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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갈대밭, 그리고 바다에 서서..... (정철)
이번 주는 과거에 전례가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일들이 동시에 다발적으로 벌어져 심신이 고달팠던 관계로 전격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다. 간단하게 사진을 찍고 컴퓨터가 있는 숙소를 선택하고 여장을 푼다. 우선 월요일엔 그간 줄기차게 끌어온 임대차계약과 관련한 강제집행을 신청하기 위해 제반 서류의 준비 및 작성을 마치고 법원에 가려던 참이었다. 물리력을 동원한 강제집행의 실행이라는 것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상당히 마음이 무거워지기 마련인데 임차인이 다급하게 일정 금액을 송금해 와 비록 충분한 금액은 아니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일단 강제집행을 지연시켰다. 잘된 결정인지는 나중에 시간이 말해주리라. 화요일엔 수일 전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지만 나에 대해 소개를 받고 찾아온 패키지여행을 가는 손님들의 잦은 변덕과 변경 그리고 무리한 요구로 상당히 마음이 상하고 비즈니스를 하면서 급기야는 마이너스를 보는 결정을 내리게 되는 과정을 거치며 손님의 지나친 기대와 요구를 원망하는 나 자신이 안쓰럽기도 했다. 그런데 어쩌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나로서는 어느 순간이든지 의당 감수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제인 수요일엔 모처럼 저비용항공사 설립에 관한 컨설팅 제의가 들어와 간만에 세미 정장 차림에 긴급히 브리핑 자료를 만들고 아침 일찍 시내 모 호텔 커피숍에서 60분간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워낙 간만에 해서 그런지 평소와 달리 약간 긴장되고 말을 약간 더듬기도 했다. 그럭저럭 무사히 마쳤는데 이번엔 모 동기가 내 사무실 근처에서 일을 보다가 끝났으니 중식을 같이 하자고 제의해 와 수락하고 식당에 데려갔는데 음식에 인공감미료가 없어서 진짜 좋다며 소주 한잔도 곁들이는 게 아닌가. 근데 어쩌랴? “有朋이 自遠方來하니 不亦樂乎아” 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상당히 주저했지만 저녁엔 1반 반창회 장소로 발길을 돌렸다. 보고 싶은 친구들이 많아서 염치불구하고 갔었고 예상대로 화기애애하게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꽤 시간을 같이 보냈다. 그런데 순전히 개인적인 것으로 별로 유쾌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해 그것을 망각하려고 엄청 애썼다. 오늘은 중국 항주로 가는 40명 규모의 단체가 있어 공항에서의 핸들링 및 고객 예우 차원에서 실무직원 2명을 데리고 아침 일찍부터 공항에 나갔다. 그리고 고객 중 두 오피니언 리더와 함께 간단한 식사 시간도 곁들이고 personal touch 차원의 대화도 나누었다. 마치고 귀사 하려는데 공항에서 간만에 예전 부하직원들을 만나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고 한참 수다를 떠니 재미는 있었지만 다소 피곤하고 지친 느낌이 몰려온다. 금주 내내 긴장과 사건의 연속으로 점철되어 그랬던 것 같은데 "에라 인생 뭐 있냐?” 하는 맘으로 예정에도 없던 제주행을 결행했다. 나도 사람이다. 좀 쉬고 싶다. 바람에 흩날리는 갈대밭의 갈대를 보고 또한 너울거리는 바다를 보니 모든 것이 한갓 꿈결에서 보고 일어난 사건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 관람한 영화 ‘그래비티’에서 느꼈던 인간의 사소하고 미미한 존재감에 비해 우주와 자연의 위대함과 영구함을 조금이라도 가슴에 담고 육지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그런데 그게 언제 일지는 나 자신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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