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커뮤니티 메인

휘문교우회 로고
📖 게시글 상세보기
[제목] 강남-삼척-임원-호산-울진-평해-후포-백석-영해-포항-양포-감포..... (이해일)

2013년 9월 18일(수).. [첫째 날]

 

삼척에 도착하니 작년엔가 눈구경 차 양양에 가려고 왔던 기억이 난다.

터미널 구멍가게 주인한테 가까운 바닷가 중에 아름다운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원덕보다는 임원으로 가라고 한다. 어시장도 있단다.

표를 예매하고 나니 시간이 90분 정도 남는다.

임원에 도착하니 8시 반 쯤 되었나..

우선 요기를 하고 방을 잡아야 한다.

신축한 듯한 모텔에 들어가 가격을 물으니 5-6만원.

근처에서 곰치국으로 반주와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곰치국의 명성에 걸맞게 속이 싹 풀린다.

인근 민박에 들어 가격을 물어보니 4만원..

인근 신축 최신 모텔이 5만원인데 곰팡내 나는 민박이 4만원이라면

참 돌대가리도 그런 돌대가리가 없다.


모텔에 들어서니 예상대로 호텔을 넘어서는 완벽함이 있다.

호텔은 물론 개방적이고 가족적인 분위기가 넘치는 로비가 매력이지만

체크아웃할 때 냉장고에서 꺼내먹은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매번 참 드럽다는 느낌이다.
몇년 전 집사람과 유성 온천에서 꽤 큰 호텔에 묵은 적이 있었는데
첵아웃 할 때 하우스키퍼와 연결하면서 우리가 먹은 내용물을 확인하는데
뭐.. 인질로 잡혀 있는 이 기분은 뭘까.. 

비싼 숙박료를 받아먹으면서 까짓 음료, 맥주가 몇 푼 된다고..

요새 모텔은 생수, 음료, 맥주.. 기본적으로 서비스를 하고

콘돔, 반지도 비치되어 있다.

내겐 무용지물이지만서도..


실시간 진행되는 상황을 사인동과 고물 카톡에 올린다.


[둘째 날] 19일(목)


너무 편안한 침대에서 개운한 잠을 자고 일어나

밖으로 나오니 뜨거운 햇살이 정수리를 찌른다.

오늘이 추석 당일..

혹시나 하고 포구 쪽으로 가보니 식당들 영업이 활발하다.

한잔 생각이 일어났지만 어시장이 아니면 이런 곳은 무척 비싸다.


임원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공지영의 도가니를 다 읽고는

임원 정거장에 두고 왔다.

누군가가 보겠지..


임원 바로 밑, 원덕으로 이동하기로 하고 버스를 탔더니

한 사내가 원덕은 지금 바닷가 공사 중이라고 볼 것이 없다고 다른 포구를 권한다.

그래서 원덕을 지나쳐 종점에서 내려 울진 행으로 갈아타기로 했다.

근데 종점 이름이 영 생각나지 않는다.

호산이던가?

여기서 식당이 전부 문을 닫아 식사 대신 맥주와 오징어 땅콩으로 대신하다.


역시 울진까지 가는 길목에 보이는 해안가 곳곳에 대형 공사가 진행 중이다.

부구라는 마을이 꽤 크다.

죽변(후정)이 아름답다.

포항의 죽도와 혼동되는데 전혀 다르다.

모텔 아리아 라는 곳이 전경이 기가 막혀 기록해둔다.

담에 갈 기회가 있으면 한 번 머무르는 것도 좋겠다.

인터넷 검색해보니 바로 뜬다. 바다 색깔이 환상적이다.


울진에서 내려 김밥으로 간단히 요기를 했는데

아까 먹은 오징어 땅콩과 얹혀서 리듬이 깨졌다.

후포행 시간표를 알아둔 다음에 시내 구경이나 하기로 하고

30분 쯤 걷다가 다시 터미널로 돌아온다.

* 근데 울진에서 후포로 바로 갔는지 평해로 가서 후포 가는 버스로 갈아탔는지

기억이 안 남.. 경비 지출에 보면 평해 4천원이 있는데..

평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것이 문제..


