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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유정역.. (이해일)
🧑 정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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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1-27 20:2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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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5
[김유정 역]
오늘 토요일 수업이 학생의 사정으로 내일로 연기되었다.
망설이다가 강촌-김유정역 7.4키로 구간에 도전하기로 했다.
이미 중추에 들어서서 곧 만추로 이어지는 길목이지만
해는 내 이마에 맹렬하게 자외선을 내리꽂고 있다.
27-28도.
샛강을 건너 신길역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중년의 여인이 선풍기 카바를 박스에 한가득 싣고 올라탄다.
요새 날이 추워지니 선풍기는 월하장비 역할을 완수하고
창고로 귀환하고 있으니 잘 팔리는 모양이다.
가격이 개당 2천원.
일장 홍보가 끝나자 중년의 한 사내가 가까이 가더니 2장을 구입하면서
주머니에서 꼬깃 접은 4천원을 꺼내 대금을 지불한다.
순간 묘한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무엇일까?
용산에 도착, 좌석이 없어 입석으로 구입.
기차가 13분이나 연착하였으나 다행히 입석용 좌석을 확보하여 앉아서 가게 되었다.
그 동안 가져왔던 입석에 대한 거부감이 근래 들어 무너지기 시작한다.
잘 이용하면 좌석 못지않게 편하게 갈 수 있다.
강촌에 도착하여 역무원에게 김유정 역으로 가는 자전거 길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우선 옛날 강촌역까지 가서 다리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자전거 길이 있다고 한다.
스맛폰을 꺼내 만보기를 작동시키고 심호흡을 하고 힘차게 걷기 시작한다.
7.4키로를 몇 보, 몇 시간에 주파하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철로와 평행선이 아니니 실제 걷는 거리는 그 이상이 될 것이다.
마침 위에는 길게 고가도로가 있어 아래 그늘을 이용한다.
계산 상으로는 지난번 5.3키로를 1시간에 주파했으니
7.4키로는 대략 1시간 반 정도 예상하고 있다.
1시간 정도 지나니 온 몸이 땀으로 젖기 시작한다.
극한 인내를 테스트하기 위해 나는 생수를 절대 휴대하지 않는다.
목적지까지 어떤 가게나 편의점이 없는 경우가 많다.
너무 지쳐서 바닥에 앉아 3분간 휴식을 취한다.
저쪽에 길다란 다리가 보이는데 엄청나게 길다.
저걸 건너야 하는 건가?
다시 출발했는데 다리 밑에는 어떤 이정표가 안 보인다.
장차 여행객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공무원들은 이런 부분에 신경 좀 써주었으면 좋겠다.
자전거 길을 따라 직진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다리를 건너야 하는지...
스맛폰을 꺼내 맵을 보려는데 마친 지나가던 잔차 젊은이에게
- 저기 김유정역이요..
급 브레이크를 끼익 하고 밟더니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 직진하시면 다리가 나오는데 건너가면 됩니다.
한참을 가니 의암댐이 나오는데 소양댐에 비하면 규모가 무척 작다.
조금 더 가니 과연 다리가 하나 있는데 댐이 작으니 다리도 짧다.
그런데 김유정역 표시는 어디에도 없다.
갈림길마다 표시 좀 해놓으면 좀 좋은가..
다리에는 인도가 따로 없어 거대한 관광버스가 옆을 스칠 때마다
내 몸도 빨려 들어갈 듯이 흔들거린다.
그래서 뚜벅 여행 중에는 반드시 인도나 자전거길 없는 길은 피하는 것이 철칙이다.
다리를 건너니 휴게소가 보인다.
얼음보다 차가운 맥주를 치익 따서 목으로 넘긴다.
목울대가 출렁거리는 것이 씨에프 광경과 유사하다.
정신을 차리고 여주인에게서 정보를 하나씩 얻는데 엉뚱한 답변이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여기서 한 30분만 더 가면 목적지가 나올 줄 알았는데..
- 여기서 샛길로 가는 빠른 길이 있는데 인도가 없어서 위험해요.
- 안전한 다른 길은 없나요?
- 자전거 길로 가면 약 10키로 더 가야해요.
- 예? 지금까지 1시간 반을 걸어왔는데 10키로를 더 가라구요?
- 그럼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가서 거기서 걸어가세요.
여주인이 생글생글 웃으면 인상이 참 좋다.
밖에는 해남에서 올라온 일단의 버스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내륙에 사는 놈은 바다가 신기하듯이
강과 댐이 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댐이 신기한 모양이다.
10키로를 다시 걷는다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에 버금간다.
게다가 저녁에는 신논현에서 당숙, 친구와 저녁 약속이 있다.
- 에이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그냥 상경해야겠어요.
전철을 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역이 어딘가요?
- 시외버스터미널이 바로 남춘천역이에요.
아하, 그러니까 자전거길을 따라 남춘천을 경유해서
김유정 역으로 가는 길이 10키로라는 것이다.
여기서 바로 김유정으로 가는 샛길이 있지만 인도가 없어 위험한 것이고..
대략 상황이 파악된다.
이 복잡한 모든 것을 강촌의 역무원이 설명할 수가 없다.
직접 답사하기 전에는 이해하는 자체가 요령부득이하다.
나도 이렇게 세세하게 기록하지 않으면 다음에 재도전할 경우
시행착오가 재발될 수가 있어 기록이란 대단히 유용한 습관이다.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니 남춘천역이 바로 인근.
플랫폼으로 가니..
웬걸 아이티엑스가 바로 입장하여 바로 입석 보조 의자를 차지한다.
한참 뒤 역무원이 와서 카드를 주고 결재를 하는데
담부터 반드시 티켓을 구입하고 타라고 경고를 준다.
열차가 들어오는 것이 눈앞에 보이는데
어떤 병신 같은 놈이 표를 사러간다는 말인가..
용산역에 도착하여 내렸더니 바로 건너편에 동인천행 급행이 대기하고 있다.
참으로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시차가 짜릿하다.
올라타니 바로 출발하여 노량진에서 하차..
9호선으로 갈아타고 신논현에 떨어지니 약속시간보다 20분 일찍 왔다.
당숙과 친구와 시중 잡담이나 하고 당구를 치고는
막차로 겨우 여의도로 귀착..
이렇게 하루가 갔다.
오늘은 절반의 성공이었지만
스맛폰을 꺼내보니 오늘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고
만보기가 반짝거리며 칭찬해주고 있다.
에필로그
위 묘한 분위기는 이렇다.
대개 4천원짜리 물건이면 5천원짜리를 건네고 1천원을 거슬러 받는데
주머니에서 준비된, 꼬깃 접혀있는 4장이 나온 것이 묘하다는 뜻이다.
남편이면 어떻고 바람잡이면 어떤가.
남을 속여먹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양이 내 눈에는 아름다울 뿐이다.
이번주 오친회가 있다고 연락이 왔다.
해묵었음에도 변함없이, 관옥같이 아름다운 친구를 만나 가슴을 열어봐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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