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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첫눈 (이해일)


디디디(두환이 대가리 돌대가리)가 정권을 찬탈하고 서슬이 시퍼런 시절
중앙정보부의 위세를 이어받은 보안사가 나는 새도 떨어뜨리던 시절이었는데
여의도 성당 주임 신부셨던 김택암 신부님이 평소 강직한 발언으로
그만 보안사에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하셨다.

철야 기도를 하며 신부님의 안녕을 눈물로써 기도하던
신자의 모습이 지금도 망막에 생생한데
결국 풀려난 신부님.. 일요일 교중 미사 때 하시는 말씀이,
.. 저기 뒤에 이곳 주민이 아닌 3분이 계신데 다음 미사 때 또 오시면 앞으로 불러 인사시키겠습니다.

보안사 끄나풀 3놈이 다음 일요일부터는 흔적도 없이 꽁무니를 빼버렸다.
미사가 끝나고 신부님은 신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면 예절을 갖추는데
.. 신부님, 얼마나 고생하셨어요?
신부님은 새끼 손톱을 살짝 보이시면서
.. 요만큼 밖에 고생 안했어요.
하면서 오히려 신자를 위로하신다.

신부님의 성품을 평소 존경했던 터라
신부님을 모시고 명동 성당에서 백년가약을 맺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첫눈이 내린 오늘..
보통 친구들과 몰려가 놀았던 방석집 꾸냥과 첫 사랑의 여인이 떠오르는 것이 순서인데
갑자기 신부님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
혹시 돌아가신 게 아닐까..

아, 고초를 당하고도 보안사 놈들에게 꿋꿋하셨던 신부님
눈같이 순결한 지조를 나도 배워야 하는데.. 잘 안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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