후포까지 가는 길에 망양, 망양정, 월송정을 오래 전에 답사한 곳으로 기억이 나는데

구산이라는 바닷가를 놓쳤다.

후포는 친구가 추천한 곳으로, 대개 추천한 곳을 분명히 뭔가가 있다.

역시 길게 뻗은 송림과 새하얀 바닷가 그리고 왼쪽 끝에 형성되어 있는

어시장이 대단히 매력이다.

밖의 식당들은 대게를 주로 팔고 건물 안의 어시장에는 횟감이 가득하다.

도다리, 우럭 한 마리에 1만원을 부르는데

지역 특산물이 대게로 눈길이 간다.

5천원, 8천원, 1만 원짜리가 있고 탕이 나오고 게딱지에 비빔밥도 나온단다.


숙박을 먼저 잡기 위해 가격을 알아보니

민박 2만5천원, 여관 3만원, 모텔 3만5천원..

모텔을 우선 찾아가니 여주인의 인상이 참 고약해서 그냥 나와 버린다.

인상이 고약하면 침구 위생이 불결하다는 것은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바다.

여관으로 가니 이런.. 금일 휴업이라고 붙어있다.

그냥 문을 밀고 들어가니 70이 다된 할마시가 방을 내준다.

그러면서 내일 가족들이 다 오기 때문에 오늘만 받는다고 설명을 한다.

그러니까 명절 때는 민박을 잡기 힘든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방에 들어서니 작은 앉은뱅이 책상 위에 컴퓨터가 있는 걸 보니

손주들이 오면 사용하는 방인가보다.

그래서 그런지 이불 등이 더럽지 않고 청결한 느낌이 들어서

마음도 포근해진다.

피곤한 눈을 잠시 붙이고 어시장으로 나가 아까 그 대게집을 찾아간다.


손님이 바글바글..

나 혼자 자리 잡고 1만 원 짜리 하나 시키고 나서 곧 후회를 한다.

좁은 방에 식탁을 다닥다닥 붙여놓아 옆의 손님과 팔이 닿을 지경이고

4명 가족이 들어왔다가 자리가 없어 그냥 나가면

혼자 1만 원 짜리 먹는 내가 여간 송구스러운 것이 아니다.

식당 주인인 늙은 여인이 몸에 온갖 치장을 하고 문 앞에서 떡 버티고 있고

젊고 아름다운 여인에게 에미야.. 하면서 이것저것 지시하고 있고

아들인 듯한 젊은 사내는 대게를 찌느라 정신이 없다.

서둘러 먹고 나오면서 에미야.. 라고 불린 여인한테

- 앞으로 혼자 오는 손님 받지 마세요. 어머니한테 혼납니다.

이미 혼났는지 억지 웃음을 보이면서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만 원 짜리가 작기도 하지만 급히 먹은 탓에 2프로가 부족하여

거리의 포장마차에서 오징어, 새우 튀김을 사가지고 여관방에 돌아온다.

싸구려 기름 냄새가 역겨워 내용물만 파먹고 튀김 껍데기는 다 버린다.


또 하나 좋은 팁이 떠올랐다.

아까 5천 원짜리 대게와 신라면을 구입해서 한가한 식당에 들어가

5천원 드릴 테니 끓여달라고 하고 밥과 김치 한 공기 청하면 진수성찬이 된다.

담에 해보자.

바쁜 곳에 들어가면 부지깽이로 맞고 쫓겨난다.

주인이 티브이를 보고 있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세째날] 20일(금)


가을답지 않은 한낮 햇살은 여름을 방불케한다.

마을 구경을 하면서 터미널 쪽으로 걸어가는데 작은 어시장 비슷한 곳에 사람이 몰려있다.

가보니 회를 떠서 식당으로 가는 먹는 모양인데

마침 아나고 4-5마리 회를 뜨는 것이 보여서 얼마냐고 물으니 1만원이란다.

참 싸다.

그냥 갈 수가 없어 주문을 했더니 다 떨어졌단다.


어제 어시장까지 한참을 걸어왔는데 되돌아가는 길도 당연히 멀다.

길 건너편 바다 쪽으로 짧은 치마를 입은 구릿빛 피부의

대략 25세 안팎에 균형 잡힌 몸매의 젊은 여인이 걸어가고 있다.

