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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의 땅 네쨋날 -필라델피아-

5시간 이상을 같은 차를 타고 오면서 미국에 사는 친구들 이야기, 지나치는 지역에 얽힌 이야기등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시며 친절을 베풀어 주신 치권이 부인께 죄송스럽지만 그래도 각별했던 상섭이를
만나니 그동안의 이야기도 나눌 겸 상섭이네 집에서 자고 시간 맞춰 유니온스테이션으로 갔다.



아무런 사전지식도 없이 그저 친구가 불러서..라는 핑계를 대고 훌쩍 찾아간 미국이기에
일단은 내 의지는 섞지않고 친구들이 짜 놓은 일정을 따랐다.
그런데...허거걱!
지난 3일은 한시도 수행원(?)인 친구들이 곁을 떠나지 않았는데...
이제부터 약 2시간은 홀로서기를 해야한다.

주차를 하고 약간의 시간을 함께 보내려던 상섭이와의 계획은 주차장에서 만난 약간의 일로
주차를 포기하고 역앞으로 차를 몰고 가서 짐을 내리고 곧장 헤어져야하는 일이 벌어졌다.

유니온 스테이션앞에서 아쉬운 포옹과 내가 헌금을 해야 마땅할  목사님께서 오히려
객지에서 돈 떨어지면 안된다고 쌈짓돈을 쥐어주었다.
-상섭아, 그거 부인께 허락받은 거지? ㅎㅎㅎ-

주차장에서의 일때문에 상섭이가 간 후 
홀로 씩씩하게 안내데스크로 가 어느 게이트로 가야하는지 물었다.
이놈의 나라가 못마땅한 건....
왜 우리나라처럼 안내데스크같은데는 예쁘고 상냥스러운 아가씨가 아닌
덩치가 산만하고 눈이 부리부리한 덩친 사내새끼가 있냐는 거다.
내가 작업을 걸까봐?
어쨋거나 덩치가 산만한 놈에게 가장 공손한 모습으로 표를 보여주며 눈짓을 했다.
102번인가 어딘가로 가라고 놈이 손짓으로 가리키면서 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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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이가 임시로 쓰라고 준 핸드폰이 쉴새없이 울린다.
-이놈의 쉐이들 날 정말 유치원생으로 취급하는 것같다.-
어디냐, 기차 타는 곳은 알아뒀냐, 거기서 몇정거장 가면 되니 자빠져 자다가 놓치지마라...등등
근데...무서운 건 무슨 놈의 기차역에 폭탄탐지견 내지는 마약 탐지견같은 개를 끌고 살벌한 놈들이
대합실을 쑤시고 다니는 것이다.
가방속에 쏘주팩이 있는데 그게 안 걸릴까 무지하게 걱정을 했다.
-여기가 무슨 야구장이냐구?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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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역을 지나는 순간 내려야 한단다.
시커먼 얼굴의 남자가 까만 유니폼을 입고 표를 확인한다.
"야, 나 여기까지 가는데 다 오면 알려주라."
국어, 영어 섞어가며 유창하게 부탁을 하니 잠시 멍하던 녀석이 곧 뭔 말인지 안 듯 고개를 끄덕인다.
어떤 아줌씨가 기차안에서 휴대전화를 받는다고 이놈이 나가란다.
흰 아줌마가 금방 사과를 하며 끊는 걸 보니 저 쉐이 좀 노는 놈인갑다.
아씨!! 근데 영진이 이쉐이는 잔뜩 쫄고있는 나한테 왜 자꾸 전화질이여!!!
12시5분에 출발해서 1시58분에 도착하기로 된 기차에서 조금 잘만하면 전화질이다.
-야, 어제 나 제대로 잠도 못 잤다고요..... -

