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도 금요일은 수업이 없는데다가
주변의 혼잡한 문제도 하나씩 정리가 되어 마음도 홀가분하다.
토요일 간단한 숯불도구 준비해서 영종도에나 일박으로 가려고
당숙에게 같이 가자고 문자를 보내니
- 내일 부산에 가니 거기서 만나 기장으로 가서 바다낚시나 하자.
이렇게 답이 오니 마다할 내가 아니다.
시간 배정을 알아보니 내일 금요일 사회복지사 기말 시험이
12시부터 있고 시험이 끝나고 서울역까지 가는 시간 안배를 하여
2시 반 서울역-부산역 티켓을 인터넷으로 예매한다.
기말고사를 끝내고 서둘러 서울역행.
좌석공간이 널널한 무궁화를 선호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닿기 위해
고속철을 이용.. 좁은 공간에 너무 짜증난다.
부산역 5시 7분. 연안 쪽 출구로 나가니 오랜만에 당숙을 만난다.
7시에 손님 약속이 있어 자갈치 시장으로 가서
고등어 조림으로 저녁을 간단히 치른다.
계획이 변경되어 기장행이 거제도로 바뀌었다.
아까 부산에 오는 길에 회사 여직원을 태워주었는데
내년 봄에 결혼하는, 시댁이 부산이라고 한다.
약 두 시간 걸려 거제도.
삼년 전의 거제도 뚜벅 여행을 기억하면서 내가 묶었던 민박으로 찾아간다.
두 번 다시 오리라 생각도 못 한 곳에 다시 오게 된 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다.
중간 낚시가게에 들러 간단한 채비를 구입하면서 포인트를 물으니
능포 방파제를 권장한다.
뒤로 던져도 아무 어종이나 잡힌다기에 명함을 하나 집어 들고
- 안 잡히면 전화할 게요.
그랬더니
- 잡히고 안 잡히는 것은 용왕님의 뜻이요.
이렇게 발뺌을 한다.
하얀 등대 민박 011-661-9255, 055-681-6886
내가 머물렀던 바깥채를 원했는데 건물 3층으로 4만원에 구한다.
당시 너무 춥고 고생을 너무 해서 은근히 걱정이 되었는데
웬걸.. 깨끗하고 잘 지어놓았다.
삼겹살로 저녁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른다.
마침 여직원한테 전화가 오더니
진해시에서 들어가는 연도를 권장하면서
전날 시아버지가 잡았다는 생선을 사진 찍어 보내준다.
당연히 마음이 흔들리지..
아침에 일어나니 새하얀 바다가 창문 밖으로 펼쳐진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환상적인 경치다.
식사는 간단히 하고 집을 챙겨 나오면서 능포로 가기 전에
주방장에게 물으니 민박 앞 방파제에서도 잘 잡힌다고 한다.
당숙은 위험한 세멘 돌덩이를 타고 내려가고
나는 제방 위에서 한식경 지났지만 입질이 없다.
그래서 장소를 옮겨 갯바위 쪽으로 갔더니
순식간에 놀래미와 새끼 우럭이 5마리 걸려든다.
그새를 못 참고 도마와 칼을 꺼내 든 당숙..
그 자리에서 바로 회쳐 먹는다.
소주 한 잔 털어 넣고 초장 찍어 먹는 그 맛... 환상이다.
마치 초등학교 때 학교 앞 구루마에서
옷핀으로 해삼 찍어먹던 바로 그 동심이 된 것이다.
아까 새끼 우럭에서 바늘 빼낼 때 날카로운 등지느러미에 찔려
두 손가락의 통증이 장난 아니다.
벌에 쏘인 듯 살짝 부어오더니 알딸딸해진다.
능포로 이동.
거제도는 어딜 가나 방파제가 있고 그 곳에 포인트가 있다.
당연히 물고기도 지천으로 널려있다.
능포도 장승포처럼 한 쪽에는 긴 제방이 있고 끝에는 등대가 있다.
제방 가기 전에 오른쪽에는 갯바위가 있고 그런 곳이 명당이다.
릴 낚싯대에 추를 달고 길게 던져 대물을 기다리는 동안
먹은 신라면이 기가 막히다.
차가운 바람에 콧물을 흘리면서 차 뒤에서 후루룩 마신다.
밥도 한 그릇 말아 먹으니 이런 포만감도 없다.
방죽으로 옮겼지만 바람은 점차 세차고 날은 어두워오니
조사들은 낚싯대를 거두고 다들 돌아가고 있다.
우리도 장비를 챙겨..
장비라고 해야 나는 낚싯대와 갯지렁이 미끼뿐이다.
숙박을 정해야 하는데..
일단 어제 잤던 곳에서 일박을 하기로 하고 다시 장승포로 들어온다.
10분 거리니 그리 멀지도 않다.
3년 전에 주민한테 소개받은 막썰어 횟집으로 가서 메뉴를 확인한다.
하루 종일 얼어버린 몸을 녹이고 오기로 하고 사우나에 찾아 들어간다.
아.. 따뜻한 물이 여인의 손길처럼 온몸을 휘감는다.
뜨거운 기운이 내장마저 녹인다.
