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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법 살다보니....

어언 50여년-

우리 69회가 인용이에 의해 새롭게 단장되던 시기에

국민학교 동창들도 알음 알음 연락이 와 다음에 카페를 만들고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졌다.


코 찔찔이 시절에 그렇게 예뻐보이던 동창 지지배는 지금 어떻게 늙어갈까?

열병처럼 멋도 모르고 좋아했던 그 여자애는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나가보니 엄한 놈이 앞을 가로막는다.

30년전 고딩 동기놈들 얼굴도 기억이 아삼삼한데 국민학교 동기 얼굴이 그대 기억이 날까?

어색함을 애써 감추며 공통점을 찾으려 신상 조사를 하는데....

앗! 이놈!

되엔장~~!!

국민학교 동창이라는 놈이 고등학교는 제일 까다롭고 드럽다는 1년 선배다.

하긴.... 동네 꼬마 시절에 골목이 좁다하고 함께 뛰놀던 놈도 선배가 되어 있으니

철없던 시절에 울컥하는 마음에 검정고시 본다고 집안 반대 무릎쓰고 가출했다

어머니께 뒷덜미 잡혀 열흘만에 집 아랫목과 엄니가 해주시는 밥이 얼마나 따뜻한지 알았다.



올해였던가?

기홍이 놈이 내 신상 명세를 밝혀서 중학 동창놈들과도 연락이 되어 만났다.

...어디서 낯은 익은데....어디서 봤더라...고민하는데

아 쓰으바알~!!!

이놈도 중학교는 동창인데 고등학교는 또 1년 선배다.

조옷 가치!

얼마전 무슨 특별한 일도 아닌데 선생님들을 모시고 모임을 갖는다고 연락이 왔다.

백수라 나댈 일이 없고 나대봐야 쪽이나 팔리지싶어 불참하려다 살다보니

이것저것 따지다가는 이만큼 세월 또 보내도 그래도 은사님 얼굴 한번 뵙지도 못하고

인생 작별하겠다싶어 참석했다.

워낙 극성스러우셨던 모친덕분에 기억하시느냐 여쭙는 내게 가물거리는 기억을 애써 잡으시며

애써 반가운 표정을 지어주시는 선생님을 만나자 이별이라 배웅해드리고 뒤풀이를 가는데...

접때 만나 동창 -선배의 묘한 인연을 가진 놈이 나를 포함  두엇을 더 불러 모은다.

반갑다, 친구야....라고 하려는데 이놈 뒤통수를 후려치며 이시키가 선배한테!!..한다.

아, 이런 씨불 넘! 이런 장난하려고 불렀구나!

개시키 소시키 닭시키....

어쭈구리?  이시키가 하늘같은 선배한테!

그때 육두문자로 조까라 마이싱이란 말이 생각나 불쑥 내뱉고 낄낄거렸다.


새벽길을 되짚어 집으로 돌아오면서.....

처음 만나면 반드시 궁금해하는 지금 뭐해?..라는 상대의 물음에

어떻게 하면 가오다시를 잡을까?,  어떻게하면 주눅들지않고 대할까를 걱정했던

그래서 나가기가 꺼렸던 백수가 그저 육두문자 몇마디로 흰머리 잡아뽑으며

소년처럼 놀며 즐겁게 보냈던 조금전의 영상을 머리에 그렸다.


돌아서면 잊는다.

하루 하루가 쌓여 달이 가고 해가 가고 그렇게 수십성상이 지나 우리는 이제 늙어간다.

잘 사는 놈, 못 사는 놈 모두 몇가지씩 가슴에 자신만의 근심과 삶의 무게를 스스로 떠안고 산다.

그런 놈들이 오랜만에 떼거리로 만난 기억도 안나던 놈의 지나온 과거에 현실에 뭔 관심이 있겠냐?

저 시키는 내가 가진 근심과 걱정은 없으니 부럽다.

저 시키는 내겐 없는 근심과 걱정이 있으니 내가 조금 낫구나..... 하는 정도 일 뿐이다.

그나마도 돌아서면 어찌해줄 수 없는 남의 일이기에 기억 한구석에 파묻고 내 현실로 돌아온다.




밤에 몇개의 글을 올리는데 전화가 온다.

가까운 곳에 사는 중학동창놈이 족발 맛이 그립다며 선수 모집할까...하고 묻는다.

그러라고 했더니 일산 사는 놈을 연락한다고 하더니 잠시후 아들놈이 수능본다고 못온단다.

그래서 잘됐다싶어 다음에 보자고 웃고 끝냈는데

또 전화가 온다.

발신자를 보니 음성 통화는 처음인 고등학교 동창놈이다.

문자를 보냈더니 얼떨결에 눌렀었나보다.

내가 69회고 휘문나왔다..며 너스레를 떨며 말을 건네니

삶이 팍팍해서 신세 풀리면 그때 얼굴 비추겠단다.

에구...그래.

그래라...하면서도 속으로는 그래도 내가 너보다는 좀 뻔뻔하구나.

우리때 돈병철이라 부르던 돈 쌓아 놓고 살던 양반도 못 짊어지고 간 돈에 눌려서

친구를 친구라 부르지 못하고 먹고살기 바쁜데 뭔놈의 동창까지...하는 네가 얼마전까지의 나 구나....


야 임마!

앞으로 나를 만나 네 인생은 불행 끝!, 행복 시작이야!....라고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

로또 몇번 맞고 하는 일마다 대박나서 돈에 묻혀 살아도 그게 삶의 전부라면 그건 정말 불행한거다.

살아서 보람을 찾고 죽어서 살아온 흔적을 남기려면 후손에게 물질에 쫒겨 살았다는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지.


찌든 모습 보일까봐, 누가 안면으로 손 벌릴까봐 벽을 쌓고 사는 그게 불행인걸.....

게시판 올라온 많은 이야기들을 읽고 흘러다니는 소음을 귀동냥하며 씁쓸해하는데

족발 먹을까..하던 그놈과 나중에 삶이 피면 모습 보인다는 그놈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도 제법 살아왔구나싶은 생각이 났다.


말은 안하지만 가계부 펼치고 한숨짓는 호랭이를 애써 외면하다

나도 잠 못들어 머릿속으로 무수한 대책을 세우고 지운다.


근데...그게 그런다고 되는 이야기냐고?

사람 욕심이 끝이 없는걸.....

그저, 그저 그릇만큼씩만 채우고 살면 되는데.....


간장종지에 새우젓그릇 겹치고  조금 더 큰 그릇에 담고 그렇게 담으면서 포개지며 사는게

사람사는 곳인데 그러다가 설거지 통에 들어가는게 내가 사는 인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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