검은 원피스, 단발 머리..

오른쪽 어깨 바로 밑으로는 스맛폰을 밴드로 고착시키고 간간이 통화를 한다.

근데 뭔가 특이한 점이 있다.

걷는 폼새가 대단히 리드미컬하여 내 눈길을 잡고 있다.

모델 워킹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교습을 받은 자세인지

균형잡힌 몸매에서 나오는 자연 워킹인지까지는 구분할 능력은 없다.

걷는 자세만으로 여인의 이미지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마음은 잠시 청춘으로 돌아가 멀찌감치 씰룩거리는 자태를 음미하면서 따라가다가

갈림길에서 혼자만의 아쉬운 작별을 한다.


후포 터미널 앞에서 시간이 남아 간짜장으로 점심을 했는데

기름기 없는 담백한 맛이 아주아주 오래 전에 먹었던 미각을 일깨우고 있다.

너무 맛이 좋아 하나 더 먹을까 하다가 뚜벅의 일정을 생각해서 참는다.

한참을 잊었던 70년대 맛이다.


버스를 타고 백석으로 가보니 평범한 어촌이라 추가 요금을 내고

영해 종점으로 가기로 했다.

근데 병곡을 지날 때는 푸른 바다를 끼고 있는 어촌에 그만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 동안 내가 본 어촌 중에서 압권으로

우선 어수선한 식당이 없고 녹지가 잘 되어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전원도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이번 겨울 3-4일 정도 민박 생활로 점찍어 놓았다.

관광 안내판을 얼핏 보니

- 영덕 블루로드 C코스..

라고 쓰인 게 보인다. 해안 드라이브 코스인가? 검색해 봐야겠다.

병곡 같은 진주를 찾으려면 이렇게 마을 버스로 유람을 해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섬세하게 살피지 못한 임원 윗부분이 후회가 되지만

저녁 시간이었으니 도리가 없었다.


영해에서도 바다 구경을 하면서 내려가고 싶다고 하니

포항까지의 완행을 타라고 해서 표를 구했는데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완행이라고 해서 어촌 일일이 돌아가는 줄 알았더니

국도 큰 길로만 주행하여 구경을 하나도 못했다.

완행이 아니라 [시내버스]를 탔어야 했다.

영덕에 잠시 정차할 때는 오래전 신구리 여행 때 온 기억이 또렷하게 떠오르고

강구에서 정차할 때는 너무 변해서 잠시 혼란이 일었다.

홍게가 한 박스에 1만원.. 홍게는 또 뭔가..

강구 위에 그랜드비치 모텔이 전망이 좋다.

인터넷 검색을 하니 바로 뜬다.

장사 해안은 좀 산만..


포항은 가로수, 녹지대, 청결 등 거리 미관과 시민의 도덕성을 볼 때

대단히 여유로운 도시라는 것을 느낀다.

포철을 일군 박태준 회상을 잠시 회상한다.


해가 너무 뜨거워 스맛폰을 열어보니 31도다.

터미널 앞 관광 안내소에서 안내를 받아 다음과 같이 기획하게 되었다.

- 해안 마을 거쳐서 아래로 내려가고 싶은데 어떻게 가면 좋은가요?

- 우선 요 앞에서 시내버스 200번을 타고 구룡포까지 가세요.

  구룡포 환승센타에서 내려서 감포가는 버스를 타고

  거기서 다시 울산 가는 버스를 타면 해안 마을을 구경하면서 내려갈 수 있어요.

  만일 감포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으면 양포에서 갈아타야 해요.

  정자에서 울산으로 빠지니까 정자가 마지막 어촌이니

  숙박을 어디서 할 것인지 결정하세요.


정읍, 전주에서는 미숙한 안내에 골탕을 먹었는데

이곳 안내원은 내 나이 되는 여인이 노련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내 의도를 짚어 설명해주어서 놀랐다.

관록의 50-60대 인력이 그래서 아까운 것이다.


시킨 대로 200번 버스를 타고 구룡포에 도착..

사방이 대게 식당, 간판이 요란하기 짝이 없다.

