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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창공을 날다... (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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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우리 내외는 바쁘게 집 안팎을 치운다.

정원에 심은 여러 과일나무들에 물을 주고 잔디밭의 잡초를 뽑는 등 새벽부터 분주하다.

오늘은 공휴일이라 첼로 동호회원들이 올 들어 처음으로 바비큐 파티를 하러 온다고 해서이다..

올해는 얼마나 많은 삼겹살을 구워야 할지 모른다.

아직 텃밭에 뿌린 씨들이 제대로 된 채소 모양을 갖추지 못해 상추 등은 사야 된다.

밭에서 금방 딴 상추를 차디찬 지하수에 씻어 참나무 향 밴 고기 한 점에 쌈장 듬뿍 찍어 잘게 썬 마늘과 역시 금방 딴 싱싱한 고추와 함께 한 움큼 입안에 넣으면 그대로 살살 녹는 것이 세상 어떤 값비싼 음식도 부러울 것 없는데...

거기다 차게 얼린 백포도주 한 잔 곁들이면 그야말로 말이 필요 없어지지...



날씨는 청명하고 초여름 날씨를 보인다.

바비큐 파티 하기에는 아주 안성맞춤의 날씨이다. 바람도 별로 없어서 불 피우기에도 좋다.

바로 앞 강가에 물 흐르는 소리가 정겹게 들리는 위로 백로들이 긴 다리로 살금살금 몰래 걸음을 옮기며 목을 길게 빼고 물고기 사냥을 한다.

마당에는 이름 모를 작고 예쁜 새들이 쌍쌍이 지저귀며 이리저리 나는 것이 제 나름대로 바쁘게 보인다.

집 주위에 사는 꿩과 장끼들이 못 생긴 소리를 내며 떠들기도 하고...

저들도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가보다.



동호회원들과 즐겁게 야외 파티 준비를 하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눈다.

동행한 세상 밖으로 나온 지 5개월 된 아기도 즐거운 듯 뭐라 같이 떠든다.

야외 식탁에 한 바탕 음식을 차려 놓고 포도주를 따고 바비큐 그릴에서 잘 익은 노릇노릇한 삼겹살 고기를 꺼내자 모두 게 눈 감추듯 맛나게 먹는다.

서울에서야 언제 이런 경험을 가질 수 있겠나...

“밤에는 별똥별을 볼 수도 있어요.”

“달이 뜨는데 달이 네 개야. 동산에 뜨는 달, 강 위에 반짝반짝 비치는 달, 잔 위에 비치는 달, 집사람 눈에 비치는 달...”

“정말이요? 멋있겠다...”



입가심으로 가지고 온 수박을 들며 먼저 살던 전원주택에서 야외파티 하던 옛날 얘기도 나온다.

“거기보다 여기가 훨씬 좋아요..”

“진돌이는 어떻게 됐어요?”

집사람이 진돌이에 대해 한바탕 얘기를 한다.

“우리 두 사람이 문형산을 등산할 때 얘기인데 진돌이가 저 사람 뒤따라가다가 내가 늦으면 나한테 왔다 하며 충성스럽게 나름대로 두 주인을 보살피다가 하산 후에는 피곤하니까 늘어지게 자기도 했지요..”

그동안 꾹꾹 눌러 참았던 진돌이 생각에 한참 이야기꽃을 피운다.

친하게 지내던 장로님 댁에 진돌이를 맡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와 인천공항으로 직행하던 생각에 가슴이 진하게 뭉클해 온다.

이제는 옛 주인을 잊었을까?

내 차와 집사람 차 소리를 동네 입구 들어설 때부터 알며 꼬리를 치던 영리한 진돌이...



매일 아침마다 접하는 아름다운 자연 속의 동물들과 식물들 변함없이 자기의 본분을 지키며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며 대자연의 섭리와 살아 숨쉬는 많은 생명체를 보며 저절로 우러나오는 탄식이 요즘 나에게 닥친 남모르는 심경의 일부이다.

5월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인 그리그의 곡을 준비하며 북구의 얼음 떠다니던 바다와 깊은 삼림 속을 차를 타고 질주하던 추억에 가슴이 잔잔히 젖어오기도 하고...

아름답고 슬픈 선율에 주체하기 힘겨울 정도의 감동이 몰려오기도 하고...



이 날 나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무념무상의 파란 하늘을 하얀 백로들과 훨훨 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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