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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의 이야기들 2
오늘은 '김선덕' 편입니다.
물론 6기 김선덕 말입니다.

한마디로 '까고 또 깐 인연' 입니다.

이 놈을 처음 만난 것은
제가 고2때, 저희 카톨릭학생회(써클명 'CELL') 신입생 모집을 위해
1학년 교실을 순회할 때였습니다.
거침없는 이빨로 선배를 꼴 때리게 하더군요.

종교 써클이라 그래서인지 독실한 신자 몇 이외에는 별 관심들이 없어하는 눈치라
이러면 써클 재미없어 진다 판단하여
저는 우리 써클에 가입하면 무조건 짜장면을 매주마다 쏘겠다고 하며
천주님과 함께 신실하게 학교생활하자고 하였죠.
그랬드니 짜장면 빨인지 선덕이를 비롯한 후배들이 많아 졌습니다.  

사실 당시에 짜장면 값은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왜나햐면 저에게는 든든한 물주가 있었으니까요.
이창선이지요.
이 놈은 짤짤이 귀신이라 항상 돈이 마르지 않았고,
그 놈 돈 삥치는 것은 식운 죽 먹기라
그냥 여자 소개시켜 준다고 하면 헬레레하여 있는 돈 다 끄내 줬습니다.
물론 창선이에게 졸업할 때 까지 여자를 소개시켜 준적이 없었고,
성질 급한 창선인 지가 알아서 여자를 잘만 만나더라구요.
그러니 소개시켜줄 이유도 사실 능력도 없었지요.
뻔한 거짓말에 지 돈 다 털어 준 창선이도 대단하지요. 
 
아무튼 선덕이는 짜장면에 팔려 저희 써클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매주 회합은 '명륜동 카톨릭학생회관'에서 있었습니다.
첫 회합에 선덕이가 선배님들 "엿 먹으세요" 하고,
엿 들고 왔길래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일단 가볍게 한 대 깠습니다.
그렇게 까는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선덕이는 중량교가 지 나와바리입니다.
휘경중학교에서 온 용마산 돌 양아치 출신이지요.
그 당시 집은 을지로 6가 계림극장 건너 편이었고,
어머님이 여관을 운영하고 있었지요.

선덕이는 유독 저를 잘 따랐습니다.
워낙 흥이 좋은 친구이었으니까요.
그 당시에는 제 이빨도 어지간하여 거기에 혹 갔기도 했겠지요.

사실 저는 6기를 개인적으로 깐 기억은 거의 없는데,
선덕이 만큼은 유독 저에게 까임을 많이 당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까질 짓만 골라 했으니까요.

우선은 '양산박 가입' 건입니다.
이 놈이 얼굴도 유인원류에 유모가 넘쳐
재미난 후배로만 사실 처음에는 알고 있었는데,
주먹이 짱인기라요. 72회 캡틴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저 놈이 틀림없이 양산박을 들게 될 것 같다 예측하였지만
그래도 카톨릭학생회 회원이고, 심성이 착해 종교적으로 순화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선덕이에게 별도로
"선덕아! 너 2학년 되면 양산박이라고 깡패 써클 애들이 너를 가입시킬려고 할테니
 절대 그 써클 들어가면 안된다" 라고 하면서
"내가 양산박 애들하고도 친하니까 애들한테 부탁해서 너 만킁은 꼭 빼 주겠으니
 혹시 그런 제안이 오거든 나에게 애기해라.
 그러니까 딴 생각하지 말고 우리 신앙생활 하면서 공부 열심히 하기로 하자.
 너 다시한번 애기지만 양산박 들어가면 절대 안된다"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종로 3가 수묘정에서 양산박 후배들과 대면식이 있다 하여 갔습니다.
저는 후배들 뽑는데 관여하지 않아 그 날 처음 후배들을 보는 날이었죠.
그런데 문을 열고,
예의 그 자세로 "선배님들 엿 잡수세요"하면서
김선덕이가 젤 먼저 입장하더군요.
그래서 골목에서 제대로 깠습니다.
이 씨발 놈이 선배 말 알기를 뭘로 아는지...
 
