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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울, 8월 3일 저녁....
올해 제법 많은 동기들의 아들들이 공군에 입대했고 내 큰아이도 9월에 입대한단다.

학교 마치기 전에 군대의 의무를 다하는게 낫다고 거듭 충고했음에도 요리 뺀질, 조리 뺀질대던

큰아이에게 기숙사에서 3년을 보내고 자취방으로 옮길 때 협박조로 졸업전에 군에 가라고 욱박지른 후

중학동기 중 하나가 공군 장성으로 있다는 소식을 듣고 중학동기회장을 만나 설레발을 푸니

즉석에서 전화를 걸어 큰아이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보직 근무를 부탁하니 장성급이나 되어서

장교도 아니고 장병까지 신경을 쓰느냐며 일단 입대한 후 정 안되면 다시 얘기하자는 말을 듣고

그때까지 망설이는 큰아이를 다시 꼬셔 6월에, 7월에, 결국 9월에 입대 약속을 받아냈다.


지난 4월에 입대한 동기의 아들이 낯선 군 생활에 예상에 없던 난제를 맞아 홀로 해결못하고

부모에게 푸념처럼 늘어놓았다.


방위이건 만땅 병장이건 군을 갔다 온 아비들은 그래도 그들만의 세계를 아는지라

담담하건만, 아무래도 수컷들만의 세상을 경험해보지 못한 엄마들은 귀한 그녀들의 아이만 걱정한다.

어느 예능프로에서 처럼, '나만 아니면 돼.'하듯 '내 아이만 아니면 돼.'가 요즘 어머니, 아니 모든 사람의 이기심이다.


나이 오십이 넘어 수십년 살을 맞대고 살아온 아내의 모정은 무섭다.

'그깢것도 못해주면서 어찌 서방이며 아이의 아비일 수 있느냐?'는 아내의 질책은

한 이불에 눕는 것마저 겁이날만큼 집요하면서 두렵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오직 하나인 "옆엔네(여펀네)"에게 '너 무력해!'하는 무시를 당하면

-그것도 밤에 같은 이불  뒤집어 쓰고. - 싸나이 몸과 마음은 불아 당겨진다.


대한민국 한다리 건너 두다리만 연결해보면 누구든 사돈에 팔촌과 비슷한 지연, 학연, 혈연으로 맺어진다.

"야, 세형아. 그놈 아이가 고생한다는데 네가 좀 알아봐라."

중학동기놈에게 공군장성에게 말은 넣어달라니까 "네 아이도 아니고 요즘같은 비상시국에.."하며 말을 흐린다.

그래, 신발놈아.

공군장성이 2년차 계약직인 말단 사병까지 신경쓰겠냐?

내게 부탁, 아니 지시를 내린 위인이 동기회장이라 선이 닿을 이곳저곳을 들쑤셔 해답을 구하고자하니

한놈이 전화를 해 확인을 받는다.

몇군데다 부탁을 했냔다.

음...여기저기 나만 댓군데가 넘는 곳을 쑤셔댔다.

그러고 보니, 동기회장도 따로 알아봤을테니 아마 이리저리 수십군데는 족히 될것같다.

"일단 다 끊고 나서 다시 얘기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뿐이라 애만 더 고생한다."

아차! 그렇겠다.

급한 마음에 확실한 대답을 해주지않는 상대가 못미더워 나부터도 여기저기 무작정 쑤셔댔으니...


"네 1년 선배가 그쪽 단장하고 동기라 알아봤는데...."

국교 동기면서 고교 1년선배가 전화를 했다.

..급한 마음에 너무 여러군데를 쑤셔댄 것이 화근이다.


아들의 일을 부탁한 동기가 전화를 했다.

일단 다른 방법은 없고 급한 불은 어떻게 끈듯싶다.

지난 토요일 아들의 면회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힘이없는 목소리로 결과를 알려주는

아이의 아버지는 힘이 없어보인다.

"야, 애비가 되니 그런거다. 우린 안 겪었냐? 애비로의 업이다, 업. 힘내."


...아이로써는 그저 생경스러운 세상에 대한 불편함을 투정하듯 부모에게 표현했을 뿐일수도 있다.

아버지는, 어머니는 날 얼마나 생각해주실까..하는 궁금함도 얼마쯤은 간직한 자식으로 당연한 응석?

그런데, 이놈아!

그 크게 바라지도 않았던 응석과 투정에 애비는 아내에게 하나밖에 없는 애 불편함도 해결 못해주고

마누라 기분도 못 맞춰주는 무능하고 무력한 남편이오, 애비가 되었으니 이 얼마나 쪽팔리냐?


...어제 그 친구로부터 저녁이나 전화가 왔다.

그래도 해결사로 불렀는데 속시원히 해결된 것도 없이 얼굴을 보자니 미안했지만

어차피 답이 없는 건 처음부터 각오하고 했던 일이라 뻔뻔하게 친구를 만나러 갔다.

소위 말하는 브로커가 되어서 일을 성사시켜줬어야 떳떳하게 밥이라도 얻어먹을텐데

이 친구 그정도라도 고맙다는 듯 맛있는 음식을 고민한다.


동기회장이나 나와 다녀본 놈들이라면 안다.

언젠가 두당 12만원짜리 일식을 사주던 놈에게 욕을 바가지로 했다.

씬발놈아, 친구끼리 밥 한끼 먹는데 대가리당 12만원짜리가 뭔말이냐?...고.

개시키, 나도 누가 사줘서 먹고보니 마누라 다음으로 내 생각이 나서 불렀는데

돈쓰고 욕먹는다고 투덜대고 그 후부터는 1만원 안짝의 밥만 산다. -아, 후회된다.ㅎㅎ-


아들놈 하나때문에 밥을 먹으면서 우리는 고등학생때로 돌아갔고 군대에도 다녀왔다.

고작 두세시간사이에 10여년의 과거 여행을 한 것이다.

식당을 나와 헤어져야 할 시간.

모처럼 만났는데 한잔 더 하잔다.


기왕이면 화곡동으로 가자고 슬그머니 방향을 집쪽으로 틀었다.

"저시키 단골이 있어. 싸고 괜찮아."

동기회장이 바람을 잡는다.

단골은, 싸고 괜찮기는.......

나를 집쪽으로 떨궈놔야 동기회장님도 집에 갈 때 내 주정 안받아도 되니 바람을 잡는게지...


.

.

.


식당에서 먹은 밥까지는 소화가 잘되었는데.....

강남사는 놈을 강서까지 불러 바가지를 씌우니 마음이 무겁다.


뭐...그래도..... 아들놈 덕분에 주변 친구들 마음도 점검한 셈이니

생각보다 조금 비싸게 먹혔을 뿐이라고 다음에 만나면 어깨라도 두들겨 줄까? ㅎㅎㅎ

-곧 죽어도 흰소리는 못하는게 내 개성이니 담에 능력되면 내가 쏘마.ㅎㅎㅎ -


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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