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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thanks God, I'm not bad

추석에 비가 와서 보름달을 보지 못한다는 기상예보는 봤지만....

추석 전날 아침부터 심상치않은 빗소리가 불안하게 만든다.

여름내내 열어두었던 남쪽 창으로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비가 들이치더니

방바닥이 흥건하게 젖는다.

아! 큰일이다.

비가 내방으로 들이칠 때면 꼭 일이 생긴다.

안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우산을 쓰고 나가보니.... 와아~!! 장난이 아니다.

옥상으로 올라가보니.... 으음...역시 물바다.....................

길다란 장대를 들고 우산을 쓴 채 옥상에 있는 5개의 배수구를 뚫는다.

다행인가?

몇번 쿡 쿡 쑤셔대니 발등을 덮을만큼 고였던 물들이 쭉 쭉 빠지는 게 보인다.

한손에 우산들고 한손으로 2m가 넘는 장대를 쑤셔대다보니 팔이 욱신거리고

우산으로 채 가리지 못한 엉덩이쪽은 아예 물 무게를 이기지 못해 흘러내린다.

얼라리 꼴라리 빤쥬가 보일랑 말랑.......ㅎㅎㅎ

뭐, 어때? 비 오는 날 언넘이 남의 집 옥상에 올라온 사내놈 희멀건 엉덩이 보고 있겠어?

아니, 그래도 모르지?

나같은 변태 놈이 재미있다고 사진이라도 찍으면....?

잠시 물 빠지는 걸 지켜보고 다시 내려와 컴퓨터를 켜니 우잉?!

집 바로 근처 동네가 침수가 되고 도로가 침수되어 강서구청 근처의 도로가 통제되었단다.

그러더니...바로 불이 깜빡대고... 컴퓨터와 형광등이 제멋대로 꺼졌다가 켜졌다가 한다.


불안함에 바로 전기 단자함을 열어보니 물이 샌 흔적은 없다.

겸사 겸사 계단을 내려와 대문으로 가는데 옥상에서 쏟아지는 빗물들이

대문앞 계단에 발등이 잠길만큼 쏟아져 내리고 있다.


그런데... 다행인지 전기는 우리 집만 나간게 아니고 동네 전체가 나갔다.

간혹 비오는 날이면 빈대떡에 막걸리를 나눠먹는 동네 설비집이 문을 열었다.

아따, 이 양반. 비 온다고 일 제끼더니 4시도 안되었는데 얼굴이 벌겋다.


"어쩔 수 없슈~, 지금은 비가 와서 할 일도 없슈."

빗발치는 전화에도 그랬고 내 궁금함에도 마찬가지인 듯 고개를 젓는다.

"아따, 왔다 그냥 가유? 커피나 한잔 하고 가~"

커피를 마시라는 신의 계시인가?

전기도 나갔는데 뭔 커피?..하려는데 형광등이 반짝 들어온다.

커피 포트에 물을 올려두고 끓는 동안 밖을 쳐다보니......

이게 뭔 추석 청승인가....싶다.

"김 형, 우리 죄지은게 많나벼.... 왜 하필이면 화곡동에만 비가 이렇게 오는 겨?

천안쪽은 하늘이 말짱 하디야."

고향이 천안인 설비집 사장은 그 사이 고향 친구에게 전화를 받았나보다.

"우쒸! 깜딱이야! ..그래도 나보다 더 죄 지은 놈이 있나벼. 딴데 떨어졌네."

마침 번쩍 번쩍하더니 금방 벼락치는 소리가 귓등에 울린다.

"에이, 걱정마러~ 그래도 김 형보다 내가 먼저 벼락맞을껴."


내 방 새는 거야 그냥 내 복이려니...비 덜어지는 곳에 바가지 하나 받치고

옛날 생각하며 그때는...하면 그만인데 딴 집에서 새면 곤혹스럽다.

비가 많이 오면 빈다.

비 새지 않게.....


추석인데 하늘이 우중충하여 달 보기는 글렀다.

오전까지 내린다고 하지만.... 아까처럼 쏟아질 것 같진 않다.

그래도 추석이라고 봐주셨나보다.

늘 다니던 도로가 물에 잠기고 사는 집 인근 동네가 침수되었다는데....

감사합니다, 하느님, 조상님!

그 엄청난 비에 이정도라면 나쁘지 않지요.


^_____^*

세형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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