시커먼 놈이 "야, 너 여기서 내려라."...하는 듯 뭐라 뭐라 씨부린다.
뭔말인지 몰라도 오냐, 나도 대충 알아먹겠다.
씨익 웃어주고 가방을 꺼내 들고 그 유명한 필라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 유명한?
말썽꾸러기 한놈을 필라로 유치하기위해 필라에 사는 놈들이 벌인 18시간의 신화를 포함한
연 대길 구하기는 아직도 아는 놈들간에는 회자가 되는 전설적인 이야기이다.
아, 어쩌면 이 이야기를 하면 대길이 놈은 자기 잘난 것은 안 알리고 쪽팔리는 것만 말한다고
투덜거리겠지만.... 사실은 사실대로 알려야 하는 거 아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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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필라에 도착하니 2시가 조금 넘었고 막 주차를 하려는 연보의 차에서 대길이가
내리면서 전화를 하다가 나를 본 듯 주차를 하지 않고 곧장 내 짐을 싣고 기차역을 빠져 나왔다.
어떻게 움직였는지 모르겠지만 금방 시내로 들어섰고-거기가 시내였나?-
배고프겠다며 여기서는 한식이 아닌 양식을 먹어보라며 "마라톤 그릴"이라고 쓰인
노천 카페같은 식당으로 갔다.
햄버거 빵에 감자 튀김...모양은 맥도날드 햄버거와 같지만 맛은 훨씬 좋았다.
패치라고 하던가?
빵 가운데 들어가는 고기가 정말 고깃덩어리라 푸짐했다. -꼴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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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내 느낌이지만 지나쳐온 뉴져지나 워싱톤과는 다른 분위기가 여기서 느껴진다.
블록 전체가 뉴 펜실베니아 대학이고 웬만큼 높은 건물은 학생들이 사는 기숙사란다.
기가 막히다.
아는 대학이라고는 하바드 밖에 없는 내게 미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100위권내에 들어가는
대학들이 즐비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뭔놈의 대학들이 담도 없이 타운을 이룬 듯이 넓냐는 거다.
연보가 자랑을 하길래 어지간히 자랑할 게 없구나 했더니...역시 이유가 있었다.
연보 아들이 그 유명한 대학을 나왔다는 거다. ㅎㅎㅎ

점심을 먹고 차를 주차해두고 딴에는 번화가로 나왔다.
..그런데 이놈들은 날 완전히 물멕일라고 작정을 했나?
어디서 순 뮤지엄이니 유적지같은 곳으로만 데리고 다니는 거다.
대길이 이 쉐이는 뭐 여기도 굉장한 밤 문화가 있는 것처럼 뻥을 치더니..
에구...내가 대길이 이놈말을 믿은게 븅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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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뭐 도네이션? 기부?
미국의 기부문화가 발달되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기부만 전문으로(?)하는 사람들이
모인 건물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귀신씨나락 까먹는 소리같아 귓등으로 듣고 흘렸지만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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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도 본듯하고 워싱톤에서는 확실하게 봤던 오리 차라는 것과 이층버스는
도심 한복판에 마차와 인력거같은 무동력 교통수단이 관광 상품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서 느낀 것은 생계수단인지는 몰라도 그들 자체가 즐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뭐랄까? 제주도나 국내 여느 관광지에도 있겠지만 그들과 이곳 사람들의 차이는
국내는 무표정하다는 것이고 여기 사람들은 스스로 즐거워 이용하는 사람도 즐거운 것같다는 것이다.
-부디 내가 틀렸기를 바라지만 그저 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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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시간 시내를 둘러보고 연보가 운영하는 빅맨이라는 회사의 창고겸 사무실로 갔다.
필라델피아의 중심가를 지나면서 이곳이 예전에는 대낯에도 총소리가 들리던 할렘이란다.
지나가는 대부분이 시커먼스, 아니면 까무잡잡한 인간들이다.

중심가를 벗어나면 어김없이 이어지는 단층집, 내지는 2,3층을 넘지않는 건축물들....
벽면에 그림이 그려지거나 새로 칠을 한 듯 깔끔해보이지만 실상은 백년이 훌쩍 넘었다는
크고 작은 주택과 건물들....
그리고 가장 놀란 것은 전봇대이다.
십수미터를 곧게 뻗어있는 전봇대는 몽땅 다 나무다.
마치 입십여년전 서울이나 국도변에 서 있던 나무 전봇대를 기억하게 만든다.
특이한 것은 우리 전봇대에는 딛고 올라가는 받침대가 있고 여기는 그런게 없다는 것이다.
고장나면 우짜냐..했더니 대길이가 친절하게 알려준다.
사다리 차로 수리할 건 수리를 한다는 거다. -자식, 그건 또 언제 봤누?ㅎㅎㅎ-

연보가 소유한 창고 겸 건물은 대충 길이가 100m쯤 되고 폭이 몇십미터쯤은 되는 대형 건물이다.
단, 단층이다.
창고 건너편 주차장에서 대길이 차로 갈아타고 대길이네 집으로 갔다.
그동안 찍은 사진을 DVD에 저장하고 메모리 카드를 비워야 사진을 또 찍을 수 있을테니까.
또, 그동안 입었던 속옷이며 양말을 빨아야 하는데 그게 대길이네 집이 제일 조건이 좋단다.


