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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애비 노릇도 능력이 있어야 혀~~
🧑 김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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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8-19 03: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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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7
드럽게 더운 밤이다.
잠은 안 오고 뒤척이니 호랭이가 부스럭거리는 꼴이 보기싫은지 마실가잔다.
길 건너 구도로쪽에 지하는 주차장, 지상은 공원으로 꾸며놓은 공원이 있는데
이쁘게 잘 해 두었다.
가다가 인근 편의점에서 캔커피 2개 생수 한병을 사들고 가니 파라솔까지 설치된
원탁에 붙박이로 박아둔 의자 4개가 이쁘다.
이십수년을 같이 살아왔으니 이젠 할 말도 떨어졌을텐데 이런 저런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떠들다보니 4시가 다 되어간다.
고3 수험생 셋째놈 밥주려면 죽었다며.. 일어서서 공원을 벗어나 집으로 오는데...
"현이가 쌍거풀 수술하겠대."
"야 무슨 돈으로 쌍거풀 수술을 해줘?"
대수롭지 않은 듯 지나가는 투로 통보 비슷하게 던지는 말에 질겁을 한 건....
아이쿠! 이제 시작이구나!싶은 딸래미의 외모 컴플렉스와 그에 들어갈 비용때문이다.
"그동안 알바해서 모은 돈으로 한다니까 걱정하지마셔. 병원도 알아놨대."
언젠가 상국이가 순천역사 공사를 할 때 따라 내려갔다가 3분도 못 보고 돌아온
그런 저런 서운함의 원인이 하나 둘 씩 밝혀졌다.
자식 4놈 중에 유일한 딸래미라 이뻐해주고싶어도 워낙 어릴 때 정을 주지 못한 터라
서먹서먹하고 독립심이 강해 내게는 거리를 두는 아이다.
성형..이라는 단어가 나오면서 성덕이와 상훈이가 먼저 떠오른 건 의타심일까?
주사맞는 것도 벌벌 떠는 놈이 갑자기 웬 수술을 결심했을까?
호랭이도 넌지시 운을 뗀 건 동기 중에 성형외과 의사가 둘씩이나 있음을 아는 터이다.
그래도 성덕이가 먼저 떠오른 건 예전에도 한번 아이를 봐 준 적이 있고
상가에서도 몇번 마주친데다 1학년때는 같은 반이었던 인연때문인데
아! 이친구 지금 차병원에 있지..하는 생각에 망설여진다.
시키 그냥 개인 병원하고 있었으면 가서 땡깡놓아서라도 아이를 보낼텐데...
딸래미는 밤 도깨비다.
만화를 그린답시고 낮에는 열심으로 퍼자고 밤새 만화를 그린다고 설친다.
호랭이가 관심없다는 듯 툭 던진 이야기지만 고민을 한 것을 딸래미한테 고사이 일러바쳤나보다.
참 무심한 아비로 딸래미가 자취를 하는 것도 그말을 들으면서 들었다.
순천에 내려보내면서 기숙사에서 쫒겨나면 그날로 보따리 싸들고 다시 올라오라고
엄포를 놓았던 탓에 딸래미는 그래도 마음이 열려있는 호랭이에게만 지원을 부탁했나보다.
"아버지는 무조건 반대만 하시잖아요. 그래서 말씀 못 드렸어요."
집에 들어와 끈적함을 지우고 컴퓨터를 키는데 딸래미 전화가 왔다.
인마, 아버지 학교다닐 때 너무 몹쓸 짓을 많이 하고 봐서 그런다.
너무 안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고 내 아이도 그럴거라고 지레짐작한 것이 골을 만든 것일게다.
성형외과까지 알아두었다는 딸의 말에 불안했다.
밤을 새고 아침에 상훈이에게 전화를 했다.
안 받는다.
문자를 보냈더니 오후쯤 전화가 왔다.
성형은 상담을 하고 예약을 한 후 수술을 하나보다.
상담을 하는 실장에게 전화를 넘겨주는데 나도 문외한이니 딸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10분도 안됐는데 딸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한다.
"아버지, 그냥 이벤트로 하는 병원으로 갈래요."
딴에는 꽤 알아보았는지 전화를 한 실장과 통화를 해보니 비용이 엄청 차이가 나나보다.