버스가 양포, 호미곶 이렇게 두 군데 가는 노선이 있다.

감포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 양포에서 갈아타야 한다.


양포로 가는 길이 오래전 집사람과 호미곶으로 갈 때와 바다 전경이 유사하다.

구비구비 돌 때마가 새로운 바다가 펼쳐진다.

평지에서 보는 바다와 언덕배기 중턱에서 보는 바다의 느낌이 전혀 다르다.

평지에서는 바다 색깔이 중첩되어 어둡게 보이지만

언덕배기에서 바라보는 색깔은 투명한 파란색이다.

가끔 영화에서 보는 헬리곱터에서 찍은 바다 색깔이 바로 이 색깔이다.

게다가 위에서 보는 바다는 광활하고 시야가 넓어 감동이 증폭된다.


감흥을 이기지 못한 나는 나도 모르게 펫소주를 꺼내 한 모금 입안에 흘려넣고

너츠/호두를 씹는다.

유시(酉時)에 들어선 바다, 호쾌한 드라이브길, 펫소주, 너츠..

이 키워드의 조합을 이해하지 못하면 여행의 묘미를 도저히 터득할 수 없다.

손님도 별로 없는 버스 맨 앞 자리에서 양말을 벗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소주를 홀짝이는 나를

기사는 불편한 심사로 백미러를 통해 자꾸 쳐다본다.

보거나 말거나 이번 여행 중 가장 술맛이 좋았던 순간이다.


양포에 도착하니 기사가 다소 신경질적인 어조로 다 왔다고 내리란다.

이건 뭐 깡촌에 배차 시간도 없고 감포행 버스가 대체 언제 오는지 알 수가 없다.

같은 버스를 기다리는 방글라데시 젊은이가 건너편 다방으로 갔다 오더니

5시 반에 버스가 온다고 내게 알려준다.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 젊은이의 인상이 참 순박하고 착하다.

내게 지도를 빌리더니 배웅 나온 한국인과 도란도란 쑥덕거린다.


시간이 너무 남아 다방으로 가서 커피 한 잔 시키고

예의 종업원도 한 잔 마시고..

지도를 펴놓고 이동 경로에 대한 도움을  받는데 마침 버스가 왔다고 알려준다.

허겁지겁 뛰어나가니 방글 청년이 나를 찾으러 다방으로 뛰어오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순박한 웃음을 짓는다.

버스에 올라타고는 명함을 한 장 주고 서울에 오면 연락하라고 했다.

삼겹살 한 번 사주지 모..


감포에 가니 바다가 기가 막히다.

정자행 버스표를 구입하고 시장 구경을 한다.

거대한 어시장도 활발하고 윗쪽에는 송림과 함께 내려다보이는 바다가 일품이다.

건물 안쪽 시장에 들어가니 무척 싸고 싱싱한 가자미 회를, 먹을 시간이 없다.


꼬불꼬불 어촌을 구경하면서 느낀 점은 전국의 어촌 중에 이곳 구룡포 쪽이

가장 아름답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서울에서 보면 무척 먼 거리지만 기차와 버스를 이용하여

3-4일 동안 겨울 바다의 정취를 흠뻑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아까의 병곡도 만만치 않다..

겨울의 재회를 기약한다.


감포를 벗어나는 길목에 기가 막힌 정자가 2개 있는데 여기서 캠핑을 해도 되겠다.

민박도 있고 조금 더 가면 대본3리에 아담하고 완벽 시골풍 민박 널려있다.

한겨울 창문으로 새어들어오는 찬 바람에 이불을 꼭꼭 여미고 자는 맛이

바로 민박의 참맛을 즐기는 요령이다.

옛날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의 추억을 회상하고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본 3리 끝에도 기가 막힌 정자 있다.

봉길 1리.. 가는 곳 마다 여하튼 바다 절경 멋진 곳..

양남.. 인간 너무 많다.


정자에 도착하니 긴 해안가에 상권 개발이 끝난 곳으로

조용히 머물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 추가 1200원을 더 내고 울산으로 직행.

울산에 들어서니 초입에 코스트코, 롯데마트가 도시의 위용을 대변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터미널까지 30분을 울산 시내를 관통하니 꽤 큰 도시임을 알 수가 있다.

