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6일 저녁에 신년모임이 있어 가는 도중 부동산 전화를 받았다.
내일 오전에 손님을 모시고 가니 집에 계시겠냐는 전화다.
최근 방구가 잦듯이 제법 집을 보겠다고 오는 사람들이 있어
그냥 그런가싶은 시큰둥한 마음에 알았다고 하고 2차에 3차까지
니나노하고 새벽에 귀가해 호랭이 마누라에게 쥐어뜯기고 있는데
조금있다 갈테니 집에 계시라는 부동산 전화다.
오늘 보고 우리집만 보는 게 아닐테니 한두푼도 아닌데 보고만 가겠지..했는데
웬걸!
각오하고있던 할인가보다 약간만 손해를 보면 당장 계약을 하겠단다.
내가 집을 파는 이유는
가장 큰 이유가 오랫동안 수입이 없어 먹고 살 길이 막막한 것이 첫째고
둘째는 건강이 제법 안좋은 터라 호랭이랑 시골로 내려가자는 합의가 되었고
세째는 애새끼들 넷 중에 세놈이 다 지방에 유학(?)가게되어 막내만 데리고 있으면 되는데
막내도 이미 공부로 승부를 보기엔 틀린 듯하여 아예 영혼이나 자유롭게 하자는 이유였다.
시골행의 목적지를 제주로 잡은 것은
그곳에 땅이 조금 있고 몇년전에 제주 해안도로를 도보로 일주한 후 그곳에 올렛길이 생겨
아예 한강을 걷듯이 그 올렛길을 걷거나 낚시나 즐길까해서였다.
-원래 게으른 위인이라 농사를 짓거나 뭐 생산적인 사고는 전혀 없이... -
제주로 가려면 노는 땅에 집을 지어야 하기에 4개월의 여유를 달라니까 넋을 빼듯 어쩌고 하더니
4월초에는 집을 비워달란다.
지난 6월에 한번 기회가 있었을 때 건축을 부탁했던 친구 말이 최소 2달은 걸린다는데
집을 지을 돈도 없어 중도금을 빨리 받기로 하고 그제서야 이리저리 알아보니
아~~ 그거 마음만 갖고 돈만 있으면 되는 일이 아니네!
대지가 없어 형질변경인가를 해야하고 전입 신고를 한 후 3개월인가를 기다려야하고...
아이고! 정말 욕밖에 안나온다.
집도 몇년전에 그려둔 도면으로 지려면 당시 예상보다 배는 비싼 건축비용이 들어간다하고
어차피 팔겠다는 욕심에 덜컥 계약금은 받았으니 이젠 빼도박도 못하겠는데....
막내 전학과 현지 적응 기간도 생각해서 아예 2월쯤 내려가잔다.
가면 어디서 살고?..했더니
폐가로 버려둔 집을 고치던지 주거용으로 임대나 파는 콘테이너에서 살아도 된단다.
제주가 남쪽이라 서울보다는 덜 춥겠지만 이 엄동설한에 그래도 그럴듯한 집에서만 살던
위인들이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살겠다고?
고등학교 동기모임에 직책없이 혼자 좋아서 날뛴 게 만 8년째다.
위인이 아무에게나 붙임성을 가지고 친근하게 대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그나마 까까머리 시절 알던 동기들과 만나며 많은 것을 배웠고 신세도 졌다.
그런 사람들과 서울이 아닌 곳에서 만나 있거나 없거나 가진 것 중에
남는 건 나누고 모자라면 모자라는대로 쪼개어 마음만 넉넉하게 살고싶어졌다.
그런 생각을 한 이유는
이놈 저놈을 다양하게 만나보니 잘 난놈도, 못난놈도 내 기준으로 보면 참 바쁘게만 산다.
잘 나가는 놈은 잘 나가는 놈대로 뭔가 부족하고 심각한 문제가 있고
못 나가는 놈은 못 나가는 놈대로 같은 문제를 안고 산다.
그냥 그자리에서 생각만큼 안됐으면 에이...내 팔자가 그렇지, 뭐..하거나
생각만큼을 넘어도 욕심때문에 조금 더 ..하는 욕심만 낸다.
-물론 나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않지만... -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이제 평생을 먹고 살던 생업에서 물러날 시기다.
동문 중에 대선배 한분이 이름만 대면 알만한 분인데
현직에 계실 때는 모시기가 어려울 정도로 바쁘신 분이 은퇴를 한 후 먼발치에서 봤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는 듯한 모습으로 동문들 주변을 어슬렁대시는 걸 보았다.
