 이용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었음을 영화는 시사한다. 현실에서도 그런 정신 착란 상태가 30여년 이어졌다. 그동안 그 아내의 삶은 어떠했겠는가.
남편 존 내시가 치료를 통해 병세가 상당히 호전 된 듯한 어느 밤에 젊은 아내 알리샤는 모처럼 잠자리에서 사랑의 욕망을 드러낸다. 그러나 반응없는 남편의 태도에 절망한다. 알리샤는 주방으로 나와 컵들을 마구 집어던지며 흐느낀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이 장면은 여성 알리샤의 슬픔, 그 깊이를 관객에게 절실하게 와 닿도록 한다. 그것은 마치 부부생활의 파탄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비친다.
영화에는 묘사되지 않았지만 현실에서는 실제로 존 내시-알리샤 부부는 한 때 결별했다가 재결합하는 우여곡절의 세월을 보냈다. 1963년에 정식이혼했고 7년 후인 1970년에 다시 동거에 들어간다. 알리샤는 여전히 남편의 정신병을 감내해야 했다. 존 내시가 정신분열증에서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한 시기는 노벨상 수상 4년전인 1990년 부터이다. 그의 나이 62세 때였다. 아내로서 광기의 천재남편을 위해 헌신한 인고의 세월이 그렇게 길었다.
‘당신은 나의 존재이유!'라고 할 정도의 절실한 말은, 극한적 고통을 체험한 사람만이 사랑하는 상대에게 할 수 있는 고백이다. 노벨상 시상식이라는, 세계가 주시하는 국제행사에서 수상자가 아내를 향해 토로한 이 짧은 고백보다 더 절실한 사랑의 고백은 달리 없다는게 개인적 생각이다.존 내시라는 천재의 삶은 그 한마디로서 빛을 더한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적어도 평균적인 사랑의 지속성에서는 OECD 국가 중 꼴찌수준이다.이혼율이 가장 높은데다 결혼을 포기한 젊은 남녀는 늘어만 간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 준다. 부부 사이 혹은 남녀관계가 날로 황폐해 지고 있는 셈인데 이런 상황에서도 과연 ’나의 존재 이유‘가 될 수 있는 사랑을 만날 수 있을까.이는 아마도 젊은 그대부터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인지 모른다. 남녀의 사랑행태 혹은 성 풍조야 말로 사회적 희망의 징후로서건 절망의 조짐으로서건 당대의 시대상을 비추는 거울임으로...
<월간지 '영 카페' 2015년 1월호- 조규석/ 본지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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