잠시 후 나타나는 롯데 타운의 규모에 서울놈이 놀라고 만다.

우주 한 가운데 있는 거대한 위성 도시처럼 갑자기 드러난 용태에 다소 당황한다.

스맛폰으로 보니 인구 겨우 116만..

그러고 보면 인구 천만이 넘는 서울은 손색없는 국제 도시의 면모를 갖춘 셈이다.


오늘은 아나고를 꼭 먹고 싶었는데 다행히도 터미널 앞 5분 거리에 어시장이 있다.

치안이 불안한 깜깜한 골목을 걸어들어가

작은 건물에 들어서니 사람이 빼곡히 들어찬 불야성에 놀았다.

아나고 일 키로 3만원.. 반 키로 주문하고 자리를 잡는다.

혼자 여행하면서 자주 느끼지만

그들이 바쁠 때는 홀로 나그네는 절대 반가워하지 않는다.

3만원을 쓰면서 참 눈치 보면서 먹게 된다.

그 중 가장 한가한 식당에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어떤 곳은 내가 주문하면 지금 주문이 밀렸다고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한다.

이 정도면 무시가 아니라 멸시가 된다.

홀로 여행하면서 이미 이골이 난 내가 그들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아나고에서 기름을 기가 막히게 빼서 회가 뽀송뽀송하다.

노량진에서는 이렇게 못한다.

기술이 아니가 정성의 문제 아닐까..

상추도 듬뿍,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잘 먹은 저녁이다.

주인여자한테 새로 지은 모텔이 어디 있는지 소개를 부탁했더니

바로 앞으로 나가 5분 정도 걸으면 많다고 한다.

원래를 도심 모텔이 비싸니 택시를 타고 외곽으로 빠져 신축 모텔을 찾으려 했는데

주인이 알려준 대로 가보니 모텔 단지가 나오고 간판이 현란스럽다.


한 군데 가보니 예상대로 5-6만원..

바나나라는 곳에 가서 가장 싼 방으로 달라고 하고는

여차하면 다른 데로 갈 자세를 취하고 있자니

주인이 머뭇거리면서

- 에또.. 5만5천원 받아야 하는데 4만원만 주세요.


첫날 모텔 못지않게 기가 막히다.

주인에게 감사해서 수건도 한 장만 쓰고 가급적 비치된 물건에는 손도 안 대고

반지만 하나 가지고 왔다.

새벽에 깨는 버릇이 있어 책을 보고 또 자고..


근데 혹시나 하고 상행표를 검색해 보니 토요일 저녁 9시 25분에 무궁화가 있다.

웬 떡이냐..

가끔 취소하는 놈이 있어서 이렇게 들어와 보면 횡재를 할 수가 있다.

22일 하루 부산에서 묵는 것은 당일 상행표가 없기 때문에

다음날 오전 고속철을 예매했는데 덕분에 숙박비와 고속철 비용이 절감되었다.

얼른 예약을 하고 고속철은 취소하고

집사람에 22일 새벽 3시 귀경을 알린다.

그리고 검색을 해보니 새벽에는 표가 남아돌아간다는 것도 알았다.

새벽 5시 앞뒤로 표가 있으니 앞으로 비상시에는

이런 표를 이용해서 움직이는 것도 좋겠다.

어쨌든 강남-삼척 버스 6시간 이동은 크게 잘못 된 경험이다.


[네째날] 21일(토)


아직도 해가 뜨겁다.

생수로 가슴에 붓고 등에도 붓고 물수건에 적셔 목에도 두른다.

이렇게 하면 일단 체열을 내릴 수 있다.


터미널로 가서 모텔에서 집어온 음료수 하나 창구로 건네고

어촌을 따라 기장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싶다고 했더니

바로 옆에 있는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라고 한다.


그래서 그쪽으로 가서 물어보니 그렇게 가는 것은 없단다.

관광 안내소 있냐고 물으니 롯데 백화점 앞에 있다고..

가보니 점심 시간이라 닫혀있고 1330 전번이 있다.

전화는 해보니 전국 공통 관광 안내 콜센터 번호다.

