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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주년 생일

내가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도 10년이 되어간다.

3040의 연령층을 가진 인터넷 동호회에 글을 올리면서 시작한 글이니....

그 동호회가 뚜렷한 목적의식없이 10년쯤 전 소외되었던 30대이후의 연령층들이

모여서 만들어졌고 많을 때는 1,600명까지 늘어났고 한창 오프라인 모임을 할 때는

내가 만나 본 사람들만 얼추 300명쯤 될 만큼 활발했고 형제 자매처럼 친하면서도

우여곡절도 많았다.


내가 고등학교 동기회 일에 몰입하면서 그 동호회에서 조금 소홀해졌을 때

활동을 하지 않는 회원들을 정리하면서 지금은 300명쯤이 남아있는데

올 초 침체되면서 내게 운영권을 넘겨주었다.


몸도 마음도 하루가 다르게 처지면서 내게 활성화를 바랬던 골수멤버들은

실망을 했지만 서로 동호회를 활성화 시켜보겠다고 노력을 했다.


매년 개설일을 맞아 생일 잔치를 하면 많을 때는 60명이 넘게 모여

중간 크기의 카페를 아예 통째로 빌려 동해, 부산, 대구, 광주, 제주에서도 일부러 참석할 정도였다.


예전같으면 장소를 섭외한다고 답사를 다니곤 했는데

영 몸이 안 따라주니 전임 골수 멤버들이 이번에는 고생을 했다.


장소를 영등포로 예상했다가 그럴듯한 장소가 없어 사당동 노래주점 방을 하나 빌렸다.

10명에서 많아야 12명쯤 올거라며 조금은 시들한 목소리로 장소를 준비했던 골수멤버는

전임 운영자와 운영진들 중에 조금 여유가 있는 회원들에게 1만원씩 더 걷어 기념품까지

준비해 모임 장소로 가지고 왔다.


예전에는 공기 정화기까지 경품으로 나올만큼 적극적이던 회원도 경기때문인지

꼬리를 내리고 인원도 예전에 비하면 훨씬 적겠지만 그만큼 그 모임을 사랑하는

회원들만 모이니 좋은 거 아니냐며 위로를 했는데 예상보다 너덧명이 더 모였다.

거의 끝날 무렵 맥라이언을 닮은 이쁜 아줌마 회원도 늦어도 얼굴보러 왔노라며

참석했고 일부러 대구에서 올라온 8년차 아줌마 회원도 와 주었다.


43살에 시작한 그 동호회는 10년이 넘어 이제 내가 53살이 되었다.

x삼사라는 이름의 동호회는 삼십대와 사십대의 모임이었지만 당시 가입한

회원들중 일부가 나처럼 오십줄을 넘으면서 절묘하게 이름을 바꾸었다.

삼십대부터 죽을(死)때까지의 모임으로.....


그 동호회 사람들을 처음 만날 때 나는 노래방 자체를 몰랐다.

그 동호회 회원들과 어울리면서 노래방 모니터의 가사를 따라 불렀고

어제 그 모임에서 노래를 불렀을 때 처음 노래방에서 나와 만났던

초창기 멤버는 눈을 크게 뜨며 놀랐고 "형, 돈 많이 쓰셨네요."하며 웃는다.


내게 참 많은 것을 준 동호회다.

내 주변에는 내게 많은 것을 준 고마운 이들이 많다.

처음 그 모임에 나를 아는 친구가 우연히 참석했을 때

무지하게 변한 나를 보고 믿기지 않은 표정이 재미있었다.


혼자였고 이기적인 내게 함께라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준 소중한 곳이다.


사람들은 너무 한곳만을 보며 잰 걸음을 걷는다.

누군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묻는다.

"그거 돈 되요?"

글쎄다?

그 돈되는 곳만 바라보면 달려온 너는 지금 얼마나 벌었지?

그리고 그걸로 행복해?

아마 아닐거야.

어떤 때는 모든 것을 다 바칠 듯 몰입해 앞서서 나갔고

어떤 때는 그저 흐르는대로 존재마저도 희미하게 이어왔지만

나는 그곳이 참 편안한 늪이다.

또 앞으로 10년-

내 늙어가는 몸뚱아리에 마음만은 늘 그때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편안한 곳에서 그 10년후를 맞이하고 싶다.

3년후면 이십수년간 등한시 해왔던 내 고등학교에 관심을 가진 후 10년이 된다.

휘문고 69회도 그 동호회처럼 있었던 자체가 행복이었던 그런 모임이 되었으면 한다.



세형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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