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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효자동 사랑방
🧑 김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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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27 0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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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0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몇몇 친구에게 내 방은 그 친구들의 사랑방이었습니다.
그것도 통금이 있던 시절 12시30분에서 1시 사이에 들르는....
방이 길쭉하고 대신 짧아서(?) 사람이 누우면 머리위로나 발 밑으로 여유가 별로 없는...
그런 방이었지만 그럭저럭 누워 잠을 잘라치면 예닐곱은 대충 잘 수 있던 곳이죠.
청와대로 올라가는 길목, 경복궁 후문 영추문을 마주보고 골목길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두번째 골목 오른쪽으로 첫번째 집-
자정이 넘어 골목안으로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면 긴장이 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골목으로 난 창문을 두들기는 소리.
무수, 교우.... 두놈이 내 사랑방의 단골 손님입니다.
지놈들끼리 어디가서 싫컷 놀다가 걸 헌팅에 실패를 하면 지네 집처럼
요리조리 방범을 피해 집까지 와 숙박을 청하는데 일주일에 두어번
한달이면 예닐곱번은 길 가던 나그네 하룻밤 유하기를 청하듯 창문을 두들깁니다.
요령이 생기면서 가까운 종로며 명동에서 뭔 짓거리를 하다 일이 안 풀려
갈 곳이 없으면 -있으면 지놈들끼리만 졸라 재미를 보고... C-발눔덜! - 옵니다.
수원형님도 아마 무수놈하고 오셨는데 기억이 나실랑가 모르겠네요.ㅎㅎㅎ
통금이 있던 시절-
물 좋은 번화가가 가까웠기에 모범생(!)인 저는 늘 사랑방 당번병이었습니다.
대표적인 두놈의 고삐리 동기때문에....말입니다.
그때는 그게 그렇게 싫고 귀찮더니.....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이 내 시절을 거치는 와중에 문득 그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이제는 그때처럼 무대뽀는 아니겠지요.
몇년 전 당뇨로 그랬는지 제주도 해안도로 240km를 도보로 일주하고 돌아오던 해
며칠 사이로 12kg이 빠지고 급격하게 체력도 전과 같지않아졌습니다.
물질에 대한 욕심도 허무한 탓인지 많이 줄었구요.
아니 어쩌면 지난 2007년 도보로 제주를 일주하면서 섬 구석 구석에 들어선
마트며 유흥업소를 보고 그곳도 여느 도시 못지않은 곳이라는 느낌을 받아서 일지도 모릅니다.
제주지사로 내려갔던 동호회의 회원이 1년 365일 오랫만이라면 찾아오는 지인들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찾아오는데 자신에게 그리 많은 지인들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웃더군요.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거-
누구든 다 좋아할 겁니다.
도시에서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 뭐 좋으냐고 웃을지 모르지만
비즈니스나 용건이 있어 만나는 그런 사람 말고 좋아서, 그리워서 만나는 그런 사람...말입니다.
펜션을 할까하던 생각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내가 가고자하는 곳은
그럴만한 조건이 안되는 곳이라더군요.
협재, 한림에서 산간으로 한참을 들어가는 곳입니다.
차로는 5분거리이지만 걸어서는 30분쯤 작은 언덕을 올라가야 바다가 보이는 곳입니다.
그래서 한적한 곳입니다.
근자에 들어 조 영남이라는 가수가 세시봉에서 노래를 부르던 윤 형주, 송 창식등과
놀러와에 나와서 "집이 팔리면..."하는 우스개말처럼 내뱉은 말이 가슴에 닿습니다.
나도 그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닙니다.
우선 아이들이 4명이니 그 애들에게 각자의 방을 하나씩 줄겁니다.
호랭이라 부르는 아내에게 혼자 쓸 수 있는 방도 하나 줄겁니다.
나도 혼자 공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질겁니다.
그리고 계단을 만들어 2층에 훵한 사방을 벽으로 둘러 싼 공간을 하나나 둘쯤 만들겁니다.
가고자 하는 곳이 과수원자리고 도심의 웬만한 단독 주택 면적의 돌담 울타리가 처진
과수원 부지가 대여섯개쯤 있으니 아는 친구들 중에 여유있는 친구는 거기에 그네들이
가끔씩 와서 쉴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게 할 마음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동기 3~400명즘 알고 지내다 보니 힘든 놈, 여유있는 놈 그렇고 그런 놈으로
나눠지고 힘든 놈에게는 여비는 못 보태줘도 가족들과 한번쯤 며칠 쉬어갈 기회도 주고
있는 놈에게는 힘든 놈 대신으로 강제로라도 묵게하고 삥을 뜯을까도 고민 중입니다.
현실에서 점점 뒤쳐지면서 꿈을 꾸는 중입니다.
나이는 점점 들어가고 품었던 욕심이 하나씩 허망한 거품이라며 포기하면서
내게 아름다운 사람들과 매일은 싫고 그들이 지칠 때, 내가 그냥 보고싶을 때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막지않고 그저 빈 방에 이불 한 채와 숟가락 한벌을 넣는
그래서 어찌보면 이게 손님 대접이냐고 불쾌할 수도 있는 그런 사랑방을 갖고싶습니다.
어찌보면 작고 볼품없는 소망인데도
그게 아직까지도 그저 그런 꿈으로만 꾸고 있다는 게 참 어렵네요.
내게 아름다운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사랑방.
그게 2011년 내 소망입니다.
예전 무대뽀로 갈 곳없어 들이대는 그런 치기어린 애들말고
사람이 보고싶은 사람들에게 편안한 그런 사랑방.....
우쒸!!
연말이 되니 인간이 느끼해집니다.
마치 손바닥 가득 떴던 물이 사이 사이로 빠져나가는 걸 멀뚱히 봐야만 하는
그런 무력함이 느껴지는 연말이라 그런가봅니다.
그래도 사랑방.......
있으면 좋겠지요?
ㅎㅎㅎ
3기 세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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