방학 이벤트로 한다는 병원은 사실 호랭이가 더 불안해서 고민끝에 내게 말을 한 것이다.
"나머지는 아버지가 알아서 할테니 거기 아니면 꿈도 꾸지마."
사실 걱정이다.
셋째는 뜬금없이 도저히 혼자는 공부가 안된다며 개인 과외를 받고싶다고 해서
방학동안 받으라고 했는데 그것도 등골이 휘는데 딸래미는 이뻐지겠다고 하니....
신철이와 한잔 마시다가 한숨을 곁들여 푸념을 하니 네가 편하기는 성덕이가 나은데
왜 상훈이한테 전화를 했느냐며 은근히 면박이다.
상훈이의 병원이 압구정동에서도 알아주는 유명 한 곳이라는 소문은 들었다.
"성덕이는 종합병원에 있잖아. 어떻게 깍아달라고 하냐?"
"그래도...."
사실...상훈이와는 거의 본 적이 없어 부탁을 하기도 껄끄러운데 성덕이에게 폐를 끼치는 것같아
일단 아이는 믿을만한 전문가에게 부탁을 하고싶은 건 애비 마음이고.....
술을 마시다 말고 술김에 상훈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알았어. 걱정하지말고 애나 보내."
중이 제머리 못 깍는다고 딴 놈 일에는 뻔뻔하게 이바구를 해도 막상 내 일에는 쪽 팔린다.
그걸 금방 알아차렸는지 늦은 밤 전화에 불쑥 내뱉는 부탁에 상훈이가 편하게 받아주니 고맙다.
....딸래미는 나름 공부를 철저히 했는지 상훈이와 대화가 막힘이 없다.
하긴 몇달 고생해서 알바로 모은 돈인데 그저 겉멋에 들떠 쓰려는 아이는 아니다.
...40분이면 될 거라던 수술이 길어진다.
아!
그러고보니 그녀석 주사뿐아니라 병원에 대한 공포심이 다른 애들보다 더한데....
딸만이 아니라 막내도 중이염으로 동네 의원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치료를
너무 겁을 먹는 통에 종합병원에 가서 마취를 하고 했었다.
상훈이가 나온다.
"네 아이가 아니었으면 중간에 그만하려고 했다. 잘 다독여줘서 병원에 대한 공포심을..."
마취를 했음에도 수술도중 혈압이 올라가고 맥이 급격히 오르내려 고생을 했단다.
이시키가 애비 얼굴에 먹칠을 해?!....하는 울컥함이 들다가
딸이 생후 1주일만에 부모 떠나 신생아실에서 한달넘게 입원했던 것이 기억났다.
영세를 받았던 세종로 성당 마리아상앞에서 살려달라고 눈물 찍, 콧물 찍 했었는데....
"조금 더 쉬고 나오게 할테니까 너무 걱정마."
상훈이가 한참을 설명해주고 일어설 때야 정신을 차렸다.
동기가 좋긴 좋구나.
삐까번쩍한 고급 차에 럭셔리한 자태의 부티가 흐르는 고객들도 그런 대접은 받지 못할게다.
"원장님이 고등학교 동창이세요?"
상담을 하고 딸을 맡았던 실장이라는 여자가 의아스럽다는 듯 묻는다.
단단히 각오를 했는데 딸이 예상했던 비용보다 덜 나왔다.
이 수술은 원장님이 그냥, 이 부분은 얼마 할인....
"얼마 나왔어요?"
집으로 가는데 그게 마음에 걸렸는지 딸이 묻는다.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아버지가 알아서 한다고 했잖아."
....아버지가 알아서 한다......
얼마나 하고싶었던 말인지.....
눈 주변은 아직 피가 묻어있고 그 몰골로 지하철을 타려니 은근히 걱정된다.
"저 지하철 타고 가도 되는데요."
"아버지 친구가 무지 싸게 해줘서 택시타고가도 남는다."
...전날 비가 와 먼지가 싹 씻겼는지 강변을 따라 달리는 차창에 보이는 하늘이 정말 맑다.
친구가 아니었다면 딸의 평소 모습으로 봐서 손을 대다 말고 포기했을수도 있다.
집에 돌아와 밖에서 딸이 친구와 통화하는 것을 들으니 자랑 일색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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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애비 노릇도 능력이 있어야 하는갑따.
세형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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