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마주치면
푸른 치마의 낭자 목화밭에서 나오다가
나그네 보고 길가로 몸을 돌아 서네
저 멀리 흰둥인 누렁이 따라 내달리며
둘이서 빙빙 돌다 주인아씨 앞으로 달려오네
峽口所見 협구소견
靑裙女出木花田 청군녀출목화전
見客回身立路邊 견객회신립로변
白犬遠隨黃犬去 백견원수황견거
雙還却走主人前 쌍환각주주인전
이팔청춘. 이성을 바라보거나 심지어는 생각만 해도 얼굴이 붉어지곤 한다.
더군다나 외딴 골목이나 버스 안 같은 곳에서 눈이 마주치면 괜히 볼이 상기되고
귀까지 빨개진다.
새하얀 목화밭에서 일을 하다 나온 푸른 치마의 아가씨. 하얀 목화밭에 선명한
푸른치마의 색상 대비가 더욱 아름답다. 이 아리따운 아가씨가 목화를 한 광주리 따
나오다가 그만 낯선 나그네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콩닥
거리며 수줍게 돌아설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 아가씨가 나그네를 보고 돌아섰으니
나그네는 남자요, 잘생긴 미남자일 것도 당연지사. 나그네 또한 쿵덕쿵덕 방망이질하는
가슴으로 저 멀리서부터 상기된 얼굴로 조마조마 다가왔을 것도 당연지사다.
그런데 이 당연지사가 여기서 끝나면 재미없다. 이 젊은 나그네는 주삣거리다 말도
못 걸고 그냥 지나칠 테고, 그러면 아가씨도 아쉽게 뒷모습만 바라보다 그냥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이들의 정적을 깨주고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주는 매개체가 바
로 저 멀리서 서로 좇고 좇으며 노닐던 '어여쁜' 누렁이와 흰둥이의 출연이다.
흰둥이와 누렁이는 신나게 지들끼리 놀다가 뒤늦게야 주인아저씨를 발견하고 냅다
달려와서는 반가운 마음을 표현한다. 이제 누렁이와 흰둥이를 매개로 두 사람의 말문
이 트일 것은 당연지사. 그렇다면 사랑의 매개체이자 화신(?)이 된 누렁이와 흰둥이의
성별은 어떻게 될까? 이 또한 당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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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떠나면 될 것을
기억 마저 가저 가려 애쓴다
빈 자리
또 다른 너로 인해
또 다른 오늘이 흐른다
해 뜨고. 해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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