- 지금 울산 고속버스터미널 앞인데 바다 구경하면서 기장까지 가는 버스 없나요?

- 터미널 건너편에서 715반을 타고 월내 하차.

  거기서 기장 가는 거 타세요.


1330.. 기억해두자.

터미널 건너편 농협 앞 정거장에 다 읽은 공지영 에세이 책을 또 버린다.

책 무게가 녹록치 않아 읽은 책은 가급적 현지에 다 버린다.

월내까지 1시간 반을 가는데 울산을 관통하면서 시내와 시외 구경을 할 수가 있었다.

외곽 녹지가 기가 막힌 참 좋은 도시다.

월내에 도착하여 삼각 김밥으로 요기를 하고 정거장에 있는 할머니에게

모텔에서 집어온 음류수를 권하고 좋은 정보를 얻는다.

시간이 애매하던 차에 기장에서 자갈치까지 가는 길이 걱정이었는데

기장 가는 것 말고 범어사 가는 37번을 타고 노포동에서 내리면

바로 지하철이 있다고 한다. 이게 웬 횡재냐..


근데 하필 버스 맨 앞에 앉았는데 금세 만원이 되더니

90 할부지가 내 앞에 서는 바람에 양보하고 서서 가게 되었다.

노포동에서 내리니 부산 지하철 1호선.. 이게 자갈치로 직빵으로 간다.

인터넷 검색해보니 달봉이 횟집이 vj 맛집에 나왔다.

3만 원 짜리 전복, 회, 튀김. 볶음밥, 국물 코스다.

전화해서 혼자 가도 되냐고 물으니 지금 오면 된다고 해서 도착하니 5시 20분.


어제 부산에 도착한 친구놈은 파트너와 의견 조율이 되어

통영으로 떠난다고 톡이 왔다.

은밀한 만남은 원래 외따로 지향하는 습성이 있다.


달봉이네..

토속적인 다소 어리숙하게 손해 보면서 장사하는 인상을 주는 이름인데

그들은 손님에 대한 태도는 서비스가 아니라 기계적인 동작으로 음식을 내오기만 한다.

이상하게 티브이에 나온 이 집보다 다른 집에 손님이 더 많다.

식사가 2/3쯤 진행되고 있는데 종업원년이 손님 받아야 한다고 빨리 끝내란다.

이런.. 빌어먹을 년 아닌가.

내 돈 지불하고 손님으로써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데

한참 먹고 있는 손님을 밀어내?

앞으로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 돈을 쓰지 않기로 했다.

간단히 백반 정도 먹으면서 비용도 절감하고 술도 줄이기로 했다.

자갈치는 이미 옛날의 인정이 아니다.

고속철 개통으로 매출이 올라가면서 돈맛에 빠져버렸다.


부산역사로 가서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니 시간이 되어 열차에 올라탄다.

가지고 온 책은 다 봐서 읽을 게 없다.

불편한 자세로 자는 둥 마는 둥..

영등포 역에 도착하여 걸어갈까 하다가 새벽 2시 반의 치안이 믿을 수 없어 택시를 타다.

신기하게도 여행 내내 나를 괴롭혔던 소양 증세가 완치가 되어버렸다.

항상 약을 휴대하면서 이상 징후 때마다 즉각 도포하는 버릇이 주효한 것이다.


이번 여행의 백미는 병곡과 구룡포 일대 드라이브 길과 어촌 마을이다.

경치가 너무 좋아 버스 기사 직업이 부러웠을 지경이고

담에 오면 감포, 호미곳을 10번 정도 버스 타고 왕복할 생각이다.

아니면 버스 면허를 취득해서 1년 동안 이곳 버스 기사를 하고 싶을 정도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어촌 전경이 산굽이를 돌 때마다‘

매번 새로운 느낌으로 가슴을 때린다.


또 하나는 커플끼리 여행객이 무척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 것들이 당근 부모 속이고 떠난 여행이겠고

이러다가 임신하면 어쩌려구 그러는지 걱정도 된다.

애정 표시도 적극적이다.

만나고 헤어질 때 뽀뽀는 기본이다.

