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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의 펌질입니다.

 



설치류에 설친 경찰, 어패류에 어폐 있는 국방부

한겨레21 [2010.11.09. 제835호]
G(쥐).

뱅크시는(그의 작품은) 전세계에 있다.

영국의 ‘그래피티 아티스트’다. 말하자면 낙서화가다. 영국 대영박물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등에서 기존 전시 관행을 비틀며 명화 옆에 자신의 그림들을 ‘몰래’ 전시했다. 대도시 벽에는 낙서작품을 남겼다. 게릴라처럼 그리고 사라지기 때문에 처음에는 언제 누가 그렸는지 알 수 없었다. 뱅크시라는 이름도 가명이다. 37살 고등학교 중퇴 학력의 영국인이라는 것만 알려졌을 뿐이다. 반전·평화 등의 메시지를 담고 대도시 곳곳에 새겨진 그의 낙서들은 초기에는 지워지기 바빴으나 이제는 보호 대상이다. 그래피티를 불법으로 간주했던 런던시청은 이제 뱅크시 관광지도를 만들 정도다. 동네 주민들은 그의 그래피티를 보존하기 위해 바리케이드까지 세운다. 팔레스타인의 분리 장벽, 미국 뉴욕 그라운드제로 등 세계의 벽에 그의 작품은 ‘낙서’로 건재하다. 지금도 그의 작업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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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씨가 그린 ‘G’ 그림(왼쪽) / 뱅크시가 그린 쥐 그림(오른쪽)

뱅크시는 (여전히 익명으로) 말한다. “나는 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더 이상 누구도 믿지 않는 자유·평화·정의 같은 것들을 적어도 익명으로 부르짖을 정도의 배짱은 가지고 있다.”

뱅크시는 한국에 없다.

지난 10월31일 서울의 한복판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포스터에 쥐그림이 덧칠됐다. B씨로 알려진 한 대학 강사의 그림에 시민들은 “한국에도 뱅크시가 있다”며 뜨겁다. 차가운 건 경찰·검찰이다. 한쪽에서는 덧칠로 그렸다는 쥐 그림을 보고 시민들이 박장대소를 터뜨린다. 한쪽에서는 ‘국격 훼손’으로 공공의 안전까지 얘기하며 분을 삭이지 못한다. 서슬 퍼런 서울중앙지검 공안부가 나선다.

B씨는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근처에 붙은 포스터에 한 장에 한 마리씩 열세 마리의 쥐를 그렸다. 경찰에 붙잡혔고, 재물손괴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G가 쥐와 같아서 쥐를 그린 것뿐이다. 최근 정부가 G20에 매몰된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이 정도의 유머도 용납되지 않느냐.”


죽자고 덤비는 사람들 앞에서 “웃자”고 말하는 B씨. 굳이 잘잘못을 따지자면 B씨가 G를 보고 ‘지’가 아닌 ‘쥐’를 떠올린 건 그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가 오렌지를 보고 난데없이 (어륀)‘쥐’를 주절거리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다.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님이 말씀하지 않았던가. “G는 ‘지’가 아닌 ‘쥐’로 발음해야 한다.”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조개.

천안함 침몰의 결정적 증거라며 국방부가 내세운 ‘1번’ 어뢰의 틈에서 조개가 발견됐다. 조개에는 하얀 침전물이 꽃처럼 피어오른 형태로 자리잡고 있었다. 한 누리꾼이 근접 촬영한 사진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다. 지난 11월3일 언론노조 등 언론 3단체로 구성된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는 “조개의 침전물은 조개가 장시간 동안 어뢰 내부에 있었다는 증거”라며 “이 이뢰는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가 아니라는 것을 강력히 입증해준다”고 주장했다.

바로 그날, 국방부 조사본부가 직접 나서서 조개를 떼어냈다. 침전물은 떨어져나갔다. 증거인멸 논란이 일었다. 국방부는 곧바로 “생물 조가비가 아니라 조개껍데기 조각이며 폭발 뒤 조개껍데기가 구멍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검증위는 “폭발에 의한 것이라면 흡착물이 조개를 감싸는 듯한 모양으로 됐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조개 끝 부분에 꽃이 피어나듯 돌출된 상태로 붙어 있는 것으로 봐서 조개가 들어간 뒤 장시간 백색 물질이 침전됐음을 보여준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보고서는 정부가 제시한 1번 어뢰가 6개월 이상 바닷물 속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국방부의 발빠른 대처에 조개는 다른 사실을 낳지 못했다. 논란은 계속된다. 지금까지 의혹 제기에 대처한 국방부의 자세와 다르지 않다. 일단 우기고 침묵한다. 지난 11월3일 국방부는 최원일 전 함장 등 사건과 관련된 지휘관을 모두 형사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이 또한 증거를 대하는 태도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46명이 숨지고 초계함이 침몰한 사건이다.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증거는 사라져간다.

