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커뮤니티 메인

휘문교우회 로고
📖 게시글 상세보기
[제목] 무대 뒤의 공허 (최영철)

이미지

텔레비전의 채널을 돌리다 코미디 프로를 잠깐 고정합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어떤 식의 삶을 좋아하나 궁금하기도 했구요.
젊은 개그맨들이 처절하리만치 웃음을 만들려 애쓰고 있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씁쓸해졌습니다.
그들이 무대 뒤로 들어가 관중석 환호성의 양과 고저에 따라 일희일비할 것이 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스튜디오의 관중들과 텔레비전 시청자를 결사적으로 웃겨야 다음 프로에도 출연하는 천운을 거머쥐기 때문이지요.
한번은 무대 뒤의 개그맨들을 취재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무대에서와는 달리 심각하게 관객들의 호응도를 체크하는 표정이 비장하기까지 보였습니다.

요즘 각 매스컴은 한 여자와 한 남자 때문에 쉴 새 없이 바쁩니다.
별의 별 픽션과 논픽션이 팩트와 상관없이 오르내립니다.
심지어는 사건과 관계없는 선정적인 개인의 누드사진까지 공기인 매스컴에 버젓이 실립니다.
인터넷에서는 네티즌이라는, 전 국민으로 보면 극히 소수의 과격주의자들은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이어 연일 날 만난 듯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당사자의 범죄 행각은 응분의 책임과 처벌이 있어야겠지요.
무대 뒤의 표정을 살피렵니다.
“자, 이 사람들의 범죄와 3류 소설 같은 연애 행각은 관객의 환호성을 사기에 충분하다.
자꾸 확대 재생산해서 이들의 눈과 귀를 끌 수 있는 데까지 붙잡아두자.“
혹 이러한 시청률 제일주의의 매스컴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매스컴의 본질을 모르는 순진한 시청자가 도리어 문제이겠지요.
수많은 매스컴과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그에 딸린 가족, 식구들 먹고 살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저마다 저널리즘을 표방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요,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소이다” 하는 사람 찾고 싶습니다.
주말, 한국의 대표적 일간신문의 한 부장이 기사의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점점 미쳐가고 있었습니다.”

올 여름은 유난히 비가 많이 왔습니다.
지금도 앞 강가에는 수많은 동그라미가 그려지고 있습니다.
어젯밤에는 폭우가 내려 오랜만에 깊은 녹색 강물 빛을 볼 수가 있었지요.
비에 젖은 채로 먹이를 찾아 기우뚱거리며 걷는 작고 흰 백로가 사람이 가까이 가도 피할 줄을 모릅니다.
묵묵히 억겁을 흘러왔을 강물이 그저 말없이 또 흘러갑니다.
변치 않는 자연의 섭리 속에서 그동안 혼란해졌던 마음과 정신을 추스릅니다.
태풍이 몰려오니 주의하라는 방송을 합니다.
말없이 흐르던 강물이 때로는 포효하는 때도 있습니다.
금년 여름 내내 세속의 누추함을 비로 씻었으나, 그것도 모자라 더 씻어 버려야 되나 봅니다.
이맘때의 맑고 밝은 태양은 점점 할 일을 잃고 있군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