막썰어로 가니 간판대로 막썰어서 푸짐하게 나온다.
매운탕도 잘 먹고 나와서 아까 그 민박으로 전화를 하니 9만원..
토요일 주말 대목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2박 비용을 낼 것을..
그러나 주인은 하루 분만 받을 것이다.
지도를 펴고 값싼 다른 민박을 찾아 거가대교 쪽으로 북진하면서
포구란 포구, 마을이란 마을을 죄다 찾아들어가지만
아예 방이 없다.
간간이 보이는 펜션도 방이 없다.
그러다가 만난 곳이 [거제펜션마을]인데
이국적인 분위기에 집도 정말 예쁘게 지어놓았다.
다행이 방은 있지만 10만원이던가 15만원이던가..
사내 둘이 하루 자기에는 너무 비싸다.
그리하여 아예 내일 예정이었던 연도로 가기로 했다.
어두운 밤이지만 차가 있기에 이런 스릴도 가능하다.
가는 길목에 진해시를 지나는데 모텔이 휘황찬란하게 화려한 빛을 뿜고 있다.
그 중 가장 새로 지은 듯한 모텔로 찾아들어가니
엥.. 호텔도 이 수준을 못 따라온다.
월풀도 있고 비데도 있고 너무너무 화려하다.
인터넷도 있어서 연도 정보도 얻고 메일을 처리하고 잠도 푹 잤다.
브이 모텔(호텔) 055-543-1877
제덕동이 안 찍혀서 고생하다가 나중에 보니
동이 아니라 제덕리 아니면 제덕면 쯤 되는 마을이다.
간단한 점심을 생각했는데 성찬을 먹게 되었다.
대구탕과 생선 구이가 일품이다.
이 메뉴가 여의도로 오면 직장인들에게 대박인데..
배를 타고 연도로 건너간다.
낙도 아니면 볼 수 없는 통통배, 인간극장에서나 봤던 그런 배다.
민박도 있네..
뭘 조황만 좋으면 한가한 날 잡아 일주일 있다 가면 좋겠다.
椽島.. 서울에 와서 사전을 찾아보니 서까래연이다.
10분 쯤 걸어 들어가니 역시 제방..
사람들이 많다.
우리도 낚싯대를 드리우지만 입질이 없어 차츰 지루해진다.
우리 옆에 있던 사람이 장소를 옮기더니 포기하고 가는 사람도 있다.
당숙은 낚싯대가 부러지는 불길한 조짐을 보이고 다른 낚싯대로 대체한다.
방파제 아래를 보니 수백 수천 마리의 놀래미가 천천히 유영하고 있다.
당숙이 갑자기 민물 낚싯대를 꺼내더니 미끼를 달고 드리우자마자
놀래미가 걸려들더니 연달아 쫄복, 자리돔이 걸려든다.
민물 낚싯대로 나름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니 발상의 전환이 이렇게 중요하다.
나도 입질이 오더니 망상어, 망둥어 등이 걸려든다.
당숙도 어제 나처럼 손가락을 찔려 심하게 부어오른다.
작은 새끼들의 저항 무기가 만만치 않다.
사람처럼 어미가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자 생존 무기로 발달한 셈이다.
마지막 5시 40분 배를 타고 다시 육지로 귀환.
이제 서울 올라가는 기획을 해야 한다.
당숙은 구미에서 하루 자고 내일 편하게 가라지만
아무래도 오늘 가야 마음이 편하다.
코레일에 전화해보니 다행히 10시 반 고속철이 있다고 한다.
전화로는 예약이 안 되고 멤버쉽에 가입해야 가능하단다.
그래서 서울에 와서 멤버쉽에 가입했다.
부산역까지 가는 중에 표가 매진될 수 있어 가까운 진해역으로 급하게 달려간다.
인터넷 검색을 하더니 취소된 9시 30분 표가 달랑 하나 나타난다.
급히 구입하니 1시간을 번 셈이다.
자갈치 시장으로 가서 생선구이로 맛있는 식사를 한다.
이번 여행 내내 생선으로 배를 채웠으니
콜레스테롤 경고를 받은 나를 위한 당숙의 배려다.
식사를 끝내고 시장 구경을 하고 다방에 들어간다.
옛날 다방이다.
다방 아가씨와 이런저런 수작도 하니 시간도 잘 흘러간다.
당숙을 나를 부산역에 내려주고 구미로 가고
나는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그만 태완이 계모를 보게 되었다.
얼른 옅은 선그라스를 쓰고 신분을 감춘다.
계모와 딸 그리고 아기가 일행인데
아기를 보니 3년 전 쯤에 혼사를 치렀던 모양이다.
두 모녀가 워낙 같이 다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셋이서 부산에 무슨 까닭으로 왔으며 사위는 왜 안 보일까..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계모는 내내 정신을 못 차리고 자면서
손자를 한 번도 안아주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광명역 쯤에서 당숙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나를 깨워준다.
지난번에 서울역을 놓치고 행신까지 갔던 일화를 듣고
노파심이 일어난 것 같다.
집에 와서 온몸 샤워를 했는데
아까 부산 커피로 인해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새벽 3시에 겨우 잠이 들어 푹 자게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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