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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름이야기
카페안에는 테이블이 열 대 여섯은 넘어 보였다.
제법 사이즈가 큰 카페이지만 이날 따라 손님이 넘쳐서인지 빈테이블이 없어 보인다.
"오빠 여기야 " 안 쪽 끝에서 두번 째 테이블에서 미리 와 있던 은숙이 손을 들어 신호를 보낸다.
은숙이 옆자리엔 정옥이가 늘 그렇듯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대학 때 합창단에 가입했고 거기에서 이 두사람을 처음 알게 되었다.
철 없고 순진한 시절에 노래하며 어울리는 일이 즐거웠다. 우리 셋은 합창단 무리 중에서도 특별히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다.
그 때 이 후 어떻게 연락이 끊었졌는지에 대한 기억은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다시 만나는 것이 실로 얼마 만 인가.
반가움은 그저 반갑다는 말로 표현하기엔 너무 부족해 보였다.
 
 
옛날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누었다.
어떤 이야기가 나와도 재미 있었고, 우리들의 웃음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 그 때 내가 오빠 정말 많이 좋아했는 데, 오빤 끝까지 내 맘 몰라 주더라." 
은숙은 속내를 비친게 조금은 민망했는지 얼굴을 살짝 붉히었다가 이내 소리내어 까르르 웃는다.
은숙이는 항상 밝고 귀여운 아이였다. 조그마한 얼굴과 주근깨가 있는 통통한 빰은 옛날과 그대로 이다.
그러나 내가 정작 마음 속에 두고 있던 여인은 정옥이었다.
정옥이는 항상 말이 없는 편이었지만  웃음이 많았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었다.
오늘도 정옥이는 주로 듣기만 하며, 옛날 처럼 예쁜 웃음을 보여준다.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 옆자리를 보니 웬 남자 녀석이 앉아있다.
내가 쳐다보니 이 녀석도 물끄러미 나를 쳐다본다. 나를 보는 시선은 전혀 공손하지 않다.
" 당신 누구야 ?"  나는 불쾌한 표정을 짓고 따져 물었다. " 왜 남의 테이블에 앉아있어 ?"
녀석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나를 쳐다보는 데 눈초리가 사납고 전반적인 인상이 험상 궂어 보인다.
실로 난감한 일이었다. 녀석은 이 카페에 자주 드나 드는 불량배 처럼 보인다.
나는 녀석의 인상에 약간의 겁을 먹고, 우선 시비가 벌어지는 것을 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목소리를 낮추어 좋은 말로 타이르듯 녀석에게 말했다.
" 아니 여기는 우리 테이블인데 무작정 와서 앉으시면 안되는 것 아닙니까 ?"
녀석은 여전히 불쾌한 듯 아무 말 없이 나를 꼬나보았다.
 
 
우리가 차지한 테이블은 한 쪽편에 의자가 3개씩 6명이 앉을 수 있는 넓은 테이블이다.
내가 앉은 맞은 편에 정옥과 은숙이 앉아 있고,
내 쪽엔 제일 왼쪽 자리에 내가 앉고 나의 오른 편 끝 쪽에 놈이 앉아 있다.
잠시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앉아서 나는 녀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생각 했다. 주인을 불러 항의를 할까 ?
그런데 고개를 들어 보니 녀석 맞은 편에 또 한 녀석이 와서 앉아 있다.
같은 패거리 임이 틀림 없어 보였다. 일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나는 이런 상황을 처리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그런데 그 새 한 녀석이 더 와서 이번엔 아예 테이블에 엉덩이를 대고 앉는다.
전부 세 녀석이다. 아무래도 힘에 부칠 듯 싶다.
그러나 이대로 당할 수 만은 없는 것이다. 나는 용기를 내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당신들 뭐야 ?  도데체 뭐하는 거야 ? "
카페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 테이블로 쏠리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내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카페안에 손님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 데 무슨 일이 있겠는가 ?
 
 
나는 의기 양양하여 이 용감한 오빠를 보라는 듯이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은숙을 쳐다 보았다.
아마 은숙이는 나의 용감함을 흠모할 것이다.
그런데 은숙이의 눈에서 번쩍하며 빛이 발산되었다.
싸늘하고 차갑고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빛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 때 한 기억에 떠올랐다.
내가 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은숙이가 몹쓸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누구에선가 들은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자리는 ? 그리고 은숙이는 ? 그리고 이 이 사람들은 ?
머리 속에서 생각이 정리되었다.  나는 은숙이을 바라보았다. 은숙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녀석 중 한 녀석에게 물었다. " 너희들 살아 있는거야 ?" 녀석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는 그 다음 녀석에게 물어 보려 고개를 돌렸다. 그 다음 녀석은 내 질문을 이미 알고 있는 것 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카페안을 둘러 보았다. 카페안에 있던 손님들은 모두 일어나 있다.
그 들은 일제히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여기서 잡히면 끝장이다.
나는 이빨을 깨물었다. 하도 쎄게 깨물어서 인지 얼마전 충치 치료를 받은 어금니가 흔들린다.
그리고 나서 갑자가 출구 쪽으로 달렸다.
사람들이 막아서더니 , 팔을 뻗쳐 나를 붙잡으려 한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하여 뿌리치며 소리질렀다
" 비..켜어어어....."
 
 
"왜 그러세요 ?  괜찮으세요?"
옆 사람이 나에게 걱정스럽게 물어왔다.
아까 그 카페가 아니다. 그렇다면 도망치는 데 성공을 한 것인가 ?
"여기가 어디지요 ?" 옆 사람에게 물었다.
" 찜질방인데요."
 
나는 안도하며 찜질방 수면실의 벼갤 끌어 안았다.
 
-끝-
 
 
에필로그:.
 
 
찜빌방에서 잠자기가 쉬운 일이 아닌다.
씨끄러운 놈들이 많다.
사람 몸에서 무슨 잡다한 소리가 이렇게 많이 나는지.
코로 거렁거렁 소리내는 놈
목으로 갈갈 소리 내는 놈.
개구리 소리 내며 이빨 가는 놈
식칼 가는 소리 내는 놈.
이 따금 씩 나처럼 소리 지르는 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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