프렌치 아닌 걸로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


시외버스와 시내버스 개념을 정리하면

시골에서 시외버스는 현 지역을 벗어나 아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어촌 마을은 돌지 않는다.

시내버스는 그 마을 일대 어촌을 일일이 돌기 때문에 이걸 타야 하고

버스가 가는 종점까지 간 후 거기서 다시 다른 버스를 잡아타야 한다.

조만간 서해안쪽에서 실험해볼 생각이다.


기억의 조각과 메모지를 조합해서 겨우 기행문을 작성했다.

겨우 3박 4일의 기억도 이렇게 더듬기 힘들었는데

예로부터 구전되어 오는 설화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충분히 이해가 되겠다.

이제는 돌아다니는 여행보다는 한 곳에 머무는 정적인 여행으로 취향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진국을 거의 다 돌았기 때문에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옷을 홀라당 벗어버리고 샤워를 하고 침대에 들어갔는데 말똥말똥하다.

천명관의 유쾌한 하녀 마리사.. 를 읽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흠뻑 빠지고 만다.


==============

[에필로그]


기행문을 본 동생으로부터 아래와 같이 메일이 왔다.

추억의 공유는 행복의 공유와 일맥이 상통한다.


휘문 67회 들어가서 기행문 보았는데..

형이 여행한 곳이 내가 군대 생활 했던 곳이야..

오랜만에 들어 보네..

울진, 성류굴, 망향정, 월송정, 후포, 백암 온천,, 

망향정과 월송정은 관동 팔경이고..

후포,  백암 온천 뒷산들은 훈련한다고 밤 새워 군장 매고 넘나들던 곳이고..

월송정  바로 옆에 군 막사가 있었어..

6개월 근무하고 3개월 쉬던 곳이야..

큰 삼촌이 월송정으로 면회 왔고..

중대장하고 색시집에서 술 먹었지.. 나는 빼고..

작은 아버지께서 장가가라고 어떤 처자 데리고 와서 내무반에서 선도 봤지..

저녁에 색시집에서 중대장하고 같이 술 먹었는데..

팁은 작은 어머니가 내고.. 색시는 중대장 무릎에 앉고..

월송정 옆에 국민학교와 짜장면 집이 있었는데.

국민학교에서 체육대회 했는데,

우리 소대가 다 이겼다가 나중에 릴레이 뜀박질에서

나 때문에 꼴찌로 전락했던 추억도 있고.


짜장면 집 이층에 국민학교 처녀 선생이 하숙했는데..

그 처자 만나려고 짜장면 무지 먹었지..

당시 국민학교 처녀 선생은 근처 모든 군바리의 선망의 대상이었고..


그 자장면 집에서 서을에 장거리 전화 하려고 아버지가 주신 카메라도 팔아먹고..

삼겹살 먹고 싶어서 반지도 전당포에 맡겼는데  못 찾았어..


조금 올라가면 해안 도로 옆에 수산 연구소 간판이 붙어 있던 곳이 중대 본부이고,

형이 형수와 면회 와서 바닷가에서 도라무깡 엎어 놓고 소주 먹던 곳이지.

후포항 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도로 옆 언덕에 초소가 하나 있는데..

거기가 내가 소대장으로 근무했던 곳인데,  밑에서는 잘 안 보이지..

여름만 되면 해수욕장으로 변해서 매일 망원경으로 보던 곳이고..


도로 옆이라 정말 높은 사람들 많이 들렀어..

간첩 잡는 게 아니고,

높은 사람 지나가면 지나갔다고 보고하는 일이 주 임무야..

백암 온천은 아버지께서 면회 오셔서 하룻밤 주무셨던 곳이고.

당시 방이 없어서 중대장 끗발로 방 잡았었지..

대구에서 장군님 오셨다고 하면 방이 생겼어.

아버지께서 두 번인가 면회 오셨어.. 낚싯대도 갖다 주셨는데..


장소가 장소인지라..

여름만 되면 친구들, 해문이 친구들 면회 핑계로 많이들 왔지..

조금만 들어가면 바닷가 민박이 있는데..

거기들 모두 묵었는데.. 거의 공짜로..

나는 자전거 타고 순찰 돌다가 한잔 하고.

아 .. 그립다 옛날이..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