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욕하며 싸워봤수?
을쑤니가 사는 법 2010/12/15 14:32 이프“Fu** You!”
다짜고짜 욕이다. 이태원과 한남동이 만나는 교차로에서 나는 우회전, 상대는 좌회전해 놓고선 말이다. 차선도 각각 있는데.
앵글로색슨 계열 외국인인 것 같은데 뒷자리에 유치원 또래 남자아이까지 앉아 있었다. 아마도 유치원에 바삐 데려다 주느라 좌회전하면서 차선을 바꾸는데 내가 그 차선에 들어갔나 보다. 좌회전과 동시에 차선을 바꾼 자기가 잘못해놓고 괜히 내게 화풀이다. 거기다가 남의 나라에 왔으면 욕을 하더라도 우리나라 욕을 해야 마땅하거늘.
나는 괘씸해서 양보해 주지 않았다. 대신 그 차 앞에 가면서 무언의 욕으로 화답해 주었다. 창문을 열고 팔을 쑥 내밀고 가운데 손가락을 꼿꼿하게 곧추세우고 코스모스가 바람에 나부끼듯이 흔들어 주었다.
그 순간 갑자기 그 차가 쏜살같이 달려와 끽~ 하며 내 앞을 가로 막더니 그가 달려 나와 내 창문을 쳐대며 욕을 해댄다. 한 대 주먹을 날릴 기세다.

참 웃긴다. 아니 욕은 지가 먼저 해놓고 왜 나는 못하게 하는 건지... 말로 하는 건 괜찮고 모션으로 하면 안 되나? 아님 남자는 해도 되고 여자라서 안 되나?
창문을 깰 것만 같아서 닫힌 창문을 조금 열고 목소리를 낮추고 영어로 말했다.
“잘못한 건 넌데 니가 먼저 욕했잖아. 지금 치려구 그러냐? 먼저 나 건들기만 해봐라. 먼저 건드린 사람이 큰일 나는 거, 넌 알지?”
“F@#$^%FFF&%$^^”
그는 화가 많이 났는지 문장도 안 되는 그저 ‘F 워드word' 욕만 계속 나열한다.
한참 떠들더니 중얼거리며 자기 차로 들어가 휭 하니 가버린다.
많이도 놀랐을 거다. 처음에는, 한국 여자가 영어 욕을 그리도 ‘세련되고 능숙하게’ 잘해서 놀랐을 것이고. 그 다음 순간 외국 상황을 잘 아는 내가 두려웠을 거다. 미국에선 이런 경우 무조건 먼저 살짝이라도 몸을 건드린 사람이 다 뒤집어쓰게 되어 있다.
그날 내게 욕한 그는 억세게 운이 나빴다. 영어로 욕하며 싸워 본 경험이 있는 여자를 만나리란 생각은 못 했을 테니까.
한국말로 조용히, 빈정대며 말하라!
무시당하거나 차별을 느꼈을 때 난, 주로 다툰다.(이것도 뭔 자격지심이거나 병일 텐데.) 외국에선 인종차별. 한국에선 여남차별.
미국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노란 둥근 산 모양을 로고로 하고 있는 햄버거 집. 주문하려고 서 있는데 앞에 프로모션 광고가 보인다. ‘햄버거 세트 1달러 99센트.’ 그때나 지금이나 세일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긴 줄이 점점 줄어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햄버거세트 다섯 셋트.”
“마실 것은?”
“다이어트 콜라로 주세요.”(비록 지방덩어리 고기를 먹지만 마실 때만이라도 건강을 챙겨야지.)
그런데 지불해야 할 금액이 세일 가격이 아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치즈버거만 세일이라며 광고 문구 밑에 ‘치즈버거에 한함’이란 걸 보란다. 눈속임이었다.
“난 세일하는 것 사겠습니다. 치즈버거로 교환해 주세요.”
“왓(WHAT)?”
