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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판다는 왜 대나무만 먹고 살까요?

판다는 왜 대나무만 먹고 살까요?


출처 : SBS 뉴스


한세현 기자 입력 : 201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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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3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판다 환영식: 화물터미널에서...


중국의 ‘국보’이자 멸종위기 동물인 판다가 22년 만에 국내로 들어왔습니다. 2014년 한·중 정상회담 때 시진핑 주석이 판다 한 쌍을 선물한 지 20개월 만입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 영국 등에 이어 14번째 판다 보유국이 됐습니다. 올해 개장 40주년을 맞은 에버랜드는 사전 적응 기간을 거쳐, 조만간 판다를 일반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검은 몸에 흰머리, 눈 가장자리의 검은 둘레가 특징인 판다는 중국의 외교 친선대사로서도 이름을 떨쳤습니다. 1972년 미국 닉슨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중국이 판다 1쌍을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멕시코, 일본 등에도 친선 사절로 파견됐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아닌 ‘수의사’로서 보자면, 판다는 매우 부담스러운 선물입니다. 전 세계 3천여 마리밖에 없는 멸종위기종인 데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오직 ‘대나무’만 먹기 때문입니다. 평균적으로 하루 12시간 동안, 12.5kg의 대나무를 먹어치우는 대식가입니다. 판다는 어떻게 대나무만 먹고 살 수 있을까요?


 ● 원래는 ‘육식동물’이었던 판다


판다는 대나무만 먹는 걸로 알려졌지만, 원래는 ‘육식동물’이었습니다. 소와 같은 초식동물들이 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해 4개의 위를 가지고 있지만, 판다의 소화기관은 다른 육식동물처럼 ‘간단한 위장과 짧은 소장’으로 돼 있습니다. 육식동물인 판다는 왜 대나무만 먹게 됐을까요?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학설은 ‘기후변화로 인한 미각의 변화’입니다. 미국 미시간대 생물학과 지안지 장 교수 연구팀은 ‘판다가 고기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육식을 그만뒀다.”라는 학설을 발표했습니다. 고기를 먹을 때 느껴지는 ’감칠맛‘은 체내 ‘Tas1r1’라는 수용체(receptor)를 통해 느낄 수 있는데, 판다는 이 수용체가 퇴화했단 겁니다.

 
연구팀은 고대 판다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 약 420만 년 전에 이 수용체가 비활성화됐고, 이로 인해 700만~200만 년 전부터는 고기 대신 대나무를 먹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수용체가 퇴화한 이유로는 ‘기후변화’를 꼽았는데, 당시 기후변화로 판다가 먹을 수 있는 고기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란 겁니다. 이후 기후가 다시 변해 먹을 수 있는 고기가 많아졌지만 그땐 이미 고기 맛을 느끼는 미각이 없어졌다고 연구진은 분석했습니다. 사람은 생존 본거지인 숲이 줄어들면서 초식 이외에 육식할 수 있는 잡식동물로 진화했지만, 판다는 반대로 대나무만 먹는 ‘초식동물’로 진화하게 된 겁니다.

 
● 대나무를 분해할 수 있는 장내 미생물을 획득


육식을 포기하게 된 판다가 선택한 주식은 ‘대나무’였습니다. 판다가 왜 ‘대나무’를 선택했는지는 정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판다가 살던 곳이 대나무 숲으로 무성해졌고 다른 동물들과의 먹이 경쟁을 피해 대나무를 먹게 됐다는 게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가설입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과연 판다가 대나무만 먹고 생존할 수 있느냐입니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중국학술원 푸웬 웨이 박사는 판다 15마리를 대상으로 위와 장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먼저 판다 대변 속의 RNA를 분석해, 미생물 유전자 5,522개를 검출했습니다. 이 유전자를 정밀 분석한 결과, 13가지 다른 미생물이 존재하는 걸 확인했습니다. 13가지 미생물은 육식동물 장에 있는 클로스트리듐(Clostridium) 세균과 유사했지만, 그 가운데 7가지는 다른 포유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판다만의 독특한 장내 미생물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이 클로스트리듐에게서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3개 유전자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셀룰로스 소화효소를 조절하는 기능을 하고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점을 토대로, "판다가 대나무에서 에너지를 추출해 낼 수 있는 건 위와 장에 있는 미생물의 효소 때문이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판다는 턱과 이빨, 앞발 뼈 등이 강해지는 등 해부학적으로 진화했을 뿐 아니라 장내 미생물도 대나무를 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강조했습니다.


