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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뱁새, 황새를 따라가다보니...

중학교에 들어간 막내가 노래를 부르던 핸드폰을 사줬다.

DMB가 되고 가입비 무료에 어쩌고..하는 말에 현혹되어

막내에게 점수도 딸 겸, 호랭이의 잔소리도 모면할 겸 주문해 주었다.

2월 말인가 3월 초에 개통을 시켜준 걸로 기억하는데

무슨 청소년 제한 요금제인가로 가입을 시켜줬더니 얼마전 통화량이 3분 남았단다.

그래, 그러면서 뭔가 스스로 계획도 짜고 그에 맞춰 사는 방법도 배우겠지...하고 말았다.



조금 전, 정수기가 물을 많이 잡아 먹는다는 기사를 읽었다.

우리 집도 이집 저집에 설치했다는 그놈의 정수기를 5~6년쯤 전에 들여다 놓았다.

그것도 전기 잡아먹는다고 냉/온수가 나오는 게 아닌 정수만 되는 놈으로...

허~ 근데 이놈이 전기만 잡아먹는게 아니다.

정수기에서 나온 배수구에서 늘 물이 졸졸졸 나온다.

6리터쯤 저장할 수 있다는 정수기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그 서너배는 되는 듯하다.

설거지 통에다 배수 파이프를 들여다 놓으니 물 몇잔 빼 마시면 그냥 졸졸졸..이다.

정수기를 임대해준 회사에 문의하니 정수하는 과정에서 얼마간의 물이 나온다는 것이다.

동호회에 정수기 회사에 다니던 회원이 있어 불만을 토로했더니... 어쩔수 없다는 거다.

사람이 마시는 물을 얻기위해서는 그정도의 소비는 감수해야한다는 듯 말한다.


2~3년전 정수기 렌트 기간이 끝나고 새 정수기를 주문했단다.

이번 것은 냉/온수가 되는 걸로 주문했다는데 아니나 다를까..전기료가 만만치 않다.

식구가 여섯이니 무슨 흥부네 집인가 뭔가하는 전기료 감면제를 신청했음에도

월 전기료가 500kW를 넘을 때가 많다.


정수기를 점검하러 온 기사가 싱크대 옆에 바께스를 놓아두고 정수기에서 나오는 물을 봤는지

세탁기가 어딨냐고 묻더니 세탁기까지 배수 파이프를 연결해줘서 정수기에서 나오는 물을

거기에 받아 세탁할 때 쓸 수 있게 해주겠단다.


놀라운 건 6리터쯤의 식수를 얻기위해 허풍을 좀 쳐서 여섯식구 빨 옷을 한번,

많을 때는 두번도 돌릴만큼의 물이 버려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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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전화인 핸드폰이라는 것이 없었을 때

우리집 전화요금은 기껏해야 2만원이 채 안되거나 조금 넘었다.

막내까지 여섯명이 전화기를 한대씩 들고 다니면서 요즘 들어가는 통신비는

15만원에서 20만원 선이다.


강릉에 있는 큰놈, 순천에 있는 둘째뇬, 고 3이라 늦게 오는 셋째놈,

거기에 중학교 들어갔다고 남들 다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 사달라던 막내....

올해 눈이 많이 와서 걱정된다고 큰놈한테 별일 없냐고 전화질,

아무리 남녀평등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유일한 딸래미가 걱정되고 보고파서 전화질,

예상보다 늦으면 오다가 사고라도 났나싶어 일주일이면 두어번은 셋째에게 전화질,

중학교에도 일진이 있다는데 등,하교길이 걱정되어 막내에게도 전화질,

종교단체의 봉사활동으로 하루에도 서너번씩 집과 성당을 오가는 호랭이가 미워서 전화질...



내가 핸드폰을 구입한 이유는

밖으로 싸돌아 다닐 때 혹시라도 내 가족, 내 주변에 무슨 큰일이라도 생기면

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24시간 연락이 닿도록 하기 위해서였음이다.



우리집에서 정수기를 구입한 이유는 수도에서 녹물이 나오고 지저분하다는 말 때문이다.

전기료 4~5만원, 수도요금 3~4만 원, 통신비 1~2만원....이정도면 그런대로 버틸만하다.

그런데...그놈의 웰빙인지 몰빙인지 때문에 아니,

가족들이 가끔씩 남의 집에 들리고 이웃이 우리집에 오면서 그 택도 없는 체면때문에

전기요금도, 수도요금도, 통신비도 따따따블로 낸다.


뭐...그것도 개인이 있지도 않은 자신의 품위를 높히기 위해 쓰는 돈질이니 그런가 넘겨도

냄새나는 남의 똥꾸멍 긁어서 풍선처럼 부풀린 비용을 처먹는 기업도 그러려니 눈감아줘도

물 부족이 이제 남의 일이 아니라는 대한민국의 자원 부족으로 내 자식들이 가장 기본적인

물도 못 마실만큼 어려워지게 만드는 기업이나 개인은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답답하다.



한강에 가면 나는 흔한 오리나 참새, 까치를 웬만하면 거들떠 보지 않는다.

무리짓지않고 소수이면서 우아하고 도도한 백로나 외가리에 미쳐서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건..어쩌면 내가 거들떠보지도 않는 그런 무리에 속해있기 때문일게다.

너무 많은 무리에 흔한 하나이기때문에 백로나 외가리가 되고싶은 때문일게다.

그래도...나는 뱁새임을.....

황새 노릇을 하려면 어디가서 쭉찢어진 긴 막대기를 구해다 발에 끼워야하는데....

뱁새야, 뱁새야.

그냥 뱁새로 좀 살자.

황새의 브로미아드를 방에 걸어두고 상상만 황새라고 생각하면서...말이다.


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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