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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까마귀와 백로 (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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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현재 하늘 위에는 수많은 새들이 왕래합니다.

아침이면 뒤 야산 소나무 숲이 자기네 아파트인 백로들이 하늘 높이 강가 쪽으로 아침 먹으러 출근하기도 하구요. (저녁에는 퇴근도 합니다.)

까치들이 아침 인사 차 시끄럽게 떠들기도 합니다.

옛날 서울의 아파트에 살 때 초인종 소리로 들리던 아름다운 새소리는 회현재 강둑의 큰 나무 꼭대기 사이에서 아침이면 어김없이 울어댑니다.

한번은 작은 새 무리들이 떼지어 회현재 마당을 덮다시피 몰려와 마당의 벌레들을 소제해 주기도 했습니다.

노란부리 새도, 초록색 나는 새도, 회색과 검은색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새도...

강가에는 백로, 왜가리, 큰 몸통의 회색 노인 같은 새 등이 각자 고유의 소리로 울어댑니다.



그 많은 새 중 두 종류가 내 눈길을 끕니다.

백로는 어느 황실의 공주같이 자태가 아름답고 속세를 떠난 듯한 고고함을 자랑합니다.

까마귀는 생긴 것도, 하는 짓도, 우는 소리도 고약합니다.

한데, 속을 까보면 이렇답니다.

백로는 살이 까맣고 까마귀는 반대로 속이 하얗답니다.

그래서 이직이 시조를 그렇게 지었나 봅니다.



요즘 자기는 깨끗한데 남이 더럽다고 떠들어대는 잎만 무성한 종자들이 많습니다.

그 열매를 볼작시면 별 볼 일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동안 말만 많고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는 실컷 보았습니다.

농부가 이런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는 불에 살라버립니다.

까마귀가 백로로, 백로가 까마귀로 변종하는 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종류들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칠면조의 종자들이지요.

어느 순간 이용가치가 떨어질 때면 회색분자들은 양쪽에서 서로 처단해 버립니다.



과일나무의 사명은 맛난 좋은 과일을 내면 그 책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설사 나무가 못 생겼든 거름을 많이 소요하든...

열매 없이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가 이러쿵 저러쿵 할 자격이 없지요.

KBS교향악단 시절 팔난봉인 한 선배가 악장으로 왔습니다. 임명에 분분한 의견이 있었지만 무대에서 연주만 잘하면 되지... 성직자를 뽑는 게 아니니... 통과가 되었지요.
반면에 이력 훌륭하고 말 많은 음악인이 있었습니다. 말로는 그 누구보다 나은 세계 최고의 대가였지만 연주 몇 번에 들통이 나서 쫓겨났습니다. 연주인이 연주를 말로 한 경우입니다.
현대는 고리타분한 군왕시대가 아니라 시스템 시대입니다. 전체가 잘 운영되게 조정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요즘 떠오르는 성경 말씀입니다.



"어찌하여 동생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또 너는 네 눈에 있는 들보를 보지 못하면서 어찌하여 동생더러 능히 말하기를 동생아 네 눈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하느냐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에 있는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는 동생의 눈에 있는 티를 밝히 보고 빼리라 못된 열매 맺는 좋은 나무가 없고 또 좋은 열매 맺는 못된 나무가 없나니 나무마다 그 열매로써 아나니 가시에서 무화과를 따지 못하고 찔레에서 포도를 따지 못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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