....짜식!
엄한데 와서 고생한다.
한국에 집이 몇채 있으면 뭐하냐?
복층으로 된 2룸 주택은 우리로 치면 뭐랄까?
빌라나 아파트같은 개념인가보다.
야, 그냥 들어가지? 네가 서울같으면 이렇게 살 군번이냐?
애새끼들이 여기가 좋대. 나도 애들이 여기서 대학만 들어가면 도로 한국으로 들어갈거야.
...그놈의 새끼가 뭔지.....

대길이놈이 뻥을 쳐서 바리바리 싸온 소주팩을 꺼내는데....
아차! 대길이놈 노래를 부르던 담배를 영진이네 집에 두고 왔다.
덜 떨어진 놈이라는 구박을 받고 영진이 만날 때 갖다주면 되잖냐고 투덜거리는데...
아씨... 뭘 잘못 먹었나? 자꾸 자연이 나를 부른다.
덕분에 성호, 훈이가 같이 만나기로 했던 장소에 조금 늦게 도착을 했다.
그곳에는 연보, 성호, 훈이가 각자 동부인을 해서 나와 대길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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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식 뷔페인데 웃기는 건 이놈의 동네에는 술을 파는 곳과 못 파는 곳이 있어
술을 가지고 가야 한잔이 가능한 곳이 있다는 것이다.
배가 살살 아프니 객지에서 식탐으로 망가진 꼴 보이기는 좀 그렇다싶어 먹기를 자제했다.
-먹을 게 즐비했는데 그걸 자제해야하니 그 기분 ,,,니들이 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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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먹고 내가 쳐진 듯 하자 일행은 장소를 옮겨 연보네 집으로 갔다.
-아! 일단 연보네 집앞에서 만나 식당으로 갔었고 다시 연보네 집쪽으로 이동을 했다.-
연보, 이놈은 가게만 존나 넓은 줄 알았더니 집도 열나 크고 좋다.

18시간의 주인공 성식이가 안보여 뭔일있나했더니 그놈 다음날 한국에 갈 일이 있어
준비를 하느라 못 온다는 것이다.
아,ㅡ 이놈아. 서울에 가려면 엉아한테 신고를 해야지.
가는 날짜와 머물 곳을 물으니 수지란다.
5일날 분당 지역 친구들 모임이 있으니 거기 참석해봐라.
...짜식이 친구들 연락처를 알려준다니까 짬을 내서 잠깐 들린단다. ㅎㅎㅎ




연보 부인께서 음료를 주시는데....어? 뭔가 색깔이 누리끼리한게 익숙하면서도 이상하다?
농주다!
동동주 수준의 직접 담근 곡주-
언젠가 연보가 서울에서 막걸리에 취했었는데 그때부터 연구를 하셨나보다.ㅎㅎ
직접 담근 술이라 조미료를 섞지않아 조금 걸진 맛은 있지만 뱃속으로 들어가는 맛이 찐하다.

11시쯤? 성식이가 들렸고 한국 가는 일이 안 좋은 일이라길래 걱정을 했지만 어쩌랴?
달리 도울 방법은 없으니 가면 친구들과 만나 위로나 많이 받으랄 밖에....
연보네 집에 영진이네처럼 게스트 룸이 있디고 구경을 시켜주면 거기서 자라는데
짐을 대길이네 두었고 세탁물이 있어 필라델피아에서의 하루도 대길이네서 해결하겠다고 했다.

서 훈이와 성호, 그리고 성식이와 연보네 집을 나온 것은 자정이 넘었을까?
시차때문인지 몽롱한 정신때문인지 정확하지는 않다.
아! 실내에서 담배를 필 수 있는 유일한 집이 있다고 했지?
그게 대길이네 집이다.ㅎㅎㅎ
이정도면 내가 왜 그 좋은 연보네 집을 마다하고 대길이네 집으로 갔는지...알게야.

홀로 떨어져 워싱톤에서 필라델피아로 가는 리얼 미국 여행의 순간이기도 한
필라델피아에서의 하루는 또 그렇게 저문다.

아차! 미국 온 첫날 연락을 했던 동호회의 여성 회원은 필라델피아에 도착하자마자
전화를 했는데 만날 인연이 아니어서인지... 치권이네 집 근처였는데 이미 그곳은 지나왔으니
서로 거리가 난감해 다음에 만나기를 기대하며 접었다.
몇년전 내가 개교 100주년 기념으로 제주 해안 도보 일주를 할 때
유일하게 기부를 해준 동호회원이기도 하기에 더욱 만나고 싶었던 분이었다.

내일은 오리차도 타고 밖에서만 보던 뮤지엄 속살도 구경한다.
그나저나 대길이놈 주식한다고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잔다고 팔팔하게 돌아다닌다.
그래도 난 잘란다.

.....네쨋날 저물었다.

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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