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이론과 실전에 모두 밝은 정경일 세종대 교수.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1984년 김포공항 출국장.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 유학길에 오르던 정 교수에게 배웅을 나온 아버지가 생뚱맞은 말씀을 했다. “학위보다 중요한 게 골프다. 네가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할 때 한국의 골프는 대중화될 것이다.” 관광사업을 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호텔경영학을 전공해 대학교수가 되고 싶었던 아들에게 할 당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몰랐다. 골프가 결국 자신의 인생이 될 줄은….
첫 학기에 전 과목에서 A학점을 받아 마음에 여유가 생긴 그는 겨울방학 3주 동안 난생처음 골프채를 잡고 연습에 매달렸다. 어려서부터 야구 등 각종 운동을 좋아했던 그의 골프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이듬해 대학 주최 교내 토너먼트에서 2위(77타)를 했다. 여기까지도 골프는 취미였다.
석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청주대(관광경영학과) 전임 강사가 된 그는 1996년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삼촌이 상당한 재력가였는데 미국에서 호텔과 골프장 사업을 하자고 해서 제가 대표이사를 맡았습니다. 그때 골프를 학문적으로 제대로 배울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제 전공 분야는 강의도 하는 교수 겸 학생으로 골프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 이후 골프는 취미가 아니라 직업이 돼 버렸습니다.”
정 교수는 스윙 이론을 비롯해 골프교습론, 골프장비학, 골프장 경영, 골프여행 영어 등 골프 전 분야에 걸쳐 왕성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해 왔다. 특히 스포츠관광론을 써서 ‘골프=산업’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자 정책 담당 기관과 각종 협회로부터 자문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골프장 건설의 시대는 가고, 골프장 경영의 시대를 맞았습니다. 골프장 수가 500개를 넘어가면서 적자생존 시대에 접어들었죠. 현재 대중골프장이 250개 정도(50%)인데 미국은 퍼블릭 코스가 70% 이상입니다. 앞으로 골프산업의 견인차 역할은 대중골프장이 하게 될 것입니다.”
평소 1∼3언더파 정도를 치는 정 교수의 베스트 스코어는 7언더파 65타. 호서대 교수 시절 프레야충남CC에서 골프 명문고인 안양 신성고 유망주 2명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테스트 라운딩을 할 때 작성했다.
“그날 정신 바짝 차리고 쳤는데 보기 없이 버디만 7개 잡았습니다. 그 학생 2명은 결국 호서대 골프학과에 입학했죠. 나중에 들어보니 ‘교수님이 그 정도로 잘 치면 호서대에 가야 되지 않겠느냐’고 부모님이 말씀하셨다고 하더군요.”
정 교수에게 주말골퍼를 위한 원 포인트 팁을 요청했다. “톰 왓슨이 쓴 ‘기본으로 돌아가라(Getting back to basics)’의 서문을 소개하고 싶네요. 왓슨은 ‘일반인들은 프로골퍼가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대단한 비법을 익히는 줄 아는데, 프로는 오직 기본을 점검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골프를 잘 치려면 연습뿐만 아니라 꾸준히 연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골퍼는 골프 책을 너무 안 봅니다. 국내에는 세계적인 골프 교습가들이 쓴 바이블 같은 명저의 번역본이 대부분 절판됐습니다. 책이 팔리지 않으니 출판사가 계속 인쇄할 수 없는 거죠.”
“유망주를 직접 육성하는 것도 의미는 있지만 그들을 가르치는 교습가도 표준화해야 합니다. 표준화된 골프 이론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아카데미는 한국의 골프산업 발전에도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이미 한국은 세계적인 프로골퍼를 배출하고 있으니 결코 불가능한 꿈은 아닙니다.”
안영식 전문기자 ysah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