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투혼’ 덕수고 그대들도 멋지다
예측불허의 드라마, 연장 13회 역전승, 그리고 투혼과 감동…. 고교야구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명승부였다.서울의 야구 명문 휘문고가 14년 만에 대통령배를 품에 안았다. 휘문고는 5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4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협회 주최, 스포츠토토 협찬) 결승전에서 대회 3연패를 노리던 덕수고에 6-4로 승리했다. 대통령배에서는 1996년 이후 14년 만에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전국대회에서는 2001년 황금사자기 이후 9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 우승이 확정되자 휘문고 선수들이 서로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변선구·김성룡 기자] | |
휘문고는 패색이 짙던 9회 초 2사 후 극적인 동점에 성공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3-4로 뒤진 9회 2사 2루에서 대타 조정찬의 내야 안타 때 덕수고 2루수 임신호의 1루 악송구를 틈타 2루 주자 최윤혁이 홈을 밟았다. 구원투수로 나선 양팀 에이스 임찬규(휘문고)와 김진영(덕수고)은 각각 120개와 155개의 공을 던지며 역투했으나 승리와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는 임찬규에게 돌아갔다.
◆다크호스에서 챔피언으로=당초 이번 대회에서 휘문고는 다크호스로 분류됐고, 우승후보로는 덕수고와 광주일고가 꼽혔다. 그러나 휘문고는 8강전에서 연장 11회 광주일고 에이스 유창식을 무너뜨리며 8-3으로 승리한 데 이어 결승에서 덕수고를 꺾고 고교 야구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2006년 말 부임한 전형도(39) 휘문고 감독은 경기 뒤 “실감이 안 난다. 두 차례 연장 승부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휘문고-단국대를 나와 프로야구 두산에서 내야수로 뛴 전 감독은 “평소 선수들에게 고교 시절은 대학과 프로로 가는 중간단계일 뿐이므로 야구 기초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고 지도관을 밝혔다.
| 우승을 놓친 덕수고 선수들이 시상식에서 허탈해하는 모습.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 3루수 길민세는 연장 13회 초 불규칙 바운드된 공에 맞아 다치고도 경기에 나서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결국 팀이 패하자 아쉬움의 눈물을 쏟았다. [변선구·김성룡 기자] | |
특히 이번 대회 타격·안타 2관왕에 오른 덕수고 3루수 길민세(2년)는 13회 초 최윤혁의 땅볼이 불규칙하게 튀어오르면서 오른쪽 귀를 맞아 피를 흘렸다. 하지만 응급조치 뒤 머리에 붕대를 감고 경기에 계속 나서는 투지를 보여줬다.
눈물을 흘리며 수비를 본 길민세는 “(김)진영이 형이 열심히 던졌는데 도와주지 못해 속상해 울었다. 말 공격에서 타석이 돌아올 수도 있어 계속 뛰었다”고 말했다. 정윤진 덕수고 감독도 경기 뒤 눈물을 보이며 “깨끗하게 졌다. 다시 준비해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