제일 기억나는 것은 '윤숙이' 사건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선덕이가 와 결혼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이 새끼가 미쳤나! 농담이겠지 싶어
그래 여자는 누구냐 그랬드니 '윤숙이' 라는 것이예요.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 같기도 하고 하여
혹시 종3 '윤숙이'냐 하니까 그렇다는 것이예요.
그래서 말 끝나자마자 존나 깠습니다.
왜냐하면 그 애는 종3의 유명한 걸X였으니까요.
얼굴은 반반했지만 미아리 출신인 나도 알 만큼 소문 난 종로 바닥 애와 결혼하겠다고 하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선덕이는 농담이 아니었고, 진짜 살림차릴 기세였고, 한다면 할 것이 뻔했었으니까
선배로썬 까는 수 밖예요.

그 다음은 '크레죨' 사건입니다.
크레죨 아시죠. 화장실 청소할 때 쓰는 좀약 냄새 존나 나는 것 말이예요.
어느 날 선덕이 어머님께서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더군요.
"우리 선덕이가 약을 먹고 죽어 간다고요."
 어디냐고 했더니 을지 병원이라 하더군요.
이 시끼가  '윤숙이' 건으로 깠더니 열 받어서 일 벌렸나 싶어 부리나케 달려 갔습니다.
병실 문을 여는 순간 화장실 냄새가 온 방을 진동하고 있더군요.
어머님한테 "애! 왜 저럽니까?" 했더니
아새끼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윤숙이'와 결혼한다고 생 난리를 피워 뭐라 했더니 저런다고,
우리 집 독자 새낀데, 어쩌면 좋냐고 막 우시는 겁니다.
그런데 "어머님 제 뭘 먹었습니까?" 했더니
그 문제의 크레죨을 한병씩이나 들이켰다는 거예요.
순간 꼭지가 돌더군요.
아니 씨발 놈 되질려면 쥐약을 처 먹든가 하지 크레죨을 가지고
'윤숙이' 하고 결혼하겠다는 쌩쑈를 한 것 생각하니까
끌어올라 또 존나게 깠습니다.
"야! 씨발 놈아! 돼질라면 쥐약을 처 먹어야지 크레죨은 왜 처 먹냐!
 너 내가 쥐약 사 올테니까 그 것 처먹고 빨리 뛔져
 이! 씨발 놈아!" 하면서 길길이 날 뛰니까
동생 좀 잘 타이를 것이라 생각하고 불렀던 어머님은
뭐 이런 선배가 있나 싶어 벙 찌시더군요.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병상의 선덕이를 또 존나 깠습니다.
어찌됐든 선덕인 '윤숙이'와의 결혼은 안 했지요.

시간이 흘렀습니다.
제가 학교를 짤렸지요.
예비고사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기였든 것 같습니다.
학교 교문 좌측 담벼락에 붙은 "퇴학 공고문'을 쓸쓸히 바라보고 있는데.
저 멀리 중앙 현관에서 선덕이가 달려 왔습니다.
"형님! 형님없는 휘문 학교는 다닐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는 거예요. 저는 그저 위로의 말인 줄 았았습니다.
그런데 1주일이 지나고 선덕이가 우리 집에 멀건 대낮에 왔더군요.
"형님! 나 학교 짤렸어" 그러더라고요.
학교 다니기 싫어서 한남대교 밑으로 몇 명 던지고 정리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또 깠습니다.
참 대책이 없는 놈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같이 숙식을 하며 미아리를 방황하고 있을 때,
어느 날 선덕이가 사라졌습니다.
꽤 깊은 잠수라 몹씨 궁금하였는데,
나중 알고보니 '새우잡이 배'를 탔다고 하더군요.
지깐 고생 좀 해 보겠다는 마음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철없던 저는 선덕이의 피땀 어리게 모았을 돈을
동네 색시집으로 꼬드겨 다 패대기 치게 하였습니다.

그 사이 저는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고,
신나는 새내기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선덕이가 나름 시샘을 했는지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겠다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선덕이는 신설동 검정고시 학원을 거쳐 홍대 영문과를 들어가게 되지요.

그 이후로는 선덕인 어떠한 사고도 치지 않았고,
홍대에선 입지전적인 인물이 되었고요.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선덕인 정말 착한 동생입니다.
양산박 식구들은 누구보다도 선덕일 잘 알거예요.

그런 선덕이가 보고 싶습니다.
결혼 후 더욱 보기가 어려운 것이 안타깝습니다.
워낙 자기 일에는 올인하는 성격이라
주변의 번잡함이 싫었겠지요.

선덕아!
보고싶다.
다큐멘터리 언제 끝나냐?

선덕이와 술 먹고 난장 깐 후,  
이튿날 늦은 오후 삼선짬뽕먹는 맛이 별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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