그후에 그런 선배 몇분을 관심있게 봤었고 열이면 일곱 여덟 분은 내 보기엔 그랬다.
잘 나갈 때야 무슨 수를 써서든 얼굴 도장을 찍고싶어 주변에 얼쩡거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자리가 사람이었는지 자리에서 일어서니 그런 느낌을 받게 했다.
사실....나이 들어 여유로울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말 벗이다.
예전에는 돈이나 넉넉히 벌어두어 나이들면 이곳저곳 유람이나 다닌다고 계획을 세웠지만
잘 난 10%에도 못 들거라는 확신이 서면서 계획을 대폭 축소했다.
나같은 놈 몇놈이 서울이 아닌 -아니, 서울에라도 좋다.- 지역에 내려가 그런대로 거점을 확보하면
나이들어 소일거리 삼아 부부동반으로 아님 가족동반으로 지역마다 갈 곳이 생기는 게 아닐까?
욕심부리지 않고 그냥 내가 좋아서 오는 친구, 내가 좋아하는 친구 내가 사는 곳에 쉴만한 공간 두어
오면 반갑게 맞고 먹는 음식에 숟가락 몇개 더 놓아 술을 반주삼던 음료수를 술 삼던 그렇게 며칠 보내면
나이들어 사는 세상도 그리 쓸쓸하지는 않을 듯 하다.
가끔 아는 친구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내가 니들 사는 거 대충 안다.
있는 놈이 공짜 바라고 오면 소금뿌리고 없는 놈이 허세부리면 문전에서 물 뿌린다고... 했다.
나이 들어 남는 건 자존심이고 자식이나 주변 후배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자가 존중받는 것이다.
친구가, 친구의 이름으로 오는 내집 손님 대접 잘 해보내고 나면 능력껏 알아서 나 사는 꼴도 알테니
먹고 잔 값은 하겠지.
그걸 꼭 여관방이나 호텔방처럼 얼마에 얼마는 안하지만 그놈 이름값만큼만 내놓으라고 할거다.
뭐 없으면 또 어떠냐?
친구가 가오다시를 잡겠다는데 친구로 그정도 얼굴값도 안해주면 그냥 아는 사람일뿐이지.
어쨋거나 일은 벌렸다.
언제가 되었건, 이제 나는 제주도로 간다.
콘테이너건, 폐가를 고치건 일단 3개월만 버티면 집을 지을 수 있고 그러면 늦어도 7~8월이면
그럴듯한 집을 짓고 거기에 몇몇쯤은 넉넉하게 쉬어갈 공간도 따로 만들어지겠지.
와서 아예 살라는 건 아니다.
거기에 내가 있으니 며칠 쉬며 서로 말벗이나 하자는 얘기다.
누구에게나 가오다시 잡고싶은 데 마땅한 데가 없으면 연락주고 보내라.
마음에 들었다고 하면 쌀이나 반찬될 만한 것, 아님 마음이 담긴 물건을 보내라.
또 몇년은 수입이 없어도 버틸만하니까...ㅎㅎㅎ
아이고!
사실은 일은 벌렸는데 행정적인 절차가 복잡해 넋두리 하려다보니 엉뚱한 소리나 늘어놨네.
내일 제주도에 그런 행정적인 일을 보러 갔다가 다음날이나 화요일에 온다.
그냥 생각속에서만 머물던 일이 현실로 코앞에 닥치니 그 절차가 복잡하여 넋두리하려고 길게 적었다.
세형이가.
- 9320 휘문69회 김세형 아이고 막막하네! 2011-01-12
- 9319 휘문60회 장태현 인생의 3가지 악재 2011-01-12
- 9318 휘문 기우회 안용진 [강좌][4편] 귀붙임 - 상수의 꼼수를 대비하는 방법2 2011-01-12
- 9317 휘문 기우회 안용진 [강좌][3편] 귀붙임 - 상수의 꼼수를 대비하는 방법1 2011-01-12
- 9316 휘문 기우회 안용진 [강좌][2편] 4점 접바둑 - 과감해야 한다 2011-01-12
- 9315 휘문 기우회 안용진 [강좌][1편] 4점 접바둑 - 당황하지 말자 2011-01-12
- 9314 휘문55회 안용진 2011년 1월 11일 화요산악회 129차 소구니산,유명산 등산 2011-01-12
- 9313 한티산악회 이영민 제주도에 가시는 선배님들 보세요. 2011-01-12
- 9312 휘정산악회 이영민 제주도가는회원들 15시에 만납시다. 2011-01-12
- 9311 휘문69회 송승범 그 남자, 그 여자. 2011-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