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식동물[草食動物] |
사립 명문대학의 A교수가 “삼성도 그만두고 간다는 신(神)의 직장을 아는가?”라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대학 교직원”이었다. 칼퇴근에다 방학이면 단축근무, 빵빵한 사학연금까지 기다리고 있다. 강성 노조 덕분에 정년보장은 물론이다. 교수와 달리 논문 압박이나 평가도 없다. 최근 이 대학이 교직원 2명을 뽑는 데 500여 명이 지원했다. 토익 만점자가 50여 명에다 회계사 자격증을 딴 사람도 8명이었다. 그러나 합격자에겐 화려한 스펙에 걸맞지 않은 단순 업무가 기다리고 있다. 얼마 전 이 대학이 한 교직원을 한직(閑職)으로 내보냈을 때도 기가 막혔다. A교수는 “같은 월급에 업무가 가벼워진다며 오히려 웃고 가더라”며 혀를 찼다. 요즘 사법·행정·외무고시를 제치고 입법고시의 인기가 상한가다. 한때 50대1이던 경쟁률이 300대1을 넘는 게 보통이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도 국회를 택한 경우만 6명이다. 국회 사무관 4명을 특채하는 데 유명 로펌 출신의 변호사 24명이 치고받았다. 월간 고시계의 전병주 편집장은 “변호사나 행정공무원보다 국회가 안정되고 경쟁이 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종시로 옮겨갈 행정부와 달리 서울 한복판에서 근무하는 것도 매력이다. 10년 전까지 입법고시에 붙고도 행정고시에 다시 응시하던 열풍이 지금은 싹 자취를 감췄다. 꺼린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현대자동차의 인사담당 간부는 “문과 쪽은 연봉을, 공대생들은 근무지부터 물어보더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관심이나 열정이 없는데 어떻게 뽑겠느냐는 것이다. 이미 대학생들 사이의 인기 판도가 고시>한국은행>산업은행>민간 금융회사 순(順)으로 굳어진 지 오래됐다. 한결같이 철밥통 직장들이다. 과연 미국·영국의 금융회사들은 어떨까. 우리와는 딴판이다. 돈이 최고다. 뉴욕의 월스트리트와 런던의 시티는 다른 곳보다 훨씬 실직률이 높다. 그래도 높은 연봉을 보고 인재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노동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유례없는 기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이후 실직 공포가 우리 사회를 과도하게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선 도전이나 기업가 정신은 사라지고 안주(安住)하려는 경향이 짙어질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청년 백수도 단순히 경기사이클에 따른 현상이 아니다”고 진단한다. 그 밑에는 안정성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공공부문 임시직을 늘린다고, 기업이 채용 문호를 넓힌다고 결코 해결될 일이 아니다. 실직 후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 강성 노조와 공공 부문의 철밥통을 깨부순다, 쓰러진 기업에 재창업 기회를 줘 성공사례를 만든다, 고교 과정의 직업교육을 늘린다 등등…. 그러나 김 교수는 비관적이다. 갈 데까지 가봐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고교생들의 ‘직업의 세계’ 수업에도 학부모들 가운데 의사·변호사·공무원만 골라 강사로 초청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는 “교사들조차 교원평가를 거부하는 마당에 누가 학생들에게 도전적인 일자리를 찾으라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웃나라 일본의 실패는 소중한 경험이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활력을 잃어갔다. 불길한 징조는 취업시장에서부터 나타났다. 자산거품이 붕괴되면서 인기 직장이던 종합상사나 금융회사, 대기업들이 뒤로 물러났다. 그 공백을 일본마사회(JRA)와 일본담배산업(JT), 일본교통공사(JTB) 등이 치고 올라왔다. 모두 현금 장사에다 평생직장이 보장되는 공기업들이다. 이후 한번 굳어진 일본의 취업 희망 서열은 지금까지 흔들리지 않고 있다. 경제도 결국은 사람이다. 우수 인재들이 도전을 꺼리면서 일본은 침몰하기 시작했다. 우리 젊은 세대들도 너무 빨리 초식(草食)동물로 가는 것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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