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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흐르는 강물처럼... (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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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주룩주룩 내립니다.

대화강의 잔잔한 물살 위에도 크고 작은 원들이 수없이 만들어집니다.

그 강 위의 백로들이 비에 젖은 날개를 가끔 털어냅니다.

멀리 보이는 한강변의 전원주택들이 뿌옇게 흐려져 보이기 시작합니다.

동네 아저씨는 아침 내내 물댄 뒷논을 정리합니다.

뭐라 부르는지는 모르지만 커다랗게 생긴 논가는 트랙터 뒤를 백로들이 따라다닙니다.

한 폭의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마당의 과일나무들이 주룩주룩 내리는 비에 흠뻑 젖어 생기를 띱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침에는 물을 듬뿍 주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던 중이었는데 하늘이 알아서 비를 내려줍니다.

바쁜 연주 준비와 일정 중에도 일단 강가에 서면 모든 것을 잊습니다.

복잡한 세상사의 잡념들이 흐르는 강물과 같이 떠내려갑니다.

인생사의 가장 필요한 최소한의 움직임만 생각합니다.

어차피 내 몫에 태인 짐은 지고 가야 하지만 말입니다.



며칠 전 각색 철쭉 꽃 지고 송화가루 천지 날리던 날 장영준 전 교장선생님과 총동창회 장용이 선배님이 회현재를 다녀가셨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맑은 공기를 쐬시고 우리 집의 고유 코스인 가까운 유명한 막국수집을 거쳐 가셨습니다.

탁 트인 한강과 강변의 우람찬 나무들을 따라 강변 산책 코스를 차로 돌았지요.

하늘 높이 유유히 떠다니는 백로의 날갯짓이 참으로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자유롭다는 것이 얼마나 고귀하고 품격 있는 것인지...

틀에 매인 조직의 숨 막힐 듯한 빡빡한 삶을 거친 사람과 의미 없는 구속에 얽매여 본 사람만이 자유의 고귀함을 알 수 있습니다.



어제는 총동창회 사무국장이신 안영규 선배님이 서초동 스튜디오를 다녀가셨습니다.

문화와 세상 역사에 대한 짧은 교감이 있었구요.

저녁, 소설 레마르크의 개선문에 관한 여러 추억이 뇌리를 스쳐지나갔습니다.

안 선배님과 얽힌 칼바도스 이야기 때문이었지요.

어디를 가든, 어느 땅을 밟든, 어느 사람이든 거쳐 올라가면 진한 역사가 배어나오기 마련입니다.

오늘 비에 촉촉이 젖어 흐르는 강가의 어디선가 들리는 구슬픈 새소리가 나 모르는 또 다른 전설을 얘기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런 봄비가 대지를 적시는 날에는 모든 것 접고 훌훌 털어버리고 자유로운 생각의 나래를 펼쳐 보는 것도 참 좋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주룩주룩 내리는 빗줄기가 메말랐던 가슴을 흠뻑 적시며 강물과 함께 하염없이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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