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커뮤니티 메인

휘문교우회 로고
📖 게시글 상세보기
[제목] 詩/설악에서

설악에서

.

너와 나는 무엇이었나
산벗아!

그리움 가득한 날
천화대 릿지에서 짧은 아침을 위해
바람부는 긴 새벽을 인내했을 때
범봉의 크랙 속으로 진달래는
우리의 열정처럼 붉게 피었었다

잦은 바위골 백 미터 폭이
푸르게 일어서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청봉마루 은하만큼 맑았고
가난하여도 정다웠던
마등령의 어둠사리에서는
우리의 우정 작은 모닥불로 따듯했지

처음으로 설악을 마주했을 때
산의 개념은 무한했고
너와 나는 늘상 왜소할 뿐이었다
어쩌다 천불동의 어느 침봉끝에 서기라도 하면
골바람 안개를 몰고 와
철없던 산행 위로하기도 했는데...

별이 봉우리보다 낮게 뜨는 곳
스스로 높아져가는 칠형제봉에서는
죽도록 사랑하리라 다짐했으며

달빛이 맨 처음으로 빛을 뿌리는
공룡능의 1275에서는
하산의 배낭 위로
슬픔을 바위처럼 지고 오기도 했다

산벗아!
함박눈 내리는 날
사각 양초등 뿌옇게 녹아들 때면
비룡폭포 캠프에서는 토왕꿈이 익어가고
월경소주는 고뇌하는 영혼의 빛으로
헤아릴 수 없이 무너져 갔다

이제는 쓰러진 고목등걸에
청태가 덮여 가는 세월도 서북능처럼 아련한데
내 젊은 날에 처음과 끝 고이 간직한 설악에서는
너는 나의 그리운 산벗!

-권경업-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