한겨레 / 하어영 기자 



황당하다! G20 경제효과가 한미 FTA의 30배라니…

[홍헌호 칼럼] 황당 소설이 사실이 되는 나라의 국격



 

삼성경제연구소가 6개월마다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의 경제적 효과가 무려 '30조 원'에 달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정작 G20 정상회의 개최 효과 홍보에 열을 올리는 정부는 그 효과가 1~2조 원이라 하는데 30조 원이라니.


이런 황당무계한 수치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해서 언론사의 과거 기사들을 찾아보니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마커스 놀랜드 선임연구원의 1년 전 발언이 눈에 들어온다.


작년 9월 2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놀랜드는 한국이 G20 정상회의 개최지로 확정된 것에 대해 "유치 효과가 88올림픽만큼 클 것"이라 주장했다 한다. "한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과거인식에 사로잡혀 있는 많은 사람에게 한국을 새롭게 소개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런 류의 발언에 크게 고무된 듯하다. 그러나 그의 주장 이면에는 매우 중요한 한 가지 전제조건이 달려 있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된다. "한국경제에 외국인들의 유입에 따른 부가적인 관광수입 외에 즉각적으로 큰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의심스럽지만"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그의 발언을 비교적 정확하게 해석하면 이렇다. G20 정상회의 개최가 "부가적인 관광수입 외에 즉각적으로 큰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의심스럽지만", "한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데는 88올림픽만큼 효과가 클 것이라는 것이다.


'사대주의'라는 늪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들은 그의 발언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G20 정상회의 개최효과를 88올림픽 개최 효과와 동일시하는 그의 호들갑스런 언행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G20 정상회의는 2008년 11월 워싱턴 D.C에서 처음 열렸고, 지난해 4월에는 영국 런던에서, 9월에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렸으며 지난 6월에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렸다. 이런 것들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반면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가져오는 국가이미지 제고효과는 G20 정상회의 개최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높다. 얼마 전 끝난 남아공 월드컵을 돌이켜 보라. G20 정상회의 개최와 비교가 되는가.


삼성경제연구소가 추정한 30조 원이라는 수치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일까. 이들이 올림픽이나 월드컵 효과에 버금간다고 판단한 듯하여 88올림픽 효과, 2002월드컵 효과와 비교해 보려 했지만 쉽지 않다.


공교롭게도 두 행사가 개최된 이후 우리 경제가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1988년 11.7%까지 올라갔던 경제성장률은 1989년 6.8%로 급락했고, 2002년 7.2%까지 올랐던 성장률은 2003년 2.8%로 급락했다. 물론 그 원인을 88올림픽과 2002월드컵의 부정적 효과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쨌든 이 두 행사의 효과를 추정해 내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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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 원이라는 수치의 타당성을 검토해 보려면 오히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와 비교해 보는 게 도움이 될 듯하다. 대외경제연구원이 2006년 1월에 내놓은 보고서를 분석해 보면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0.2%였다. 2001년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상원에 제출한 보고서에도 이와 유사한 수치가 담겨 있었다(정부는 대외경제연구원의 2006년 1월 보고서의 수치가 너무 적게 나오자 그 이후 이를 어이없는 수준으로 뻥튀기한 바 있다).


또 2006년 산업연구원과 현대차 관계자들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한미 FTA로 인한 자동차 수출증가 효과는 연간 7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7000억 원), 기타 섬유산업 등의 수출증가효과는 3억 달러(약 3000억 원) 정도에 불과했다. 이들이 추정한 한미 FTA로 인한 수출증가효과는 연간 10억 달러(약 1조 원)로, 당시 GDP의 0.1% 수준이었다.


수출 1조 원이 곧 부가가치 1조 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출 1조 원 증가가 곧 GDP(국내 부가가치 총액)를 0.1%포인트만큼 높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논의의 편의를 위해 백보 천보 양보하여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가 GDP의 0.1~0.2%라 가정하자. 그래도 그것은 겨우 1~2조 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G20 정상회의 개최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30조 원이라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수치다.


물론 이 경우 한미 FTA가 연간 1조 원 이상의 국내 취약산업 파괴라는 부정적인 효과도 수반한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된다. 한미 FTA로 인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증가효과만 해도 10억 달러(약 1조 원)에 육박한다. 또 한미 FTA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투자자-국가소송제는 정부의 각종 정책에 영구적인 족쇄를 채운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G20 정상회의 개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항상 근거있는 주장을 해야 한다.


한미 FTA로 인한 수출증가효과가 겨우 1조 원인데 G20 정상회의 개최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30조 원이라 우기는 사람들. 이런 황당한 주장이 비판없이 받아들여지는 사회분위기. 그리고 이런 사회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국격" 운운하는 돌아다니는 어이없는 광경.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일면이다.


프레시안/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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