 ● “영양소 확보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대나무 섭취”


판다가 실제 야생에선 어떤 먹이를 어떻게 섭취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연구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니 용강 중국과학아카데미 동물학자 등 연구자들은 중국 친산에 서식하는 암수 판다 각각 3마리에 무선 송신기를 부착한 뒤 움직임을 6년 동안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나온 정보를 토대로, 판다가 먹는 대나무를 수거해 포유류의 3대 핵심영양소인 질소와 인, 칼슘 함량을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판다는 여러 지역의 대나무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판다가 사는 곳엔 대나무 2종이 자생하고 있었는데, 산 위치에 따라 영양소의 분포가 달랐습니다. 판다는 봄 짝짓기 철엔 해발 1,600m 산에 많이 분포하는 숲 대나무의 죽순을 많이 먹었습니다. 이 죽순엔 질소와 인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 있습니다. 6월이 되면, 대나무의 잎이 자라면 영양분이 적어지기 때문에 해발 2,400m 산악으로 올라가 그곳에서 자라는 죽순을 먹었습니다. 7월이 되면 죽순에 부족한 칼슘을 보충하기 위해 칼슘이 많은 대나무 잎을 주로 먹었습니다.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해, 시기에 따라 다양한 지역의 대나무를 먹거나 같은 대나무라도 여러 부위를 골고루 먹는 것이었습니다.


 ● 에너지 소비 줄이기 위해 운동량 최소화


학자들은 이런 연구를 통해 판다가 대나무라는 ‘질 낮은 먹이(low-quality diet)’만 먹고도 생존할 수 있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미국 코넬대 생물학과 루스 레이 교수는 “판다가 보유하고 있는 셀룰로스 분해 효소 양은 너무 적다. 초식동물은커녕, 잡식동물인 인간보다도 적은 양이다. 미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판다는 환경 적응도가 매우 낮은 동물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대신, 레이 교수는 판다가 질 낮은 대나무만 먹고도 생존할 수 있는 건 위와 장에 있는 미생물뿐 아니라 엄청난 식성 때문이라는 학설을 내놨습니다. 판다는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을 먹는 데 소비하는데, 이는 판다가 가진 미생물의 에너지 추출 능력이 매우 낮다는 걸 반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대나무는 단단한 셀룰로스 섬유 때문에 소화시키기가 어려운데 판다는 대나무에 포함된 셀룰로스 대부분을 그대로 대변으로 배설하므로 많은 양을 먹어야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겨우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부족한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판다는 움직임을 최소화하도록 진화했습니다. 과학자들이 판다의 하루 에너지 지출량 ‘DEE(daily energy expenditure)’를 계산한 결과, 판다의 에너지 지출량은 5.2MJ로 나왔습니다. 실험 전 예상치인 13.8MJ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치였습니다. 5.2MJ은 움직임이 거의 없기로 유명한 세발가락나무늘보(three-toed sloth)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움직임을 최소화 한 겁니다. 판다는 또, 에너지 소비가 큰 뇌와 신장, 간과 같은 장기의 크기를 작게 하고 갑상선호르몬(thyroid hormone)의 분비량도 줄여 대사속도를 늦추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 생존의 핵심은 ‘약육강식’이 아닌 ‘적자생존’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저서 ‘종의 기원’에서 생물의 진화과정을 ’약육강식’이 아닌 ‘적자생존’이란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즉, 살아남는 종은 ‘거대하고 강한 종’이 아닌 ‘새로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변화하는 종’이란 뜻에섭니다. 그런 점에서, 육식동물인 판다가 대나무만 먹는 채식동물로 바뀐 건 ‘적자생존’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변화의 소용돌이에 맞서 역경과 고통을 이겨내면, 삶을 바라보는 자세는 더 진중하고 성숙해집니다. 함부로 나대거나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겸손하고 또 조신해집니다. 판다가 외교 친선선물로 선택된 이유도 어쩌면 거기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취재과정에서 푸웬 웨이, 니 용강 박사(중국학술원 동물학연구소), 루스 레이 교수(미국 코넬대 생물학과) 지안지 장 교수 (미국 미시간대 생물학과), 신남식 교수(서울대 수의과대학 야생동물학), 정규식·박진규 교수(경북대 수의과대학 병리학)의 연구자료와 자문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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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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