내 뒤에 늘어선 사람들을 보면서 인상을 구긴다.
“프로모션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작은 글씨로 사람을 속이면 되겠느냐?”
서툰 영어로 더듬거리기는 했지만 충분히 다 알아들었을 거다.
“저 긴 줄을 봐라. 말이나 제대로 하든지. 네가 뭔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난 열 받기 시작했다. 자기들은 아무리 줄이 길어도 여유 있게 할 짓 다 하면서 말이 서툴다고 무시하는 거다.
그때부터 난 한국말로 조용히 지껄이기 시작했다.
“야, 이런 말도 못 알아들으면 넌 바보야. 이것아. 넌 한국말 하나라도 할 줄 아냐? 내게 영어는 보조언어야 이것아. 한국말은 얼마나 잘 하는 줄 넌 모를 거다. 광고를 하려면 글씨체를 똑같이 해야지. 치즈만 깨알같이 쓴 건 사람을 속이는 짓 아니냐?”
“왓 디즈 유 세이? 컴온, 맨. 스피크 인 잉글리쉬.”
“미쳤냐, 내가 니네 말로 욕하게? 그리고 나 맨 아냐 우먼이지.”
이 정도 했는데 카운터로 치즈버거 다섯 셋트가 나왔다. 남들 보기에 그냥 난 조용히 한국말로 얘기만 했을 뿐인데 상대편은 굉장히 열 받더라. 뜻은 몰라도 내가 욕하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미국에서 한국말로 욕할 땐 반드시 빈정거리는 표정으로!
그날 이후, 많은 걸 깨달았다. 세일문구는 자세히 봐야겠다는 것? 절대 아니다.
앞으로 외국 애(?)들과 다툴 일 있을 때는 우리나라 말을 애용해 애국자가 되자는 거룩한 다짐이다. 그것도 조용조용하게 낮은 목소리로. (원래 고수들은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지 않더냐.) 단 표정은 ‘반드시!’ 빈정거리는 표정을 지어야 한다. 웃으면서 밝은 표정으로 한국말 욕을 하면 정신 나간 사람 같을 테니까.
왜 욕은 하필 엄마일까, 아버지 아니고
따져보면 어차피 욕이란 것이 별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외국 욕이든 토종 한국 욕이든 간에. ‘성기나 성생활이나 성습성이나’ 뭐 이딴 거를 주욱 늘어놓는 것이지 뭐 특별한 내용도 메시지도 없고 말이다. 언젠가는, 흔히 들을 수 있는 욕, 이게 대체 뭔 뜻인지 궁금해서 책상에 앉아서 한참 연구(?)해본 적이 있다.
엄마랑 성이랑 뭔 연관이 있는지 애꿎게 엄마가 제일 많이 등장하더라.
사실 욕이라는 것 자체가 상대방을 약 올리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하는 것인 만큼 상대를 당황하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긴 하겠다. 그래서 당황스런 단어, 은밀한 어휘들을 사용하나 보다. 그런데 하필 왜 엄마일까. 아버지가 아니고.
손 세실리아라는 내 후배 시인은 <좆같은 인생>이라는 시에서 이리 말하더라.
‘......죽었나 싶으면 어느새 무쇠 가래나 성실한 보습으로 불쑥 되살아나 씨감자 파종하기 좋게 텃밭 일궈놓는 짱짱한 연장으로......연인의 자궁 속을 힘껏 헤엄쳐 다니다가...’
그렇다. 그 존재만으로도 벌써 엄청난 위안이며 희망이다.
‘세상살이가 좆같기만 하다면야 더 바랄 게 무에 있겠느냐’고 덧붙여 말하던데. 듣고 보니 남자들이 술 마시고 내뱉는 ‘좆같은 인생’이 욕이 아니었구나. 죽었다가도 벌떡 일어나 꼿꼿하게 새 인생 살고 싶다는 하나의 염원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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