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고(故) 신동욱(申東旭)님은 1950년6월1일 육군사관학교에 입교하셨다. 25일만에 6.25동란이 터져 바로 전쟁에 투입됐다. 아버님 말씀으로는 잠자고 있는데 갑자기 "훈련"이라며 어딘지 모르는 곳에 데려간 뒤 총 나눠주고 북한군을 막으라 했다고 한다. 지리멸렬하고 살아남은 동기생들은 거제도로 내려가서 단기훈련을 받은 뒤 다시 전장에 투입됐다. 아버님은 전쟁중 고립되어서 오줌을 먹으면서 연명하기도 하고 절벽 밑으로 뛰어내리는 일도 있었지만 다행히 상처 하나 없이 전쟁을 마치셨다. 백마고지 탈환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 은성무공훈장도 받으셨다.
아래 신문보도에 나왔듯이 '생도2기'라 불리는 아버님 동기생들은 비운(悲運)의 기수(期數)였다. 육사 최초로 4년제 생도였지만 전쟁 때문에 졸업을 못했다. 육사 10기와 11기 사이에 끼어서 "빛본" 사람도 별로 없다. 아버님은 생전에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을 배출했던 11기생을 두고 "전쟁도 안 해본 X들이 군인 행세한다"고 쓴소리를 하시곤 했다 (11기는 1951년에 입교해서 4년간 교육만 받았다. 전쟁 중에 목숨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생도2기는 동기생의 절반 가량이 6.25전쟁 중에 산화했지만 학교를 25일 밖에 다니지 못한 '죄' 때문에 육사졸업장을 받지 못하고 육사의 정식 기수에서 제외됐다 (1년제였던 생도1기생들은 1949년에 입교해서 1년을 거의 마쳤기 때문에 졸업장이 수여됐고 육사 10기로 자리잡았다).
1996년이던가.. 아버님이 중풍으로 쓰러지시고 침대 생활을 하실 때에 생도2기생에게 드디어 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연락이 왔다. 직장에 반나절 휴가를 신청하고 육사에 가서 아버님 휠체어를 밀며 육사생도들이 도열한 가운데 교정을 돌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졸업장 받고 오랫만에 친구들 만나 활짝 웃으시던 아버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육사에서 이번에 생도2기생 전원에게 '자랑스런 육사인'으로 특별공로상을 줬다고 한다. "아버지, 국립묘지에서 나오셔서 이 상 받으세요"라고 말씀드려 본다.
"전체 생도의 43% 잃은 죽음의 기수 육사 2기 불운 딛고 영웅된 당신들을 위하여"
- 전원에 '자랑스러운 육사인상 특별공로상'
올해의 육사인상은 장정열·홍성태씨 수상
"누란의 위기와 비운에도 굴하지 않고 육사의 자부심과 품위를 의연히 견지해 오신 선배님들께 전 동문의 이름으로 자랑스러운 육사인상을 드립니다."4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화랑연병장에서 열린 '자랑스러운 육사인상' 시상식에서 육사 생도 2기생 전원이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올해로 6회째 시상인데 동기생 전원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장기호 육사 생도2기 동기회장이 오영우 육사 총동창회장으로부터 상을 받는 순간 참석한 동기 45명은 숙연하면서도 가슴이 벅찬듯한 표정이었다.생도 2기생은 1950년 6월 1일 333명이 육사에 입교했다. 하지만 25일 만에 6·25 전쟁이 터지자 생도 신분으로 참전했다. 육사 교육을 채 끝내지 못해 수십년간 육사 졸업생으로 인정받지 못한 '비운의 기수'이다. 이들은 최초의 4년제 육사 생도였지만 기본적인 제식훈련과 M-1소총 영점조준 사격만 배운 채 전장에 투입됐다. 포천지구 전투부터 낙동강 방어선 전투까지 여러 전투를 치르는 동안 86명이 전사하고 12명이 실종됐다. 이후 생도 2기생 대부분은 전시 장교 양성소인 육군종합학교에 편입돼 6주간 단기 교육을 받은 뒤 종합 1기와 2기로 임관했다. 육사 총동창회 관계자는 "생도 2기 출신들은 장교로 임관한 뒤에도 휴전 때까지 45명이 전사했다"면서 "결국 6·25전쟁 전 기간을 통해 전체 동기생의 43%를 잃어 '죽음의 기수'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생존해 있는 생도 2기생은 100여명이다.
- ▲ 4일 '자랑스러운 육사인상' 특별공로상을 받은 육사 생도 2기 동기회 소속 회원 45명이 육사 관계자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육사 총동창회가 6·25 전쟁 6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주는 '단체상' 이다. /육사 총동창회 제공
이들은 자부심과 긍지가 대단해 군내에서 저력을 발휘했다. 중장 2명, 소장 6명, 준장 11명 등 19명의 장성과 47명의 대령을 배출했다. 생도 2기생들은 1996년 육사 개교 50주년을 맞아 전원이 명예 졸업장을 받고 육사 졸업생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한편 올해의 자랑스러운 육사인상에는 생도 2기생 출신인 장정열 예비역 중장과 홍성태(육사 14기) 예비역 준장이 선정됐다. 18년간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무기 개발에 힘쓴 고(故) 김동수(육사 32기) 전 ADD 제5기술본부장은 특별공로상을 받았다.장 예비역 중장은 평북 신의주 출신으로 개성 공립중학교 졸업반 때 육사에 지원했으며 전쟁 때 소대장·수색대장·중대장을 맡아 혁혁한 전과를 올려 세번이나 무공훈장을 받았다. 합참 전략기획국 차장과 국방부 전력증강위원장, 육본 전략기획참모부장, 교육사령관 등을 역임했고 전역 후에는 병무청장과 평북 도지사 등을 지냈다. 홍 예비역 준장은 육군 기갑학교장, 육군대학 교수부장 등을 지낸 뒤 한국전략문제연구소를 설립해 국방정책 수립과 발전에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