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 1…김초혜
한 몸 이었다
서로 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라게
나뉘일 줄 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 한 몸으로 돌아가
서로 바꾸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어머니 13 ....김초혜
홀로 삭이어
보내신 일월(日月)
마디마다 고여오는
피멍든
그리움에
천추(天秋)의
길목에 서서
울고 계시던
어머니
차곡차곡 접어둔
옷갈피 사이에
하얗게 바래진
당신의 멍에
임 없던 빈 자리에
묻어둔 고통이
싸늘한 체온되어
임종입니다

어머니 14 ...김초혜
무덤의 습기가
가슴을 적시었대도
어머니
아직은 눈을 감지 마셔요
목숨의 불꽃을
끄고 가시던 삼월
가슴에 힌 댕기 들여놓고
비 되어 오늘까지
눈물입니다
꽃밭처럼 필 웃음도
한숨으로 삼키시고
혼자서
작게 움츠러들던
어머니
다정한 그 목소리
바람되어 들림일까
바람부는 날에는
더욱 못잊는
이 아픔
지금
어메도 아베도 다 가고
설움은 버릇이 되었어도
서로가 아파하고
사랑하는 것은

어머니 50 ...김초혜
빛 중에
해가 으뜸이듯이
사람 중에
어머니 제일이시네
학문을 많이
익힌 건 아니지만
사람의 법도(法道)
잘 다루시었고
의학을 몰라
의술은 아니어도
자식의 병
신통으로 다스리시고
당신의 병은
깊어도
앓지 않으시고
작은 몸 어디에
그런 힘
숨어 있답니까

어머니 51 ...김초혜
저승길이 멀다해
어머니 가실 곳이
저승인 줄 몰랐오
세월이 긴 줄 알아
몸도 마음도 잊어
무심 하였더니
아침에 웃으시던 모습
저녁나절 걷우시고
북망산 그 길로
누굴 만나러
홀로 가시었오
해를 넘겨 어둠 와도
달을 지워 날 밝아도
흙으로 다지고
떼를 입혀 막아도
들립니다 그 목소리
달은 져서 어두워도
하늘에 있듯
가슴에
무덤을 안고서
어허 어허이 어허 어허이

어머니 52...김초혜
오백리 떨어진 고향이
세월이 갈수록
더 가깝습니다
봄에 안겨
자식을 안고
누워있는 어머니
스무해를 당신 앞에
무릅 꿇어 울어도
불효는 불어나기만 하고
덮힐세라 가슴 죄며
울고 덮은 흙무덤인데
오늘은 떼를 밟으며
긴 봄날을 보냅니다

* 김초혜 (시인)
태백산맥의 동갑내기 작가 조정래의 부인
1943년 충북 충주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1964 <<현대문학>에 시 <길> 등이 추천되어 등단
1984 제21회 한국문학상 수상
1985 제18회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시집: <어떤 전설(傳說)> <떠돌이 별>
<사랑굿> <사랑굿2> <사랑굿3>
<섬> <어머니> <떠돌이별의 노래>
수필집: <그대 하늘에 달로 뜨리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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